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파벳 네 개가 뭐 그리 대단해서 [사람]

MBTI가 어렵다면
글 입력 2023.02.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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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을 유독 자주 만나는 시기가 있다. 가벼운 자기소개와 함께 빠지지 않고 주고받는 건 서로의 MBTI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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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요즘 말 그대로 최신 유행이다. 조금 유익하고 재미있는 최신 유행 거리. 누구는 과학이라 맹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누구는 혈액형을 믿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핍박 주기도 한다.

 

유사 과학에 가혹한 현대인들이 어째서 MBTI를 유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던 걸까? 다음은 이 호기심에 대한 나의 짧은 추측과 더 발랄한 인간 관계를 위한 지침서이다.


 

 

굳이 심리학도가 아니어도,


 

모든 행동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혼자 밥 먹기를 즐겨하는 이유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이라던가, 외부 사람에게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이라던가.


MBTI의 지표는 이런 측면에서 사람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불필요한 의문을 잠재운다. 그의 유형이 어떤 것을 선호하고 필요로 하는지 파악했다면, 굳이 큰 노력 없이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굳이 심리학개론을 듣지 않아도 행동에 대한 원인과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얼마나 간편한가?

 

 


편리함의 미학


 

어색하지만 친밀히 지낼 가능성이 있는 상대를 마주하고 있다면, 조금 과장하여 MBTI보다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있을까 싶다.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부담 없는 소재란 생각이 든다. 친해지기도 전, 간파당하는 느낌이 싫거나 부담을 느낀다면, MBTI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말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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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인미디어

 

 

MBTI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꽤 두드러진다. 굳이 긴 시간과 사교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인간관계에서 무엇을 지향하고 지양하는지 인지하는 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감에 있어서 중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상대를 간파하려는 편법으로 보아도 좋다. 사실 그게 맞으니까.

 

 


나를 알아가는 열쇠


 

사람은 죽을 때까지 타인이 보고 듣는 내 얼굴과 목소리를 경험할 수 없다. 이는 어쩌면 객관적인 나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로 이어지는데, 이때 각 알파벳이 지표 함을 들여다보면 나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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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는 꽤 쏠쏠하고 재미있다.

 

이는 주변인들과의 재미있는 대화 소재가 되기도 하고, 본인이 어떤 모습을 채택하여 살아왔는지 인지하는 기회가 되며, 나와 비슷한 사람이 더 있을 거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인지 깨달으며 인지하지 못 했던 성향을 발견해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부캐 그거 요즘 다들 하나씩 있는 거 아닌가요


 

간혹가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MBTI가 자주 바뀌는 사람들. 이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라고 묻는다면 멀티 페르소나가 다양한 유연한 사람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다들 집에 부캐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은가?


환경이 바뀐다는 건 정확히 말해 주변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페르소나를 갈아 끼워 살아가는 건 생존과 가깝다. 철새가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환경에 따라 자신을 기꺼이 흡수시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 I, N, S, T, F, P, J 는 그저


 

사실 MBTI는 인간에 대한 친밀도를 쌓는 친숙한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가정 환경과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태어나는 마당에 모든 이의 성격을 16개로 나눌 수 있다는 논리는 부실하며, 우주와 맞먹는 인간의 인격을 16분법적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에 의구심을 품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사고이다. 상대를 진정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더 복잡한 이론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대부분의 유행이 공감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것과 같이, MBTI 또한 공감이 첨가된 대화를 위해 지향해야 할 것이며 극단적인 프레임화와 자기기만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이 고작 알파벳 네 개에 갇혀 사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와 떼놓을 수 없는 현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모든 게 경향이라는 것. T와 F가 지표 하는 건 어느 쪽에 더 기울었냐는 경향을 보여줄 뿐이다. 직관형이라 해도 현실감각이 0에 수렴하는 것도 아니고, 이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가슴이 원하는 선택을 외면하지도 않는 법이다. 

 

*


어디서나 흑백 논리의 유혹은 존재한다. 그게 쉽고, 재밌으니까. 다만 모든 이에게 양면적인 면이 존재한다는 점, 인간 군상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세상에 던져진 인간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입체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MBTI는 충분한 지침서가 되진 못하지만, 충분히 발랄한 지침서는 될 수 있다. 요긴하게 쓰되 알파벳 네 개에 갇혀 살진 말고, 나에게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보자.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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