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전공자 도슨트가 소개하는 예술 사랑법 - 제3회 인사이트 데이

나라는 액자를 통해 미술 감상하기
글 입력 2023.02.15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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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간에 누군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은 신비로운 힘을 풍긴다. 그런데 나에게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특히 그림이 풍기는 힘이 가장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림엔 상황과 감정과 생각이 농축되어 들어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한 장의 그림으로 자신의 시선을, 생각과 상상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은 신통하고도 묘한 부러운 능력이다.


그러한 감탄이나 동경 때문인지 그림을 감상할 땐 왠지 창작자와 그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그림을 온전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미술 감상은 부담스러운 활동이 된다.

 

물리적으로 내 뇌의 용량은 모든 그림의 배경지식을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이는 결국 경험 많은 전공자만이 그림을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고 비전공자는 겉핥기식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자유롭게 그림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더랬다.

 

*


미술 비전공자이지만 도슨트로 활동 중인 고예지 도슨트(전시해설가)의 강연에서 그러한 고민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제3회 인사이트 데이- 나라는 액자를 통해 미술 감상하기>에 참가했다.

 

고예지 도슨트는 자신을 예술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어 전공으로 아예 다른 길을 걷던 그는 키스 해링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키스 해링 전시관 스태프로 일하면서부터 도슨트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텅 빈 전시관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던 그는 양성교육과정을 통해 자원봉사자 형태로 도슨트 활동을 시작하여 [초현실주의 거장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에서 도슨트로 작품과 관객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큐레이터가 연출을 맡는 감독이라면 작품은 주연, 도슨트는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으로 빗대었다. 즉, 도슨트는 작품과 작가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를 풀어내고 관객과 소통하며 관객이 작품을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예지 도슨트는 작가의 자서전을 읽고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을 하며 순서와 방식을 내내 고민하고 점검하여 가장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준비한다고 했다.

 

강연 내내 감상자인 우리는 더 자유롭게 그림을 해석하고 느껴도 된다는 자신감이 몸속에 스며들었다. 워크숍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보고 작품의 제목을 지어보거나, 그림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해보고 또 그림 속 상황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똑같은 작품에 대해 강연에 참여한 다른 이들의 각기 다른 해석을 들어보고 나 또한 자유롭게 해석하고 공유하며 무언가 전문적이고 고상해야 할 것 같던 미술 감상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비전공자의 미술 감상법만의 장점을 뚜렷이 느껴졌다. 비전공자는 미술 사조나 시대적 배경 등에 상관 없는 순수한 감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틀에 갇히지 않은 폭넓은 해석이 가능해져 그림을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내 경험이나 기억과 연결해 감동하는 경험을 하기 수월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세상을 이해하며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어쩌면 비전공자이기에 더 열려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며 상황과 비하인드씬을 상상하듯 편하고 자연스럽게 미술을 감상해도 된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강연에서 이를 확인받고 나니 미술이 훨씬 생동감 있고 가깝게 느껴졌다. 미술 작품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 거다.

 

그러니 미술 감상에 벽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감 있게 나만의 감상법을 밀어붙여도 괜찮다. 그 대신 어린아이의 기가 막힌 해석도, 나 자신의 요상한 해석도 존중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누구의 해석도 틀리지 않았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예술 작품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면과 세상이 연결되는 경험을 좀 더 자유로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예술 작품, 주어진 작품에 대해 개인별로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는 없다. 작품의 현실, 의미,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중개자일 뿐이다."

 

_ 고예지 도슨트가 강연 중 소개한 키스해링의 말


 

강연을 들으며 미술 감상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 약점은 얼마든지 강점으로 또 개성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내내 상기했다. 또 고예지 도슨트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나만의 템포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중요한 일인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반짝이는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컬쳐리스트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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