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따뜻한 목소리로 불완전함을 노래하다 – 싱어송라이터 서온

글 입력 2023.01.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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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항상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몇 분 남짓 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뮤지션이 정밀하게 만든 세계로 잠시 초대받는다. 그 세계는 광활한 우주가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가장 내밀한 기억이 되기도 한다.


 

풍선처럼 가벼운 그댈 / 놓쳐버릴까 봐 난 두려워요

가득 불어 넣었던 내 마음이 / 그댈 가볍게 만들었나 봐요

가늘은 그대 마음 / 내 손목에 묶어둘래

풍선처럼 날아가 버릴까 / 하루 종일 그대만 잡고 있네


서온의 ‘풍선’ 중

 

 

싱어송라이터 서온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누군가의 깊은 마음속으로 안내한다. 고요하고 평온한 표면만 보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그 아래에서 기다리는 거센 소용돌이에 놀랄 것이다. 선율은 잔잔하고 목소리는 따뜻하지만 그 선율을 따라 흐르는 가사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따뜻한 목소리로 불완전함을 노래한다'는 설명을 바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어느덧 ‘서온’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든 지도 햇수로 7년 차. 2017년 발표한 첫 곡 ‘별’부터 가장 최근에 낸 ‘연못’까지 차례대로 듣다 보면 그가 지나온 시간이 묻어난다. 누군가의 내밀한 마음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결이 같지만 그 마음은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중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온이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음악 세계를 들여다보자.  

 

 

 

한 사람의 작은 감정이 음악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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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따뜻한 목소리로 불완전함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서온입니다. 

 

 

‘서온’이라는 활동명에 뜻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가요?


제 본명이 안서연이라 원래는 ‘서연’으로 활동하려 했는데, 이미 서연으로 활동 중인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렇다고 성까지 붙여서 ‘안서연’으로 하려니 어감이 딱딱해서 제가 하는 음악과 안 맞는 것 같았어요. 본명과 비슷한 예명을 고민하다가 중학교 친구들이 애칭처럼 부르던 '서온'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웃음)

 

 

어느덧 7년째 음악을 만들고 또 노래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는 작년 11월 ‘연못’을 내셨습니다. 7년째에 접어든 소감과 요즘 서온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저는 회사원이 아니니 곡을 하나씩 발표하고 앨범을 만드는 것 자체가 스스로 커리어를 쌓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엄청나게 특별한 감상보다는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한다는 느낌입니다. 


요즘에는 3월에 낼 싱글인 ‘호수’ 작업을 하고 있어요. ‘호수’까지 내고 나면 7월 중에 작년에 냈던 ‘잠수’, ‘연못’까지 포함해 여섯 곡을 모아 물에 대한 EP 앨범을 낼 예정이에요. 또 데모곡도 많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려 준비 중이에요. 음악을 만드는 일 외에는 보컬 레슨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온님의 음악을 들으면 현실을 벗어나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깊이 잠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음악을 만들 때 평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미세한 기류, 오가는 감정 등에서 영감을 받아요. 저는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발표한 곡에는 아주 작다 하더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게 아니라 제가 실제로 느끼고 경험한 것이 담겨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또, 가사를 쓸 때는 비유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하는 것보다 무언가에 빗대었을 때 더 잘 표현되겠다고 생각되면 그 대상을 잘 활용하려 해요.

 

 

그 비유가 저는 늘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사랑을 풍선에 비유한 ‘풍선’이나, 사랑을 두 사람이 함께 잠수하는 행위로 비유하는 ‘잠수’가 생각나요. 


저도 좋아하는데, 어쩌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그래서 비유를 해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능하면 표현을 분명하게 하는 편이에요. ‘연못’을 예로 들자면 ‘내 안에 있는 작은 연못’이라는 식으로 그 연못이 곧 내 마음이라고 좀 더 친절하게 알려주는 거죠. 또 너무 어렵거나 시적인 단어는 지양하고 가능하면 일상어를 쓰려고 노력해요. 

 

 

어쩌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문제라며 신경 안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친절하시네요. (웃음)


일단 저부터도 가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곡은 다른 부분이 좋아도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웃음) 노래를 만든다는 건 결국 내 감정이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거니까, 이왕 전달할 거 더 친절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가사에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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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온님이 한 곡을 만들기까지 대략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일단 작사 작곡을 하며 이 곡이 어떤 분위기일지 계속 생각해요. 저는 음악을 만들 때 전체적인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구상 단계부터 앨범 커버의 모습이나 뮤비의 느낌을 상상해보는 편이거든요. 악기 편성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에 좀 더 신경을 쓰고요. 


그 다음에는 편곡자와 대화하면서 제가 원하는 곡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요. 편곡 작업을 마치면 세션 분들과 일정을 조율해 녹음을 하고, 믹스 마스터 음원을 받습니다. 그 다음에는 앨범 커버 촬영을 하는 등 홍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서 유통사에 보내요. 거의 1인 기획사죠. (웃음)

 

 

앨범 커버 촬영을 말씀하시니 생각났어요. 초창기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유튜브도 하시고 앨범에도 얼굴이 들어가잖아요. 변화의 계기가 있었을까요?


