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 - 글리프 6호 김초엽

글 입력 2023.01.1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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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세계를 갖고 살아간다고.

 

그중 유난히 독특하고 큰 울림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다행이도 그 사람이 작가라서 우리가 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다이어리를 꺼내들면서 김초엽의 세계를 떠올렸다. 차별도, 허무도 없는 이해와 사랑이 넘치는 그 세계를.

 

저 문장의 주인이 있다면 그건 김초엽일 것이라고, 힘주어 써내린 잉크자욱 위로 써내렸다.

 

그러다 <글리프 6호 - 김초엽 ‘실험’>편을 만났다. 김초엽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같은 도서였다.

 

 

글리프6호_입체이미지.jpg

 

 

작가 김초엽의 이름에 가장 많이 따라붙는 문구는 무척 간단하게도, 그의 히트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이 책은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관내분실>을 포함하여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단편에는 김초엽 작가의 향기가 짙게 묻어있다.

 

그의 작품에서 쉽게 건져낼 수 있는 키워드는 #SF #외계행성이다.

 

흔히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김초엽은 다양한 형태의 외계행성을 상상하고 그 속에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떤 이야기의 행성은 인류와 매우 흡사한 외계생명체가 등장하기도 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형태와 풍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김초엽의 작품 <스펙트럼> 속 이름모를 행성과 <공생가설> 속 행성을 들 수 있다.


김초엽이 상상하는 외계행성은 상황도, 생명체도, 모든 게 자유로우면서 묘하게 유기적이다. 어떤 행성은 삶의 주기를 다 하여 소멸단계에 접어든 세계도 있고, 다른 외계행성에서는 갓 시작된 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은 분명 존재한다.

 

김초엽의 외계행성들은 차별을 몰랐고, 모르고자 했으며, 이해의 끈으로 긴밀하게 묶여있었다. 같은 작가의 세계에서 파생된 크고 작은 세계관임을 증명하려는 듯이, 그의 세계에선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손을 뻗고자 하면 닿고 닿으면 받아들여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것이다.

 

때문에 김초엽의 작품을 읽다보면 제멋대로 튀어오르는 세계관 수십개를 모두 받아들여야하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이 때문에 묘하게 하나의 행성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읽어내는 김초엽의 세계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 같은 세계다.

 

김초엽이 빚어낸 인물들은 죽음과 소멸같은 멸망의 순간에도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투쟁했다. 예를 들면 <스펙트럼> 속 주인공이 은하계 속에서 우주미아가 되었을 때에도 '루이'들과 색채언어를 이해하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김초엽의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근원에는 이해하고자 하는 투쟁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기에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기에 기어코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굴레 말이다.

 

글리프 6호, 김초엽 '실험'편은 홀로 이해하기엔 너무 멀게 느껴졌던 김초엽의 세계에 망원경을 놔주는 역할을 한다.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 몇가지로 줌을 당긴 듯 김초엽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속에서 경이로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초엽_모의고사.jpg

 

 

그리고 '덕질'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세계관의 디테일을 모의고사 형식으로 빚어냈다.

 

마치 자격시험을 치르듯 그럴듯한 문제 형식을 갖춘 '초엽영역'은 작가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척도가 됨과 동시에, 묘하게 존중받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시험공부를 하는 행위만으로도 성취감이 쌓이듯이, '작가 덕질'도 학문의 일종처럼 존중받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 초엽 영역에서 만점을 바라보기란 요원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김초엽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차례로 만나다보면 언젠가 100점이라는 고지에 도달하리라 믿는다.

 

 

 

최현서_아트인사이트 명함 겸 태그.jpg

 

 

[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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