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계는 또 한번 넓어진다 -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다양성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다.
글 입력 2023.03.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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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류와 개발 협력’이라는 강의를 듣는데, 세계적인 문제가 계속 언급이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등의 재난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고, 6.25 전쟁이나 17년도 포항 지진에 빗대서 얼핏 추측할 뿐이었다. 교수님께서는 계속 우리는 지구 집의 다른 층에 사는 이웃이고, 그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임을 강조하셨다. 당장이라도 튀르키예에 가서 구호 작업을 돕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 자리에 오셨다는 교수님의 마음은 전달되었으나,  마냥 와닿지는 않았다.


그게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건 정말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알지 못하고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사건들에 우리가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는 특정 사건을 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구체적인 공감대를 찾아낸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학교 폭력 문제를 조명하여 태국에서는 연예인들이 학교폭력 고발과 가해자의 사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같은 지점을 찌른다. 미디어와 주류 문화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흑인과 원주민, 유색인이 주인공인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친밀하게 만든다.


이 책의 다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책으로 세계 일주’ 페이지이다. 세계 지도를 보여주며 그 나라 출신의 작가와 책을 제시한다. 북한의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를 소개하며 인권 문제를 짚어내고, 파키스탄의 『홈 파이어』를 통해 이민자의 삶에 대해 말한다. 작가가 그 나라에서, 그 인종으로 태어나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회적인 맥락을 담은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남의 일로 여기던 사건들이 살아 숨 쉬는 이웃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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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주제로 책을 추천하면서 쓰여 있던 소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시는 우리 존재가 세상에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선사하며,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시에 나타나는 문화적 리듬, 언어의 조화, 시적 산문은 다른 식으로는 보이지 않던 이야기를 조명하고 주변부의 목소리를 키운다.”

 


시는 굉장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이 페이지에서 추천했던 책 중에는 『마음(Coraz n)』라는 책이 있었는데 인종과 거리를 넘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실연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또, 다양한 책을 좋은 거름망으로 걸러서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시간 가성비’ 따지는 세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최근 읽었다.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유튜브에 올라온 몰아보기나 요약본으로 본 사람이 많다는 걸 사례로 들면서, 문화 콘텐츠를 접할 때조차도 이것이 그만한 시간을 쓸 가치가 있는지를 알고 나서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더 글로리 시즌1을 몰아보기로 보고 너무 재미있었던 후에야 최근 시즌2의 본편을 쭉 본 터이다.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장 먼저 들른다.


이렇게 시간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세대에서, 좋은 책 큐레이팅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콘텐츠가 된다. 특히 책은 다른 매체에 비해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용을 이해하고 구조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본 책은 평범한 서평책과 달리, 굵고 짧은 코멘트와 책 표지를 키치하고 섬세하게 그린 삽화를 함께 담고 있다.

 

선별된 책을 통해 우리는 손쉽게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자기계발서와 힐링 에세이류로 가득한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지쳐있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봄 직하다. 실제로 책 ‘파친코’를 추천하는 것을 봤을 때는 반갑고 신나기도 했다. 파친코와 비슷한 수준의 좋은 책들을 추천한다면 믿을 만한 정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파트를 소개하자면 ‘사랑받는 서점들’을 꼽을 수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버치바크 북스’라는 서점은 미국 원주민 작가들의 책을 선별하여 마련하며 서점 내부에는 자작나무로 만든 장식이 있고 천장에는 수제 카누를 걸어 두었다고 한다. 문자로만 봐도 너무 멋지고 이색적인 공간일 것 같아서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지역에 가면 독립 영화관이나 서점에 꼭 들르는 여행자로서 너무 유용한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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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기 전에 팁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오늘은 ‘청소년 소설’을 추천받고 싶다면, 목차에서 해당 파트를 찾아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된다. 만약 표지가 유독 마음에 들었다면 맨 뒤의 ‘페이지별 도서 목록’에서 찾는다. 다만 책을 찾았을 때 한국어 번역본이 없을 수 있는 점을 살짝 유의해야 한다. 그래도 주로 지명도 있고 질 좋은 책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번역되어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이라는 제목과 ‘더 넓은 세계’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통해 미적으로 뛰어난 책을 보는 눈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시야도 넓어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다.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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