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결코 지나치지 않은 고백도 있다 - 지나친 고백

크리스티 테이트, 『지나친 고백』
글 입력 2023.03.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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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유지는 안 하나요?

여기서는 그런 거 없어요.

그럼 어떻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죠?

비밀을 지키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죠?


필자 크리스티는 로젠 박사의 그룹 상담에 참여한다. 그의 그룹에서 내담자들은 자신의 모든 일들을 공유해야 한다. 비밀은 유독하다. 그것이 로젠 박사의 규칙이다. 크리스티는 이에 자신의 섭식 장애를, 어릴 적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모든 성생활을 그룹 상담 시간에 모두에게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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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몸을 혐오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어딘가에 앉아 있을 때면 퍼져 있는 자신의 허벅지를 보고 아이들은 양손을 갖다 대기 일쑤였다. "내 허벅지가 이만했으면 좋겠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급식을 받을 때 1인분도 되지 않는 양을 받는 아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면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50kg가 넘으면 안 돼, 팔뚝이 굵으면 안 돼, 종아리에 알이 있으면 안 돼.


다른 무엇보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고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를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저지하는 방해물이 하나 있다면 내 몸의 사이즈였다. 여동생이나 발레 수업의 제니퍼나 멜리사처럼 날씬하고 몸이 유연한 여자애들은 작은 몸 때문에 더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 왜 내 몸은 내가 되어야 하는 존재가 못 되게 방해하는 걸까?


크리스티의 섭식 장애는 아주 어릴 적 그의 주변 환경에 의해 발생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티의 경우는 드물지 않다. 남자 아이들은 키가 크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 살은 나중에 다 키로 간다는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여자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관용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운동 선수의 건강한 몸보다는 마르기만 한 몸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몇 없다. 우리는 아이들이 그들의 몸을 혐오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있는가?


그는 여자 점원이 그가 가슴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덩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들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여자로서 이 행성을 걸어다니는 게 어떤 느낌인지 남자가 안다는 건 그냥 불가능한 일이다.


평생 동안 어떤 식으로 내 가슴을 싫어해왔는지 설명하자 여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낸은 최근에 마샬 필드 백화점에서 립스틱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했다. 지니어는 자기 가슴을 평가하는 아버지의 말을 평생 동안 들어야 했다. 메리는 가슴이 너무 작아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더 데일리 쇼>를 같이 보고 있던 남편이 장난을 치며 가슴을 움켜쥐어서 싸움이 일어났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양손으로 입을 막고 울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말라야 한다는 압박에 반하는 그의 큰 가슴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었다. 성희롱의 원인이 된 큰 가슴은 -큰 가슴이 성희롱의 원인이 될 수는 절대 없지만-그에게 더이상 신체의 일부가 아닌 가려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여성의 큰 가슴은 희롱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은 가슴을 가진 여성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가슴은 언제나 신체의 일부가 아닌 성스러운 무언가, 혹은 차마 글에 쓰기도 불쾌한 단어들을 만들어내면서까지 희롱할 대상이 되었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살들을, 가슴들을 평가당하면서 자신의 몸을 다양한 방식으로 혐오해야만 했다.


크리스티는 7학년 때부터 폭식 후 토하기를 반복했다. 섭식 장애를 앓고 있는 그에게 로젠 박사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린다. "매일 밤 로리한테 전화해서 뭘 먹었는지 보고해요."

자신의 괴상한 음식 메뉴를 비밀로 하고자 했던 크리스티는 이후 로리에게 매일 식단을 보고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식습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개선해나갈 수 있게 된다.


친구의 가족들과 휴가에서 크리스티는 친구 아버지인 데이비드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물에 들어갔던 아버지의 죽음에 크리스티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 크리스티가 우울감과 상실감 따위의 감정들에 힘들어할 때, 그의 부모님은 그가 괜찮은 척 하기를, 평범한 아이들인 척 하기를 요구한다. 이후 크리스티는 영영 그 일을 덮어버린다. 그에게는 부모님의 마음을 힘들게 할 만큼의 용기가 없었고, 도리를 다하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크리스티는 그룹 상담에서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룹 상담에서의 사람들은 경찰서에서 보호자 없이 있어야 했던 크리스티를 걱정해주었다. 그리고 로젠 박사는 크리스티에게 나는 데이비드를 죽이지 않았다, 그가 죽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를 일깨워주었다. 크리스티는 도리를 다하는 착한 딸이 되기 위해 그 긴 세월 동안 데이비드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면서도 홀로 그 비밀을 감내해야 했다. 그는 마침내 로젠 박사의 그룹에서 고백을 통해 그를 덜어낼 수 있었다.

 

 


덧붙임


 

화 한 번 내지 못 하던 크리스티가 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을 정도로 분노를 했다. 분노와 상처, 외로움, 수치심을 전보다 훨씬 더 느끼게 된 크리스티는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솔직하고 용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티는 책의 한 부분에서 이를 전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의 크리스티와 나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로소 좋은 상태로 나아간 것임을.


"괜찮을 거예요." 그는 그 말을 두 번 반복했다.

"박사님이 안아주겠다네요."

 

크리스티와 같은 사람들 곁에 로젠 박사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 크리스티가 심리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고, 어머니의 말을 거슬러 그룹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고, 로젠 박사의 그룹 상담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한 그 일련의 과정은 궁극적으로 그를 행복으로 데려다놓았다. 크리스티는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을 다정하게 치료해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성장시킬 용기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폭식증이 있던 크리스티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기억해두었다가 차려주는 로젠 박사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곳, 크리스티의 곁에는 놀랍게도 그의 남편이 있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마침내 자신을 안정적으로 사랑해줄,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이 말이다. 이는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했던, 진심으로 친밀한 관계임이 틀림없다.


내 아이들은 이 책을 조금이라도 읽게 되면 몹시 당황할 것이다. 자기 어머니의 성생활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좋은 소식이 있다면 내가 그 애들 자신의 상담 시간을 위해 충분한 참고자료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에게서 받은 상처를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는 또한 자신의 성장하는 과정을 책으로 씀을 통해 독자들을 상담 그룹의 일원으로 끌어들였다. 이제 독자들은 크리스티를 통해 크리스티와 다른 내담자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우리는 서로를 마음속에 들여놓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결혼식과 함께 끝나는 게 아니니까.

그런 다음, 꼭 그렇게, 우리는 계속 나아갔다.


크리스티의 책 『지나친 고백』은 479쪽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크리스티와 로젠 박사의 그룹 상담과 그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비밀 없이 공유하며 앞으로의 삶을 꾸려나간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닌,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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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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