[Review]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는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도서]

글 입력 2023.03.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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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볼 때면 유독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는 작품이 있다. 전시를 관람하고 미술 관련 서적을 읽거나, 최근에는 우연히 보게 된 글과 영상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을 만난다.

 

그렇게 기억 속에 저장된 그림은 미술 감상의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를테면 작품에 대한 개인의 해석을 넘어서 보다 깊은 탐구를 진행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은 검색창에 화가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림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감상의 결과 이외에 차례로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화가의 생애 및 작품과 관련된 일화로, 이는 어딘가 친숙한 느낌마저 든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 또는 감상자의 경험을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어서 시대상에 얽힌 미술사의 목록은 머릿속에 추가되는데, 이러한 정보는 쌓일수록 더 깊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인생' 그림과 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알고 싶은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 대상과 한결 가까워졌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무엇인가와 친해지고 싶으면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다. (···) 그림을 본다는 것은 결국 화가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의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결국 나는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미술 작품을 본다. 모든 미술은 개인과 사회를 담고 맥락과 담화를 형성한다. 수백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든 동시대에 그려진 그림이든 아주 오랜 시간 되풀이된 인간의 보편적인 다양한 감정과 욕망, 갈등, 타협이 담겨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p. 11

 

 

 

'인생 그림'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


 

미술 감상이 어렵고, 그림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사유의 장을 열어줄 아트메신저 이소영의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미술계에서 교육인과 작가, 그리고 아트 컬렉터로 활동하며 사랑했던 '인생 그림'을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PART 1. MORNING] 와 [PART 2. SUNSET]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59점의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인생 그림'과 함께 수록된 200점이 넘는 그림들은 이소영 작가의 특별한 해설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감상을 제공한다.

 

잠시만 떠올려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하루를 꼬박 채울 만큼 다양한데, 그 하루 중에서도 해가 뜨고 지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마찬가지로 'MORNING' & 'SUNSET'가 떠오르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탁월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인생 그림 22, 존 컨스터블 <봄 구름에 관한 연구>와 인생 그림 36, 앙리 르 시다네르 <달밤의 창가 모습>은 두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다. 평소에 풍경화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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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와 함께 영국 낭만주의의 대표 화가인 존 컨스터블만큼은 아니지만, 내게도 연구에 가까운 하늘과 구름에 관한 사진 폴더가 따로 존재한다.

 


구름을 언뜻 보면 한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지만, 항상 움직이고 있다.

 

p. 256

 

 

일상에서 하늘의 변화만큼이나 아주 빠르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위 그림과 함께 오늘 하루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는 구름을 따라 걷거나 잠시 멈춰서 무지갯빛을 띠는 색색의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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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고요하고 평안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했던 시다네르는 본인의 집과 정원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책에 수록된 다른 그림들에서도 정성껏 꾸민 정원의 모습이 한눈에 그려질 정도로 다채롭다. <달밤의 창가 모습>을 보는 순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맞이하는 풍경과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가 문득 그리워진다.

 

인상주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인상, 해돋이>와 책에 수록된 <푸르빌 절벽에서>등은 빛과 그림자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와 이를 표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볼 때마다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게 하여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여행을 어떻게 놓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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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생 그림 17, <생 라자르 기차역>은 실제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장소로 특정된다. 자연을 화폭에 담았던, 기존에 알고 있던 모네의 그림과는 조금 다른 '의외성'이 눈에 띄었다.

 

처음 봤을 때는 작품의 배경인 기차역에만 시선이 집중되었다. 장소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도시가 발전하면서 변화한 교통수단과 생활양식을 자연스럽게 유추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화가들에게도 이른바 의외성을 띠는 새로운 것에 큰 관심을 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저자의 해설과 함께 그림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해보자. '수증기가 대기 속으로 퍼지면 어떻게 빛을 만나는지 그리고 싶었다'는 모네의 이야기에서 어쩐지 그가 포착한 기차역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추가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1877년 화가이면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도움으로 생 라자역 근처에 스튜디오를 열었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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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12, 구스타브 카유보트 <파리의 비 오는 거리>를 위 작품과 함께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두 그림은 19세기 후반 도시의 삶과 파리의 1877년을 상징한다. 도시 풍경에 대한 시간의 간극 속에서도 거리를 걷거나, 기차역에 붐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같은 도시에 머물렀지만, 두 화가의 그림은 다양한 삶의 모습들만큼이나 함께 보니, 더욱 흥미롭다.


 

"만약 그가 일찍 죽지 않고 살았다면 그는 재능이 풍부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행운의 상승세를 누렸을 것이다."

 

- 클로드 모네


 

 

그림을 통해 재현된 '삶'의 형태


 

서문에서 '좋은 미술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저자의 고민과 이에 대한 답으로 밝힌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견인하는 작품'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미술의 사전적 의미처럼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은 자신이 어느 곳에 있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발견하게 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개인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눈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미적 감각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아있다는 것은 미술을 향유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위와 같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신의 취향을 따르는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삶의 형태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결과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낸 그림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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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29에서 소개된 장 프랑수아 밀레는 이전 세대가 삼았던 주제와 달리, 자연과 농민의 삶을 화폭에 남겼다. 그리고 이는 훗날, 사실주의와 인상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신이 처한 현실 외에 다른 어떠한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 듯 일에 전념하는 모습의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

 

- 장 프랑수아 밀레

 

 

밀레의 그림은 일상의 사실적인 묘사에서 위로받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더 이상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당대의 화가들과 농민 및 서민의 공감을 을 끌어냈던 만큼이나 미술을 향유하는 대상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므로 시대를 불문하고 이 보편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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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초기작을 보면, 많은 화가의 영향을 받아 그들이 그려낸 대상과 주제가 곳곳에 담겨있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서 농민의 일상에 매료된 고흐는 밀레의 그림을 모작하면서 자신의 색을 더해갔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 그림을 만난 고흐에게는 아마도 밀레는 '인생 화가'이지 않았을까?

 

인생 그림 8, <밤의 카페>에서 언급된 '화풍'(화가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는 그림 형식을 일컫는)은 고흐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되었다. 마침내 좋은 미술'을 향한 고뇌, 자신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인생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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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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