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유한 시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글 입력 2023.01.17 12: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_07.jpg

 

 

 

마리아 스바르보바, 그녀는 누구인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라면 강렬한 색감이 눈에 띄는 수영장 사진을 본적 있을 것이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여성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2014년부터 작업한 수영장 시리즈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에 대한 스바르보바의 사랑은 그녀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피어났다. 여동생에게 DSLR 카메라를 선물 받은 스바르보바는 인생의 최종 목적지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할 예술이라고 느낀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 벽면 곳곳에 적힌 스바르보바의 글에서는 사진을 향한 그녀의 열정과 애정을 두루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한 벽면에는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 고통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거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과 그를 잇따르는 노력이 존재한다. 우리는 때때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 짓지만 그 둘은 동전 뒤집듯 가까이에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패를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무려 174점의 작품이 걸린 전시장에는 꾸준한 애정이 능란한 솜씨가 되기까지 공들인 스바르보바의 시간이 묻어있었다.

 

 


노스텔지아



스바르보바가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향수였다.

 

그녀의 유년기 기억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닥터 시리즈>와 <정육점 시리즈> 작품을 다루고 있다. 유년기의 마리아 스바르보바가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갔던 기억이나 공산주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정육점의 모습들이 사진에 담겨 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_03.jpg

 


사진 속 모델들은 감정이 배제된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행동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으며, 하나의 피사체처럼 놓여있을 뿐이다.

 

작품을 따로 놓고 봤을 땐 꽤나 정적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지만, 사진들을 순서대로 들여다봤을때 작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바르보바가 심어 놓은 시리즈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육점 시리즈에서 궁금증을 유발했던 것은 <갈등>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정육점의 손님으로 온 경찰관은 정육점 주인의 아내를 바라보고 있다. 정육점 주인은 정육점 칼을 손에 든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유일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정육점 주인의 표정에는 분노가 서려 있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317843_04.jpg

 

 


퓨트로 레트로


 

마리아 스바르보바 작품의 특징 중 가장 주목할 점은 신(新)과 구(舊)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놀라운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과거 시대를 오마주해 작품을 만들었지만 미래적인 요소를 부가했다. 그녀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에 유행하던 건축 양식 브루탈리즘의 특징과 노출된 콘크리트 표면에서 상상력을 이끌어냈지만,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시리즈에서 자신을 잃고 공중에 뜨고 심지어 떠다니기까지 하는 모델은 미래 지향적인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사진 속 모델들의 패션도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패션 잡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모델들이 입은 의상은 트렌디했고 컬러의 조화도 아름다웠다.


특히 배드민턴 경기를 다룬 [더 게임] 시리즈에서 모델들은 단순한 스포츠 의상이 아닌, 패션 디자이너가 제작한 옷을 입었다. 따라서 배드민턴 게임을 즐기는 행위보다는 모델들의 의상과 표정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감각적인 의상과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표정,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이 주를 이룬 배경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통해 우리는 마리아가 의도한 미래적인 레트로풍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317843_03.jpg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사진의 구조였다.


마리아의 사진에는 국적, 외모, 체형, 키, 피부 색이 모두 다른 모델들이 등장했다. 각자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이들의외모는 사진에서 큰 역할을 했다. 모델들은 키 순서대로 줄지어 서 있기도 했으며, 일렬로 줄을 지어 서 있기도 했고, 다양한 위치에 자리 잡고 누워있기도 했다.


다양한 외모와 인종의 모델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고, 이들의 다채로움은 곧 풍성함과도 같았다. 사람 그 자체가 예술이었으며, 마리아는 자신의 시선을 통해 이를 증명한 셈이다.

 


KakaoTalk_20230117_212317843_02.jpg

 


 

더 스위밍 풀


 

마리아의 대표적 콘셉트인 스위밍 풀 시리즈의 사진은 누군가에겐 한 번쯤 본 듯한 사진이 될 수 있다.


처음으로 촬영된 장소는 그녀가 태어난 도시에 있는 수영장이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4년 동안 슬로바키아에 있는 13개 수영장에서 120개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마리아의 수영장 사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소는 색감이었다. 사진에는 주로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색상이 사용되었는데 덕분에 사진은 몽환적인 느낌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jpg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317843_06.jpg

 

 

마리아는 여성의 힘과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걸파워] 시리즈에서 여성 모델들은 다양한 포즈를 한 채 서 있었고, 역동적인 동작을 자주 보였다. 특히 다른 시리즈에 비해 등장하는 여성 모델들의 수가 현저히 많았다. 마리아는 이를 통해 희망, 여성의 화합,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이러니한 것은 수영장 풍경에서 발견된 금지 문구였다. 이는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통제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이빙 금지를 의미하는 ”Zakazskakat"이다.

 

마리아는 수영장처럼 자유로운 휴식공간에도 제한이나 금지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_01.jpg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_04.jpg

 


 

로스트 인 더 밸리


 

[로스트 인 더 밸리] 시리즈는 마리아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제작한 프로젝트다. 사진의 배경은 사막을 이루고 있고, 저 멀리 산이 보이기도 했으며 탁 트인 자연 경관을 느낄 수 있다.


앞서 봤던 수영장 시리즈와 달리 작품 속에는 오로지 한, 두 명의 사람들만 등장한다. 이들은 드넓은 사막에 홀로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얼핏 보면 이들에게서 외로움과 고독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리아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외로움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253530_05.jpg


 

온전히 눈을 감고 혼자만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는 명상을 통해 내면을 탐색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살아가는 동안 인간에게 외로움은 필수불가결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외롭기 때문에 서로 화합하고, 때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극복하고 견디며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막대한 양의 미디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스스로가 중심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는 내면 성찰이 필요하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117_212317843_08.jpg

 

 

 

 

컬쳐리스트.jpg

 

 

[최유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