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정에서 나오는 열정은 생산적이다. - 글리프 ‘김초엽’ 편

글 입력 2023.01.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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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된다. 모두가 그렇다. 각자의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어, 자기만의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그러한 세계가 서로 만나 더욱 풍성해진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세계에 푹 빠지곤 한다. 그 세계가 나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사랑의 형태일 수도 있고, 존경일 수도 있으며, 종종 질투나 연민의 감정으로 덧칠되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다양한 명칭을 갖는다. 연애, 친구, 짝사랑.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될 경험, 덕질.

 

사실 덕질은 주변으로부터 종종 배척받는 취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의 세계를 살지 않고 다른 세계에 과몰입하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좋아하는 마음을 쏟아붓는 사람들은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애정에서 나오는 열정은 매우 생산적이다. 덕질 대상에 대한 전문가나 다름없으며, 그 대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비평가이자 2차 창작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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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을 책의 목적으로 두고 있다. 6호의 주제는 소설가 김초엽이다. 이 책은, 덕질이 왜 생산적인 작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덕질은 새로운 세계를 아주 풍부하게, 깊숙이 소개해준다.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찬찬히 스며들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안내하며 그 정수까지 다다르는 지름길을 가르쳐준다.

 

김초엽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심지어는 이름만 들어봤던 사람들도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과 진정성, 그리고 미래까지 기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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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는 김초엽이 소설에서 다루는 ‘혐오’, ‘정상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러 작품을 관통하여 작가가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후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 팬레터, 팬들이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읽기 전보다 김초엽 작가와 한껏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렇게 많은 팬이 한 작가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작가와 팬, 그리고 김초엽을 알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유의미하다. 김초엽이라는 한 사람의 세계가 여러 팬의 세계와 맞닿으며 엄청난 관계의 우주로 확장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글리프의 구성은 꿈틀거리는 SNS의 꿈틀거리는 태동을 닮았으면서도, 덕질 대상을 깊이 있게 존중하고 즐기는 문화 향유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하나의 톤으로 색칠된 거대한 명화를 보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작은 음식에서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여러 가지 맛을 느끼는 것과도 같다. 영화 한 편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경험과도 유사하다.

 

덕질의 묘미가 이런 것 아닐까? 하나의 주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고 삶의 흥미를 얻는다. 글리프는 이러한 ‘덕질’의 선순환과 엄청난 잠재력을 앞세운 서적이다. 팬들에게는 유대감과 더 풍부한 ‘덕질거리’를, 그 외의 다른 독자들에게는 한 세계로 빠져드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담긴 일종의 지도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글리프를 읽기 전인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매 순간순간을 활기차게 하는 것이 있는가? 애정으로부터 열정이 샘솟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푹 빠져, 하루 종일 그 이야기만 해도 모자랐던 경험이 있는가?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글리프를 통해 공감의 정서를 느낄 것이고, 없다면 글리프를 통해 꼭 덕질이 여러 삶에 주는 생동감을 느끼길 바란다.

 

덕질하는 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언어와 아이디어를 글리프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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