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날 몰라! [사람]

그래서 그게 니 본질이라고?
글 입력 2022.12.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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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난 동기에게 들은 말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진보니 보수니, 자유니 평등이니 하며 신나게 떠들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동기가 "넌 아주 두껍고 무수히 많은 양파껍질 속에 쌓여있는 마그마 같아"라고 하며 나에게 너는 너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해왔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나는 스스로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당연히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즉각 부정했다. 하지만 동기는 비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회에서 말하는 가치들은 절대적인 게 아니야. 법적으로 살인은 금지되어 있고 사람들이 살인자를 비난하지만 그게 정말 나쁜 게 맞을까? 너가 만약 사람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면 살인을 본 순간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겠어? 너의 영혼, 너의 본질이 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니?"
 

 

나도 비슷한 생각은 많이 했었다.

 

사회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려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이미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 '무엇이 가치있는가' 로 접근을 했다면 동기는 '나는 누구인가' .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로 접근을 했다는 것이다.

 

동기는 3년간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확신이 있다고 했고 실제로 확신에 차서, 아주 단적으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이다 라고 나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너의 본질은 무엇이냐고 나의 대답을 촉구했다. 처음에는 말문이 막혔지만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 나의 이상,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 태생적 기호 등등. 하지만 동기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게 니 본질이라고?"

 

"음....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겠는데"

 

이상의 근거가 '사회'에서 '나'로 옮겨진 순간 내 의견은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사회를 탈피한 후 동기는 '나'에게 향했지만 나는 사회를 탈피한 '사회'만을 생각했다. 사회를 탈피해 사회를 생각하다니 정말 웃기는 소리다.

 

나의 이상에 내가 빠져있다는 게 내가 여전히 사회에 갇혀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돼버렸다. 그동안 정말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남의 가치를 나불대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그곳에 '나'만 채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뭐든지 빠르기 때문에 나의 본질을 말하는 데 3년이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나를 잘 아는 게 중요해요'는 당연한 소리 같기도 하고, 어디 자기개발서에 나올것 같은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나를 잘 아는 게 중요해요.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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