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을 꾸리는 일의 위대함 [만화]

웹툰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2021)
글 입력 2023.02.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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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심부름을 해다오>는 2021년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고아라 작가의 최신작이다.

 

고아라 작가는 판타지 요소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그리고 그것과 이질적으로 여겨지는 일상 속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질감은 작품이 전개될수록 옅어지고, 결말이 다가올 때쯤에는 조화와 깊은 여운이 남는다.

 

환상으로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이야기가 실은 닿을 듯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대신심부름을해다오(1).png

 

이상한 소재와 일상의 이야기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는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응원한다.

 

주인공 ‘은호’는 어릴 적부터 ‘의양리’의 ‘금호산’ 속에서 자란 마을토박이다. 갓 스물이 된 은호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시내의 상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마을버스 종점 근처 보육원에서 지냈지만 ‘보호종료아동’인 그는 자립수당을 가지고 집을 구해 독립해야 한다.

 

가족 없이 홀로였으나 ‘진짜 독립’을 하게 된 은호는 부동산을 알아보고 계약하는 과정을 침착하고 씩씩하게 해낸다. 공인중개사는 등기부등본을 요청하는 은호를 기특해 했지만, 은호에게 집을 구하는 일은 전 재산이 걸린 일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은호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화가 끓어올랐다. 외로움과는 늘 함께였다. 혼자였던 은호의 일상은 한 도깨비가 나타나면서 마구잡이로 혼란에 빠진다.

대신심부름을해다오(2).jpeg

 

이상한 마을의 이야기


 

은호가 나고 자란 의양리는 수십 년 전 터널공사로 산림이 훼손되면서 산에 살던 요괴가 출몰하는 지역이 되었다. 은호가 일하는 가게는 주민들이 요괴를 잡아오면 값을 쳐주는 ‘요괴 전리품 거래소’다.

 

아르바이트생 은호는 침착한 성격 탓인지,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괴생물체에게도 선뜻 다가간다. 버스에서 마주친 작은 ‘산삼’은 그렇게 은호와 가까워진다. 산삼과 함께 도깨비 ‘도연’, 산신령 ‘금호’와 두 ‘쪼매’도 어느 날 은호의 일상에 들어선다.


그러나 갑작스레 찾아온 이들이 은호는 마냥 달갑지가 않다. 도깨비와 그의 친구들이 은호의 친구 ‘일지’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덜컥 은호의 집을 옮겨 버리고, 안전한 금호산의 초가집에서 같이 살자고 한다.


 

 

일상의 이야기


 

자신이 꾸려 놓은 일상을 도깨비가 마구 헤집자 은호는 적대감을 드러낸다. 도연은 많지 않은 은호의 소중한 것들을 위태롭게 만든다.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것들을 위협하는 상대에게 은호는 적대적이다. 은호는 자신을 휘두르려 하는 상대를 극도로 경계하고, 단호하게 상대에게 선을 긋는다.

 

설령 상대가 연인일지라도 예외는 없다.


 

대신심부름을해다오(3).JPG

 

 

은호는 자기감정에 취해 직전에 은호가 한 말도 기억 못 하는 전 남자친구를 다시는 보지 않았다. 나중에 그가 돌아와 또다시 제멋대로 굴자, 은호는 재차 거부한다.

 

좋아하는 상대에게도 은호 자신의 삶이나 감정을 왜곡할 권한은 없다. 은호와 전 남자친구의 재회를 못마땅해하는 ‘일지’의 응석을 은호는 받아주지 않는다. 은호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자신의 방식대로 가감 없이 그것을 표현한다.


 

 

일상을 꾸리는 일의 위대함


 

삶의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은호의 노력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화가 보여주듯 은호는 온전히 혼자 싸우는 게 아니다. 외롭게 기억되었던 시간 이면에는 은호가 성장하도록 돌본 이들이 있었고, 응원과 위로를 주고받은 이들이 있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은호가 상처 없이 자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은호 자신이 감각하는 것처럼, 그의 삶은 스스로의 것이다. 황폐해진 산도 시간이 흐르면 치유되듯, 상처 입더라도 회복하고 일상을 일구는 사람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만화는 은호를 통해 그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맞잡는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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