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2월 31일 23:59에 남기는 편지 [사람]

글 입력 2023.01.0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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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반년 같고, 반년이 한 달 같으며 한 달은 일주일 같다.

 

세상에 오래 존재할수록 시간선은 숨 가쁘게 달린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9살의 1년과 19살의 1년, 그리고 지금의 1년은 거북이와 토끼만큼이나 시속이 다르다. 아직 새파랗게 어림을 소리치는데도 모순적으로 나이 듦을 실감하곤 한다. 시간의 밀도가 달라졌다.

 

같은 시간에도 손에 쥐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늘어가는 건 후회뿐이라. 과거엔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했는지 한탄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곤 한다. 아직도 후회의 굴레를 온전히 벗어나기엔 연륜이 부족한 것 같다.

 

연말을 맞이하여, 늘 생각의 파편만 끄적이던 손은 12월 31일 저녁 10시 즈음에 노트북을 켰다. 나도 연말정산이란 걸 한번 해볼 참이었다. 심지 끝까지 타들어 간 2022년에 무언가 흔적이라도 남기려는 시도였다.

 

1월, 2월, 3월. 어쩌다 5월, 9월,11월.

 

갤러리를 뒤지다가 몇줄 써 내리고, 글을 쓰다 먼지 쌓인 책장을 뒤적이는 일을 반복했다. 가끔은 사진 앨범을 펼쳐보았다가 어루만지기도 했다. 2022란 숫자에 담긴 것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내가 떠나보낸 것들이 손끝에 차올랐다. 그것들은 고스란히 후회의 문장이 되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황금률처럼, 끊어낼 수 없는 후회의 갈퀴는 한 시진을 꼬박 채우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그게 12월 31일 23:59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 같은 극적인 시간이었다.

 

그제야 무언가 희망을 되찾은 것처럼, 워드 한 페이지 반을 가득 채운 부정의 언어들을 몰아냈다. 다시 백지장이 되었다. 그 위에 가장 먼저 쓴 문장은 이거였다.

 

‘그럼에도 올해도 잘 살아남았고 잘 존재했단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엔 퍽 쉽게 문장이 이어졌다.

 

‘지금의 내가 품은 실망, 힘겨움, 슬픔은 모두 지금 이 시간에 묶어두고 1년 동안 모인 행복, 성취, 열망과 긍정적인 것들만 품에 안고 2023년으로 뛰어들고 싶다.’ 지금 가장 날 것의 진심이었다. 둥,둥. 귓가에 제야의 종소리가 울렸다. 2023년이 훌쩍 뛰어와 귓가를 감싸 안았다.

 

서늘한 방안, 원목 책상 앞에 앉아 이 지지부진한 편지의 끝을 맺었다. ‘안녕 2022. 아마도 스무 개가 넘는 1년들 중 널 가장 그리워할 것 같기도 해’ 이제는 눈부시게 빛날 미래를 맞이하러 가야 할 시간이다.

 

2022년 12월 31일의 23:59, 그 마법 같은 시간에 후회,슬픔, 힘겨움,실패를 묶어두고 왔다.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있던 감정들은 그 시간선에 묶여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할 것이다.

 

진실로, 편지를 마치며.

 

Goodbye 2022, Hello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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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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