일종의 타협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웃음) 처음에는 ‘사적인 나’인 ‘안서연’과 ‘공적인 나’인 ‘서온’을 분리하고 싶었어요. 서온이라는 존재는 음악으로만 드러나기를 바랐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음악만 유명해질 수는 없는 시대더라고요. 앨범 커버에 사람 사진이 없으면 잘 들어가 보지를 않아요. 뮤비도 웬만하면 가수가 나오는 게 음악을 각인시키기에 더 좋죠. 


그래서 이제는 서온의 음악과 함께 안서연이라는 사람도 보여주는 중이에요. 처음에는 내 음악을 듣고 절 좋아해 주는 분들이 내가 뭘 먹고 어딜 가는지까지 궁금해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제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런 소통도 막상 해보니 크게 싫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적인 나를 조금 드러내는 게 일종의 타협이었다면, 반대로 음악을 만들며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온님이 음악을 만들며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써요. 곡의 주제를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글을 쓰면서 가사로 발전시키면 좋을 게 있을지 계속 생각해요. 그러다 말하고 싶은 주제가 뚜렷해지면, 그 가사를 곡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넣으면 좋을지 구조적인 부분도 많이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곡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건 매번 바뀌는데, 지금은 ‘풍선’이에요. ‘풍선’의 가사를 쓸 때 너무 진심이었거든요. 울면서 쓴 곡이에요. 제가 음악에서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일관적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더 많이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인다고요. 제 음악의 그런 특징을 한 곡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게 ‘풍선’이라고 생각해요.

 

 

서온님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저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최근에는 그냥 간단하게 ‘듣기 좋은 음악’,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작년에 친구와 파리 여행을 하며 미술관을 많이 다녔는데, 미술 쪽으로는 문외한인 제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보고 참 좋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그게 그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이더라고요. 그때, 좋은 작품은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 이후로는 ‘좋은 음악’에도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냥 가볍게 듣고 좋다고 느끼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아이돌 음악이나 히트곡에 편견을 조금 가지기도 했는데, 요즘은 다들 잘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일을 계기로 특정 장르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럼 서온님이 요즘 빠져 있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을 업으로 하며 늘 음악과 가까이 있다 보니 일상에서는 무겁고 진지한 음악보다 리드미컬하고 신나는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작년에 뉴진스를 정말 많이 좋아했고, 지금도 그래요. 최근에 나온 신곡 ‘OMG’와 ‘Ditto’를 열심히 듣고 있어요.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 타인에게 닿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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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온님이 계속 음악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곡을 만들게 되는 듯해요. 다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곡을 쓴다는 분도 많지만, 저는 그보다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곡이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혼자 생각하는 일은 늘어나는데 친구들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기는 어려우니까, 그걸 해소하려고 곡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제 상태가 너무 안정적이면 쓸 말이 없어요. 인간 안서연에게는 너무 좋은데, 뮤지션 서온에게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상태인 거죠. (웃음)

 

 

그럼 음악을 만들고 또 노래를 부르는 일이 서온님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노래를 한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음악과 저는 애증의 관계라고 늘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1인 기획사처럼 뭐든지 다 혼자 하는 뮤지션이라 금전적, 시간적, 체력적 부담도 크고, 내가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의 피드백이 없을 때면 이걸 계속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참 많아요. 그래도 저는 제가 노래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참 좋아요. 물론 스트레스 받는 상황도 많지만 노래하는 일이 저한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또 저는 제 음악이 일기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 음악을 들어보면 당시에 나한테 이런 감정이, 이런 사람이 있었지 생각하게 돼요. 제가 발전해온 모습도 보이고요. 음악으로 제 변화를 확인하게 되는 거죠. 

 

 

만약 노래를 만드는 일과 부르기만 하는 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인가요?


지금으로서는 작곡가보다 보컬리스트를 선택할 것 같아요. 작곡가는 감정 소모가 너무 커서요. 노래를 만드는 건 제가 살면서 작게 느낀 걸 크게 부풀리고 거기에 몰입해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게 가끔은 정말 괴로워요. 창작자로서는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음악을 업으로 삼고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1살 때부터 공연을 꾸준히 해오다가 작년 9월에 단독 공연을 좀 크게 해봤는데, 그때 스스로 만족할 만큼 모든 곡을 잘 불러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는 자기 만족이 중요한 사람이라 참 뿌듯하더라고요. 


제 음악에 대한 감상을 들었던 것도 다 기억에 남아요. 가끔은 ‘나를 왜 좋아하지?’ 싶은데, 팬분들이 제 노래를 듣고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올 때, 또는 음원사이트에서 새로운 댓글을 확인할 때 감사하죠. 그럴 때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쓴 곡이 다른 사람에게도 위안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 계속 곡을 내고 싶어져요. 

 

 

저 역시 2023년에도 계속 음악을 만드실 서온님을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초이니, 2023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올해는 서온님에게 어떤 해가 되기를 바라나요?


음악적으로 발전하고 인지도도 올라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웃음) 올해는 아까 말씀드린 EP 앨범을 비롯해 발표할 곡이 꽤 많아요. 부지런히 작업해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어디서 들은 건데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새로운 걸 하지 않아서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들어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좀 이국적인 곳에 머물며 일상에서 못 보는 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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