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장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미술 안내서 -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글 입력 2023.01.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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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다. 현대미술은 작품 설명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대게 미술관에 전시된 시간의 흐름이 담겨있는 작품들은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작품을 보는 시간의 정도가 개인의 이해 정도를 나타낸다고 믿으며 무작정 오래 보곤 했다. 작품을 천천히 오래 보며 흡수하는 건 괜찮지만 오래 봐야 한다는 편협한 믿음은 내가 미술을 즐기지 못함을 나타낸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이창용’ 도슨트가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미술 안내서다.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갔을 때 설명을 도와주는 브로셔처럼 나와 같은 미술 초보자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안내서와 비슷하다. 단순히 작품 설명뿐만 아니라 그 작품과 화가에 얽힌 스토리도 담겨있어 스토리텔링의 힘도 느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고전주의,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인상주의 등 미술사의 변화에 따른 작품 소개로 독자를 그 시대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미술사에 중요한 영향을 준 주요 역사의 시점을 집어줘 단순히 미술 그 자체가 아닌 미술에서 역사로 그 범위를 확장해 폭넓은 이해를 도와준다. 미술 하나로 그 시대의 역사를 가져오고 그 나라를 가져오니, 집에서 가장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안내서다.

 

미술이 재밌다고 느꼈던 데에는 ‘이창용’ 도슨트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 크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에두아르 마네’다.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 신고전주의의 영향과 사실주의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전형적일 때 그 방식을 거부하며 상류층의 거북한 문화를 과감히 표현한 그의 스토리가 주의를 끌었다. 그 후 그의 작품을 봤을 때 더 와닿았으며 하나에 작품에 사회적 배경과 개인의 신념이 복합적으로 들어간 점에 더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말을 탄 나폴레옹의 그림으로 유명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현재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나폴레옹의 이미지는 사실 그가 그림을 통해 만들었다는 점이, 미술이 권력과 선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준다.

 

작품과 함께 미술사의 흐름을 보며 깨달은 건 현시대의 유행과 흐름은 바로 전 시대의 유행과 흐름에서 탄생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린 르네상스는 신 중심적이었던 고전주의의 결점에서 등장했고, 이런 고전주의는 미술을 그저 장식용으로 예쁘게만 그린 로코코 시대의 결점에서 신고전주의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한다. 그 후 똑같은 결점으로 인상주의가 등장한다.

 

한 시대의 절대적인 믿음의 가치는 다른 시대의 시선에 맞물려 달라진다. 절대적인 믿음이 잘못된 신념이 되기도 하며, 다시 세계를 잡고 끄는 하나 된 믿음이 되기도 한다. 긴 미술사에서 비교적 최근 등장한 현대미술도 전 시대의 결점으로 등장했다.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사회적 메시지가 현대미술의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턱에 손을 얹은 채 감상하지만, 언젠가 다시 시대가 변할 때 과연 가만히 턱에 손을 얹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때의 실패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미술사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창용’ 도슨트는 좋은 작품과 안 좋은 작품의 선택은 개인적이라고 한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눌 수 없으며 개인이 그 작품을 봤을 때의 느낌이 자신에게 좋은 작품이 된다. 놀라운 기술과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는 작품보다 나에게 인상을 주거나 마음을 울리는, 공감을 끌어내는 작품이 더 좋은 작품일 수도 있다.

 

좋은 작품을 개인이 오롯이 받아들이는 이 방식이 미술을 어렵지 않게 한다. 미술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 이유는 어쩌면 좋은 작품인지 판별하려고 했던 나의 편협한 점 때문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 부담감을 내려놓고 미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꼭 한 번 프랑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한번 미술에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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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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