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맥스 달튼, 그 영화의 순간을 담으며

글 입력 2022.12.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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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그의 전시회는 이전, 2021년 서울에서 한차례 전시된 적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그의 작품을 눈앞에서 생생히 본 적은 전무했다. 말하자면 SNS에서, 호사가들이 던져주는 정보나 먹으며 그를 단순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일러스트로 유명해진 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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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60층의 높이에 전시된 맥스 달튼의 세상을 보기 위해 오르는 승강기는 무척이나 높아서 입장 전부터 가슴이 부풀었다. 그리고 가벼운 고양감에 들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고(영화 광인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즐기는 정도이다)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하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작가와 그의 세상을 보자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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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배우이자 동시에 영화감독이며 평론가인 프랑수아 롤랑 트뤼포의 한마디가 전시 입장 전에 쓰여있다. 왜 본인의 어록도 아닌데 전시의 시작에 해두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그가 저 글귀에 마음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자신의 전시회에 온 관람객도 공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두었을 것이라는 감상과 전시회의 발걸음을 뗐다.


본격적인 입장의 순간 전, '고전 시네마 세상' 따위의 이름을 가진 TV 쇼에 나올 것만 같은 전시 패널이 맞이했다. Cinema라고 적힌 작은 간판과 붉은 커텐의 배경이 영화라는 테마를 내게 더 몰입시켰다.

 

또한 입장 전, 작가 본인을 그린 자화상 일러스트와 63아트홀에서 전시하는 기념을 맞아 직접 그린 듯한 그림과 더불어 그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설명글을 읽었다. 이 자리에 와서야 당신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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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며, 이따금 뮤지션이나 작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 컬렉션 (The Wes Anderson Collection)]의 일러스트레이션과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라이즈 킹덤], [프렌치 디스패치]등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담았다.

 

유대계 오스트리아인과 오키나와인 부모님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나고 자랐다. 3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래픽 아트는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다. 1992년 6개월간 영국계 아르헨티나인 화가 케네스 켐블 (Kenneth Kemble) 지도 아래 그림을 공부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은 영화,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온다. 50년대 만화에서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섭렵하며, 작가는 지난 20년 동안 독특한 일러스트 스타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한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그는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영화들을 주제로 하여 보는 이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전과 동시대를 아우르며 소위 '덕후'를 자극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


작품을 감상하며 느낀 점은 '알지 못하는 영화 때문에 이렇게나 아쉬울 수도 있구나'였다.

 

아는 영화가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 제목만 아는 모르는 영화를 기반으로 그린 작품을 볼 때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라도 알 수 있게 작품 설명과 함께 써두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도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의 작품을 보고 가벼운 호기심에라도, 영화를 찾아보고 제대로 감상하기를 바란 작가의 마음 아니었을까.


또, 어떠한 깨달음은 없더라도 적어도 눈이 즐겁다.

 

꼭 무언가 멋나는 깨달음이나 교훈이 있어야 하는가? 적어도 내 생각은 'NO'이다. 모든 영화가 무겁지만은 않듯, 가볍고 즐거운 경험을 준다. 무엇보다 '영화'라는 장르를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지니 뮤직'과 함께 제공하는 QR코드를 이용해 영화에 나오는 OST를 감상하며 청각으로도 영화 작품과 그의 일러스트를 즐길 수 있다. 지니 뮤직을 이용하지 않음에 무척 아쉬웠던 포인트이다.


전시 작품은 영화 일러스트와, LP 커버 디자인과 동화책 일러스트 등을 포함하여 총 130여 점이다. 전시회는 영화 'n 막'의 개념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막 <영화의 순간들 Moments in Film>에서는 <스타워즈>,<007 시리즈>, <킹콩>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낭만 로맨스 영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의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와 더불어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다룬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1막은 가장 다채로운 영화로 관람에 빠져들 수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장면을 그린 작품.

 

영화 자체보다도 그것을 전시에서 해석한 포인트가 좋았다. 폴과 홀리의 대사를 적어두었기 때문에, 해당 대화만으로도 그림의 순간에 빠져들 수 있다. 아무도 우리를 가둘 수 없고, 아무도 우리에 가둘 수 없다는 사랑에 대한 홀리의 생각을 일러스트에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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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A LOVE STORY'라는 이름으로 그려진 영화의 러브라인과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 '아! 이거 XX에서 봤던 XX 커플이잖아'하며 아는 영화의 캐릭터가 나올 때 별거 아니면서도 참 좋았다. 말 그대로 반갑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작품에도 녹아든 그의 스타일인데, 맥스 달튼 작가는 이런 묘사를 참 좋아하더라. 자잘 자잘한 요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장을 이루는.  건물이나 기차를 단면으로 묘사해 조각 그림처럼 그리는 그의 고유한 스타일과 요소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장면을 그대로 그렸으면 그저 그랬을 것 같은데, 영화 장면에 작가의 상상을 더해 창의적으로 묘사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나 가오나시 등의 생뚱맞은 요소가 튀어나와 재미를 준다.


또한 한국 영화 파트 중,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뇌리에 남는다. 영화 <기생충>의 지하실로 이어지는 계단 부분을 걸어나가는 듯한 감상을 주게 설계된 부분이나, 불빛 버튼을 통해 영화에 나온 모스부호를 직접 눌러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부분이 독창적이라고 느꼈다.


제2막 <웨스 앤더슨 컬렉션 The Wes Anderson Collection>은 맥스 달튼의 가장 유명한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비롯하여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된 <프렌치 디스패치> 컬렉션 북을 선보인다.


1막을 한껏 즐기고, 2막으로 향하는 길에는 서울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통로를 지난다. 후에는 작은 불빛을 이용해 별빛 같은 인상을 주는 짧은 터널을 지난다. 얼마나 화려한지 눈을 떼기가 어렵다. 그리고 나오는 것이 2막의 화려한 시작이다. 비비드 한 분홍-보랏빛의 색감의 향연이 영화 속에 나오는 호텔과 무도회장에 직접 당도한 듯한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2막은 그림 한점과, 저 화려한 공간이 다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아름다움이 압도적이라, 꼭 직접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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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맥스의 순간들 Moments in Max>은 맥스 달튼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비틀스, 엘튼 존, 밥 딜런 등의 록스타와 가수, 화가가 작업하는 순간을 담은 화가의 작업실, LP 앨범 커버, 그의 동화책 시리즈까지. 아마 그가 그일 수 있게 한 요소들이겠지.

 

그에게 비틀스, 앤디 워홀이 그런 존재라면, 내게는 누가 있을까 하며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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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다. 아, 공연이나 전시회는 왜 이리 비싼 걸까? 저렴해봐야 10만원부터 시작하잖아!


'아마 그 순간을 사기 때문일 것이다.'

 

끝장나게 멋있는 그 순간을 즐기고, 한 동안은(적어도 한 달간은) 그 기억을 허우적대며 살거든.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기억과 순간이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면, 참 저렴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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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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