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글 입력 2023.01.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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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나이 차가 많이 나던 사촌언니가 방학을 맞아 우리 집에 머물렀다. 항상 언니가 있었으면 했던 나는 매일같이 언니 뒤를 졸졸 쫓아다녔는데, 그럴 때면 언니는 항상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닥에 쿠션을 배고 엎드려 편지를 쓰던 언니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5장 이상의 편지를 쓰고, 새로운 편지지와 우표를 사고, 내 손을 잡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러 갔다. 종이를 빼곡히 채우는 편지를 쓰며 행복해하던 언니의 모습은 자기 이름만 겨우 쓸 수 있던 꼬꼬마의 시각에선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길게 글을 쓰면 팔도 아프고, 답장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저게 그렇게 행복한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제인 오스틴이 언니 커샌드라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그 옛날 사촌언니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이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부치면 난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에 정점을 찍을 거고 번영의 햇살을 한 몸에 받거나 언니가 좋아할 만한 언어로 된 다른 즐거운 센세이션을 얻겠지.]


사촌언니는 아마도 제인 오스틴처럼 자신의 일상 작은 부분까지 나누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애정을 전했을 것이다. 자신이 편지가 언제 수신인에게 닿을지 예상하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마저도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쓰고 또 써도 하고 싶은 말이 생기고,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이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언니 인생에서 있어 큰 기쁨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언니의 감정이 꾹꾹 눌려 쓰인 편지를 받은 수신인도 이를 오롯이 느끼며 분명 행복했으리라 생각한다.


[오만과 편견], [에마], [이성과 감성] 등 여섯 편의 소설로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제인 오스틴도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일상 작은 부분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작품은 끊임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에 비해 제인 오스틴 그녀의 삶은 그리 많이 밝혀지진 않았다. 그런 제인 오스틴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는 책이 발간되었는데, 바로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다. 이번 도서에는 현존하는 제인 오스틴의 편지 161통 중 그녀의 일상과 작가로서의 능력, 그리고 가치관이 가장 잘 보여 주는 내용을 추린 72통의 편지가 실려있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의 편지에는 여러 인물이 나오기에 그녀의 편지를 읽기 전엔 편지를 받은 인물들과 가족관계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 앞부분에 친절히 등장인물들에 대해 정리해두었다. (여담이지만, 이런 저자의 친절한 설명에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낯선 외국인 이름에 어쩔 수 없이 앞부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제인 오스틴은 많은 형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인은 그의 형제뿐만 아니라 그녀의 조카에게도 애정과 조언을 아낌없이 전했다.


[그래서 내 맘대로 언니한테 편지를 써서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중이야.]


제인 오스틴의 편지를 읽는 내내 화창한 한 낮의 햇살을 내리쬐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나라인 영국이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도 아니고, 모든 편지가 기쁘고 행복한 순간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하여 따스한 햇살 아래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는 아마도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가 긍정적이고 밝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과 조언이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의 날것 느낌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녀가 쓴 소설도 그녀의 글이지만 그녀의 편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실제 그녀가 평소 사용하던 문장들을 통해 제인 오스틴이라는 사람 고유의 개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편지를 통해 사람 제인 오스틴을 만나고, 그녀에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인 오스틴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그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인간 제인 오스틴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를 만나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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