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볍고도 무거운 코미디 레퍼토리, 연극 '스카팽' [공연]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이 선보이는 코미디 레퍼토리, '스카팽'
글 입력 2023.01.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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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팽'은 2019년 국립극단에서 제작되어 처음 올려진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작품이다. 여기서 레퍼토리란 극장이나 극단, 제작사에서 상시적으로나 일정 기간을 두고서 공연할 수 있는 작품 목록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들려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나 보여 줄 수 있는 장기에 가까운 듯하다. 연극과 뮤지컬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 '스카팽'은 세계적인 극작가 몰리에르가 우리에게 던지는 풍자와 유머를 진하게 담고 있었다.

 

특히나 2022년은 몰리에르가 탄생한지 400주년이 되는 해로, 프랑스의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해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인 '스카팽'이 두 집안의 아들들이 정략결혼 대신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이야기에 더불어 시의성을 가진 유머와 즐거운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작품은 더욱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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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진: 국립극단 제공

 

 

'스카팽'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를 꼽으라 하면 '트렌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신선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2022년에 맞춰 단장한 유머스러운 대사들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과의 충분한 래포를 형성한다.

 

트렌드를 담아낸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이 연극의 신선함을 쭉 유지한다. 스카팽뿐만 아니라 직접 등장하는 몰리에르도 그러하다. 극이 시작할 때 무대는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 안과 밖이 가시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몰리에르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여러 가지 '밈(meme)'을 꺼내놓는데, 그게 그렇게 우스울 수가 없었다.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아', 유튜브를 좀 보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지코의 '새삥'. 다들 알지만 그래서 더 웃음이 터져 나오는, 단순히 모사이지만 똑같아서 재미있는 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유머는 극 전반에 계속 등장해 우리로 하여금 공감하고 시대극임에도 이야기에 빠져들어 깊이 공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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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몰리에르가 등장해 이야기가 차질 없이 진행이 되도록 감독하는 이야기 속 이야기, 즉 액자식 구성이다.

 

"연결해!" 몰리에르는 이야기 속 재벌 자식들과 그의 연인들, 스카팽의 주고받는 연기가 늘어지거나 끊어질 때 소리친다. 관객으로 하여금 극을 보고 있음을 인지시켜주는 것이다.

 

이처럼 극중 캐릭터들이 액자 밖으로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빈번한데, 개인적으로 연극의 묘미 중 하나라고 느낀다. 라이브 연주하는 단원에게 말을 건다던가, 관객들에게 소통을 시도한다던가 하는 시도들은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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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벌과 그 하인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간계'라는 뻔한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열정이다. 코미디 레퍼토리라는 흔치 않은 장르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가지고 오른 배우들은 하나같이 빛이 났다.

 

기존 공연에 참여했던 강해진, 김명기, 이중현, 문예주, 박경주, 성원, 이호철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새롭게 합류한 김예은, 안창현, 이혜미 배우의 파릇함이 더해져 생생한 감동을 전달하는 극이 꾸려진다.

 

관객이 웃으면 프로정신을 발휘해 다음 대사를 읊어야 하는데 배우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흐름에 온몸을 던져 분위기를 사로잡아버린다.

 

오랜만에 보는 연극, 특히 코미디 레퍼토리 작품은 처음 접하게 되었음에도, 그리웠던 곳에 돌아온 것처럼 극은 내내 따뜻하고 재미가 가득했다. 위대한 극작가 몰리에르와 열기로 가득한 한국의 희극 배우들의 연극이 궁금하다면 국립극단 명동예술 극장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다양한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배리어 프리인 한글 자막, 음성해설, 한국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회차도 있으니 많은 관심으로 우리 극장이 겨우내 따뜻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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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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