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사실 해외여행을 쓸데없는 소비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께서는 젊을 때 해외여행 갈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시며 여행 보다 주식의 가치를 강조하셨다. 그땐 조금 납득이 되면서도 스무 살, ‘여락이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접하고는 생각이 확고 해졌다.

 

‘여락이들’은 20대 두 여자가 ‘청춘여樂’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는 여행 채널이다. 글을 잘 쓰는 더티와 음악과 편집을 잘하는 그래쓰, 미련하고도 겁 없는 두 청춘의 시너지가 만들어내는 영상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아니 과분했다. 덕분에 그들의 영상은 다이나믹과 힐링 그 자체다. 둘의 무모한 여행기 속 마주하는 예측불허한 상황들과 그 속의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더해진 음악과 자막이 심금을 울린다.

 

이 완벽한 조합에 끊임없는 유튜브 연속 재생을 클릭하는 내 손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한 영상의 댓글이었다. 영상은 여락이들 치고 평범한 여행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이었고 댓글은 스크롤을 내려야 할 정도로 길었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결론은 20대 띠 무모하게 여행하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더 놀라운 것들은 이 댓글의 답글들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바보같이 가난하게 여행하지 못한 또는 않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을 잡고 싶어 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내 결심하게 되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 하고 싶은 거 다하는 20대를 보내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발한지 어느덧 4년째, 세계를 강타한 이 전염병은 그동안의 이 결심을 너무나 쉽게 방해했다. 다행히 4년이 넘어서야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정책들이 완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잠재우고 있었던 해외여행의 욕구들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내 인스타그램만 보아도 유럽여행을 간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작년에 해외여행이 가고 싶어 미치기 직전 친구와 무리한 태국 여행을 다녀온 전적이 있는 나도 이 욕구에 예외는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끝에, 싱가포르행 비행기 표를 끊게 되었다. 하지만 무리한 계획은 무리를 부르는 법. 동생의 여권이 비행기 도착 일보다 늦게 나올 예정이라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할 수 없이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하지만 다른 불상사가 발생했다. 비교적 싼값으로 급하게 예매했던 비행기 표가 환불이 안되는 표였던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은행 결제 취소,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해외여행은 물러갔고, 국내를 누벼 보기로 했다.

 

그렇게 부산과 여수, 우리나라에서 바다로 유명한 두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부산에서는 광안대교가 풍기는 특유의 센치하고 아련한 부산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만드는 시끌벅적한 모래사장과 조용히 파도치는 넓디넓은 바다가 대조되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여수는 오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일단 섬이 많아서 바다에 파도가 별로 없고, 도시 분위기 또한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부산은 강아지 같고 여수는 고양이 같다고 할까?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바다 마을들의 매력이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여행이란 목적지보다 여행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B2CDEAC5-A5E7-4191-B637-A3B0914262AE_1_105_c.jpeg

 


여행지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일상이다. 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는, 내가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비 일상 속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이 비 일상을 어떻게 보낼지 정해야 하고, 여행지에 머무는 기간 동안 무엇을 먹고 서식하며 살아남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행은 어떻게 보면 비 일상 속 생존을 함께 꾸려 나가야 하는 것이 과제인 것이다. 그 말은 즉 어디를 가건 일상을 벗어난 곳이라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

 

여행이란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 같기도, 뱃속의 떡 같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일상이 다른 것처럼, 필요한 여행이 다르고 원하는 여행의 방식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난 무조건적으로 해외여행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어디든 여행이라면 분명 일상을 벗어난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