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이의 공간: 한국 근대미술 [전시]

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
글 입력 2023.03.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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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카운티뮤지엄(이하 LACMA)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전시인 <사이의 공간>이 올해 2월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사이의 공간>은 한국의 근대 시기를 주제로 서구권 국가에서 열리는 첫 번째 기획전이다.

 

비극과 혼란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태어났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그 “사이의 공간”에 활동했던 나혜석, 고희동, 김관호,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의 회화, 한국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30여 점이 출품되었다. 특히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었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컬렉션 중 이십여 점 역시 본 전시에서 선보인다.

 

 

 

한국미술의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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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근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통상수교거부정책을 고수하던 조선이 외국 세력에 의해 강제로 문호를 개방해야 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종결 및 남북 분단의 역사까지 큰 역사적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근대는 한국의 마지막 왕조이자 단일왕조로서 존속기간이 가장 길었던 조선시대(1392-1910)와 현대, 즉 전통과 현대 “사이의 공간”이다.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의 근대화는 자유로운 의지로 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좁은 의미에서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결국 생존의 문제였다. 이번 전시는 근대 한국의 “다시 일어섬”에 관해 다룬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외세로 인해 상처로 채워진 20세기 초반의 한국, 그리고 상처 아래에 태어난 예술적 발전의 자취를 초창기 현대까지 조명한다. 그 자취를 추적하면서 흥미로운 점은, 이 전시는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예술 매체까지 다룬 것이다.

 

국내에서 한국 근대 시기를 다룬 전시들은 대부분 유화나 수묵화 등 대부분 회화를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근대를 해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방대한 규모인 만큼 의도적으로 사진과 조각을 포함해 근대 한국 예술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

 

 

 

신여성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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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의 조우’, ‘근대적 반응’, ‘모던의 모멘텀’, ‘신여성의 등장’, ‘현대로의 발전’ 다섯 개의 전시 구역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구역은 ‘신여성의 출현’이었다.

 

신여성의 출현 배경에는 사실 남성이 있다. 당시에는 교육받은 여성이 자식 교육에 더욱더 힘을 써 다음 세대를 강인하게 키울 수 있다는 남성들의 욕심 때문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작되면서 근대의 근간에는 새로운 형태의 페미니즘이 깔려있었다.

 

다행히 교육은 여성에게 조금이나마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고 이는 여성들의 외향적 변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신여성 룩’의 예로 전시에는 1930년 신낙균이 찍은 “최승희 초상” 사진이 걸려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모든 이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사이의 공간> 역시 이 지점을 지적한다. 신여성을 근대를 피상적으로만 드러낸 화려한 구경거리로 치부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성이 지배적이었던 유교 기반 사회에서 이 운동의 혁명적 측면은 수용되기 어려웠다.

 

 

 

근대의 전개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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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공간>은 한국 전쟁을 주목한다. 우리에게 6·25 전쟁은 내전이지만, 자세히 그 내막을 보면 사실 공산주의에 대한 세계적 전쟁이라고 말한다. 전쟁 후 미국이 마치 영웅처럼 대접받으면서 당시 추상, 앵포르멜(유럽 표현주의), 그리고 입체파(큐비즘)를 주목했던 미국의 경향이 한국 회화와 조각에도 드러났다.

 

미국의 경향이 한국 작품에 드러난 이 시기는 예술적 창의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등 이전까지 국내 작품보다 외래의 영향을 더 받아들인 배경에 작가 본인의 창의력이 더해지면서 서양 화풍 아래 한국을 그려낸 것같이 독특한 작품이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 소개된 다양한 표현 수단을 보면 작가들이 매체와 관계없이 각각 근대의 예술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로의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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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공간>은 전통에서 현대로 나아가는 사이의 공간에서 고군분투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정체성, 민족주의, 탈식민주의와 같은 명칭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탄생을 알리는 시기를 1957년으로 간주한다. 이는 작가들이 정부 지원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반기를 들었던 해이다.

 

당시 국전은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알릴 수 있었던 주요한 관문이었다. 국전의 엘리트주의적 태도와 잔존하는 식민지 시대의 관행에 커져가는 불만들 드러낸 이 작가들은 서울의 중심, 시청 건너편에 위치한 덕수궁을 둘러싼 담을 따라 공개적으로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들을 들고일어나게 했던 독립적이며 확고한 신념은 현대적인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작품은 진화를 보여준다. 유화 작가들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수묵 작가들은 외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수목이 진정한 한국 미술을 대표한다고 믿었다. 조각가들은 더 다양한 표현 양식을 찾아냈고 사진작가들은 더욱 자연스러운 삶의 장면을 담고자 했다.

 

한국 근대미술을 해외에 대규모로 알린 최초의 전시였던 만큼 주제에 적합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LACMA 내 전시하고 있었던 박대성 화백의 전시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까지 함께 관람하면서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한국 미술의 흐름을 읽기엔 부족한 점이 없었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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