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자의 궤도를 달리는 소리들의 독특한 합주 - 에멧 트리오 내한 공연

재즈 입문을 부르는 그들의 연주
글 입력 2023.02.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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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멧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_포스터.jpg

 

 

에멧 코헨 트리오는 미국 재즈계의 떠오르는 피아노 라이징 스타 에멧 코헨, 드러머 카일 풀, 베이시스트 필립 노리스로 이루어진 밴드로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이 지난 5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이 공연을 보기로 결심한 것은 사실 꽤 충동적이었다. 재즈의 ‘재’자도 모르는 재즈 문외한인 나의 유튜브 계정에 어느 날 재즈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떴고, 마침 그 음악들이 좋게 느껴지던 차에 이번 문화 초대를 보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써 내려갈 리뷰는 이토록 문외한인 나의 주관적인 감상이기에 재즈 전문가들의 식견으로는 조금 모자라고 틀린 정보가 포함된 감상일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밝히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연이 내게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나도 재즈 계에 입문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훗날 내가 재즈계에 일가견이 생겨 그때에는 지금보다 넓은 식견으로 리뷰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재즈에 대해 어림잡아 생각하던 것들을 깨주는 의외의 사실들, 그동안 내가 향유하던 공연들과 달라서 흥미로웠던 지점들이 있었다. 지금부터는 그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감상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하나, 너무나 다른 관람 문화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의 향유 공연 취향을 이야기 해야 하는데, 나는 그동안 일명 ‘시체 관극’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굉장히 각 잡히고 어떻게 보면 엄숙하기까지한 관람 문화 속에서 진행되는 연극, 뮤지컬을 주로 관람하곤 했었다. 그렇게 때문에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화한 체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시체 관극’이 너무나 익숙했던 내게 이번 공연의 관람 분위기는 너무나 이색적이었다.


트리오의 휘몰아치는 연주 장단에 맞춰 간혹 환호성과 휘파람이 터져 나오기도 했으며, 몇몇 사람들은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몸을 흔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혹시나 환호성에 연주 소리가 묻히면 어떻게 하지? 라는 의문이 나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그런 관람 문화가 트리오의 공연을 온전히 즐기는 데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을 숨기지 않는 것이며, 그런 호응을 나눌수록 더 흥이 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시체 관극을 하다 보면 찌뿌둥하고 긴장된 몸을 풀지 못해 공연에 집중을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혹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그것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많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내가 느끼는 바에 온전히 집중하고 그때의 감정은 지금까지도 선연히 기억이 난다. 다른 이들과 숨기지 않고 함께 나눈 그 감정들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이 되어 남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와 ‘공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트리오 또한 자신들의 연주에 심취해 간혹 입 소리를 낸다든지, 서로의 연주 소리를 듣다가 호응을 하기도 했고,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더욱 신나게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이토록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경계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공연은 처음이었고, 그것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둘, 각자의 궤도를 타는 하모니의 조화


 

에멧 트리오의 호흡과 합은 정말 독특했다. 그들은 각각의 개성이 정말 뚜렷했는데, 에멧이 라이브 클럽에서 만나 한 눈에 반해 합주 제안을 했다는 카일 풀은 티셔츠에 스냅백 모자 차림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하고 나타났고, 명문인 줄리어드 음대를 다니느라 에멧의 크루 합류 제안을 한사코 거절했다던 베이시스트 필립 노리스는 잘 갖춰 입은 정장이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이러한 개성은 악기를 다루는 데에서도 나타났다. 나의 좁은 식견일 수 있지만 악기를 정석적으로 다루지 않는 재미있는 시도들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일 풀은 드럼을 스틱으로만 치지 않고 털이 달린 도구를 이용해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빗소리를 닮은 그 소리는 잔잔하게 깔리며 리듬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멧 코헨은 심취하여 연주를 하다가 피아노의 현을 이용해 주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토록 개성이 강렬한 이들이었기에 트리오들의 합주라는 것이 과연 성립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연주는 정말 신기하게도 각자의 독특한 궤도를 타면서도 잘 이루어져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마치 태양 주변을 안정적인 궤도로 돌며 태양계의 균형을 잡아내는 행성들처럼 말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같은 호흡 안에서 연주하며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치고 빠질 타이밍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이들의 연주는 한 악기의 리드로 시작하곤 했는데, 그 악기의 연주자가 곡의 무드와 호흡을 결정하면, 이를 경청하던 나머지 연주자들이 뒤따라 궤도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악기를 통해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로 해도 어려운 것이 대화인데 어떻게 개성 강한 이들이 이러한 일종의 대화를 통해 합을 맞춰가는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 내공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들은 각지를 돌며 순회 공연을 할 때 꼭 그 본토의 연주자와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치곤 한다 던데, 이번 공연에서 또한 합동 무대가 성사되었다. 후반부 연주에서는 국내 색소포니스트 송하철과 이수정, 피아니스트 강재훈이 합류해서 에멧 코헨 트리오와 함께 연주를 진행한 것이다.


국적도 언어도 다르고 함께 합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던 이들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악기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현장에서 감탄을 금치 못한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추임새를 넣었으며 그 소리들마저 함께 어우러져 그날의 공연을 만들어낸 것이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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