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롭게 다시 느껴보는 그 영화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2.12.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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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당시 대학 동기가 이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고 추천을 해줘서 급하게 표를 끊고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보고왔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생각보다 잔인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휘향찬란한 색감과 빠른 속도감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관람했다. 분홍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참 예쁘단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년 동안 영화, 음악, 책 등의 대중문화를 모티프로 빈티지한 색감과 함께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이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 외에도 [스타워즈], [이터널 선샤인], [쥬라기 공원] 등 SF영화, 로맨스, 액션 등 80~90년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장르 영화들을 모티프로 하여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 속에 녹여내었다.
 

 

올 해 마지막 문화 생활이 될 <맥스 달튼 - 영화의 순간들>을 63아트 전시관에서 관람하고 왔다. 앞서 내가 말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관련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기에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

 

 

(나이트.ver)포스터_전달용-01.jpg


 

전시는 총 3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 1막 <영화의 순간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난 반세기 영화 역사에서 손꼽는 다양한 장르의 명작을 작가의 관점과 색감으로 재구성한 일러스트 작품을 소개한다.

 

1막의 작품들 특징은 건물을 반으로 자른 듯한 단면도에 필요한 등장인물들, 그리고 사건의 개연까지 모두 담아내었단 것이다. 직접 봐서 알고 있는 작품들은 그림 속 현재 상황을 파악해보기도 했고, 영화의 등장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터널 선샤인, 레옹, 기생충 등 생각보다 긴 상영 시간을 가진 영화를 이렇게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시킨다는 게 너무나도 놀라웠다. 또,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아멜리에> 등 다양한 명작들도 많았는데 아직 못 보았다보니 관람에 조금 아쉬움이 있긴 했다. (게으른 나의 잘못이다) 그래서 빨리 <펄프 픽션>을 봐 볼 생각이다.

 

 

레옹.jpg

 

 

우스갯소리인데, 다른 작품들은 왜 모두 본인의 스타일로 그렸으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지극이 닮게 그렸는지 궁금했다. 처음 가오나시와 토토로 그림을 보았을 땐 작가가 직접 그린게 아니라 원작의 그림을 가져온 줄 알았다. 그래도 이와는 별개로 아는 작품을 보니 전시가 즐거웠다.

 

이래서 사람이 아는게 많고 배경지식이 많아야되는 걸까.

 

 

 

제 2막 <웨스 앤더슨 컬렉션>


 

아름다운 미장센과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와 같은 연출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 2막에서는 이번 전시의 표지를 장식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와 <프렌치 디스패치> 관련 맥스 달튼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 호텔의 정면 모습을 펜스 넘어서 관람할 수 있는 구도였다. 넓은 방, 마치 멀리서 호텔의 전경을 바라보는 듯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호텔은 깊은 숲 속, 사람이 쉽게 드나들기 조금 어려운 곳에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럴까 영화에서 느껴졌던 호텔의 신비로움이 그림에서도 느껴졌다.

 

 

GBH_cover.jpg

 

 

동일 감독의 2021년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전시의 경우, 건물의 앞면과 뒷면을 그려내어 처음 시작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전시, 그 사이에 다른 장면을 전시함으로써 마치 건물 안에 있는 느낌이 들게끔 나타냈다.

 

미국의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뛰어난 미장센으로 유명하다. 다른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크게 받지 못 할 정도로, 유니크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스타일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림에선 또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진 못 했고 그저 예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림을 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대신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앞서 설명한 설치 기법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인지, 역시 예술가는 다른 듯 하다.

 

 
흔히들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정반대죠. 주변 사람들이 작가에게 캐릭터와 사건을 제공한답니다.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지금부터 여러분께 전혀 상상도 못할 이야기를 제가 들은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 맥스 달튼
 

 

 

제 3막 <맥스의 순간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게 한 그의 오랜 취향과 영감이 반영된 LP 앨범커버,<화가의 작업실>, 그림책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글이며 그림이며, 예술가들은 대체 어디에서 영감을 떠올리는 걸까? 글 작가라면 책을 읽다 떠오를 것이고, 그림 작가라면 명화들을 보고서, 영화 감독이면 영화를 보다 떠오르는 것일까? 생각보다 매체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글을 읽다 그림으로 승화를 시킬 수 있는 것이고 그림을 보다 이를 음악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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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아마 음악을 굉장히 선호하는 듯 하다. 수많은 LP판에 그린 음악가들의 모습, 아마 선호하는 뮤지션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그림들을 보면 그러하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얻는 영감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다만 작가와 내가 살았던 시대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뮤지션들을 알아보지 못 한 점은 조금 아쉬웠다.

 

영화에서, 게임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음악이 아닌가. 글도, 그림도, 행위도 모두 대단하지만 음악이 가진 힘 역시 너무나 대단하다. 역시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

 

어떤 소양과 교양을 기르기 위해 전시를 찾고자 하지만, 생각만큼 크게 와닿지는 못했다. 아마 내가 예술에 대한 어떤 배경지식이나 예술 작품 관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크게 끼치는지 잘 몰라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맥스 달튼의 전시회는 다르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또 다른 작품을 보면서 나의 생각거리가 늘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사람은 꾸준히 예술을 접해야되는 듯 하다.

 

여담이지만 63빌딩도 너무 가기 힘든 곳이었다. 2n년 살면서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네이버 지도도 정확한 경로를 알려주지 못해 엄한 곳으로 갔다가 안내데스크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용산 아이파크몰이며, 롯데타워며, 요즘 건물들은 하나같이 미로로 만드는 것 같다. 나 같은 젊은 사람도 다니기가 어려운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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