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르기에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기를 -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글 입력 2023.03.07 1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가사랑한세상의모든책들2_표1.jpg

 

 

지난해, 디즈니가 인어공주 실사 영화를 제작하며 과도한 PC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만화에선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로 표현된 아리엘 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아리엘의 모습 그대로 실사화되길 원했던 이들은 이를 과한 PC주의라며 혹평했으나 일각에서는 더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디즈니의 시도를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나 드라마를 떠올리면 등장인물 대게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냘픈 허리와 흰 피부를 지닌 여주인공, 그리고 그런 여주인공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를 구제해 주는 부유한 왕자님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이야기 말이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20대가 되기 전까진 그에 대해 의문조차 갖지 않고 살아왔다. 2010년대에 들어 조금씩 그 전형성에 금이 가며 새로운 이야기의 바람이 불었고, 그때야 내가 보고 자라며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게 아주 작은 우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처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콘텐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한다. 그렇기에 이야기에 이 세상에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을 반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채울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도서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매우 특별하고 가치 있다. 다수의 세상 속 소수에 집중한 작가들, 또 직접 그 소수 중 하나로 살아온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펼쳐낸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다양성을 주제로 사는 곳도, 성별, 인종, 직업, 성 정체성도 다르지만 개인의 역사를 품은 인물과 그 관계에 주목한 책을 선별해 소개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더욱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책을 통해 타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다양성을 간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들뿐 아니라 그 이야기가 탄생한 작업 공간을 소개하는 [작가의 방], 특정 장르만을 다루거나 소수자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지역 서점을 소개하는 [사랑받는 서점들] 섹션도 함께 있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책 초상 화가라고도 불리는 제인 마운트의 다채로운 책 일러스트가 곳곳에 더해지니 자칫 밋밋하고 건조할 수 있던 책 소개 내용도 더 활기 넘치고 읽고 싶은 글이 되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여러 작가들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다. 미국에서 출판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흑인 여성 작가 혹은 주인공의 작품이 다수이긴 했으나 한강, 조남주 작가부터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이민주 작가의 <파친코>까지 K-문학 작품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낸시 주연 김의 "The Last Story of Mina Lee"라는 책은 나중에 꼭 읽어보고 싶어 제목을 저장해뒀다. 1세대, 2세대 미국 이민자의 삶을 그려낸 동시에 한국인이라면 공감 가능한 한국적 요소가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보니 책과 작가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허나, 아직 국내에서는 낸시 주연 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이며 번역본도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매우 아쉽다. 국내에서도 더 다양한 인물의, 더 다양한 삶을 다루는 책들이 소개되어야 할 필요성을 한 번 더 느낀다.

 

 

tempImageEfAq5C.jpg

 

 

파친코를 쓴 이민주 작가는 "(문학은) 인간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바라보도록 진정으로 설득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의 일이란 이야기를 잘 써서 독자를 예전보다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다른 집단의 인간성을 더는 말살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고 밝힌다.

 

폭력과 혐오가 참 쉬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와 작업이 아닐까 한다. 소수라는 이유로 등한시되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저 없이 쓰는 작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꿋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론 우리가 서로를 욕하고 혐오하는 대신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