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향수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2.12.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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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개성과 감각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일러스트 작업으로 유명한 ‘맥스 달튼’의 전시다.

 

‘웨스 앤더슨’의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나서 거장의 타이틀에 가려진 좋은 작품들도 많음을 느꼈다. 전시는 크게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의 ‘영화의 순간들’, 2막의 ‘웨스 앤더슨 컬렉션’, 그리고 3막의 ‘맥스의 순간들’로 이어진다.

 

영화로 시작해 그의 인생으로 끝나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 제목인 ‘순간’은 보는 내내 추억을 건드린다. 그의 전시를 보고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바로 ‘그리움’이다.

 

작품에 50년대의 빈티지한 느낌을 담는 그는 보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느끼도록 한다. 약간 번지고 낮은 채도의 색들은 서랍에서 꺼낸 오래된 책 같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기억 속의 흐릿한 추억을 건드는 점이 ‘웨스 앤더슨’ 감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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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은 그의 주요 작품들을 보여준다. 70년대에서 현대까지 유명한 영화의 한순간을 그의 감각대로 표현한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그림으로 남기고, 과거 영화를 봤던 추억을 포착하니 ‘순간’이라는 단어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장르와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 눈에 보였다.

 

특히 ‘스타워즈’의 순간을 담은 작품들은 향수를 자극하는 그의 스타일과 어울려 옛 기억을 회상한다. ‘스타워즈’가 유행하던 그 시절에 없던 나조차도 없던 추억을 보는 듯했다.

 

로맨스 영화로 유명한 ‘이터널 선샤인’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미셸 공드리’ 감독 특유의 공상적이면서 기괴한 느낌과 겨울 배경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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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커플들을 모아 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모든 감정들이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을 하나하나 정렬해 마치 보석함과 같았다. 저마다의 사랑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었고 영화를 봤을 당시에 느껴졌던 몽글한 감정이 올라왔다.

 

 

[크기변환]the host 48x36 저화질.jpg

 

 

‘웨스 앤더슨’만큼이나 익숙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도 있었다. ‘기생충’으로 만난 인연은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까지 이어졌다. ‘괴물’, ‘설국열차’ 등 시간이 지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애틋한 가족애가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괴물’과 ‘기생충’에서 그렇다. ‘맥스 달튼’의 작품에서 그 가족애가 느껴졌다. 괴물의 뱃속에서 옹기종기 모인 가족들은 암담한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을 잘 보여준다.

 

 

[크기변환]Le Sans Blague 저화질.jpg

 

 

2막은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다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전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두 예술가의 특징이 비슷했다.

 

작년 개봉했던 ‘프렌치 디스패치’를 다룬 작품들도 걸려있었다. 이 영화 역시 어느 한 시대의 한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리움을 자극한다. 빛바랜 색들이 가본 적도 없는 한마을을 그려낸다.

 

전시장 내의 색들도 전시와 어울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작품이 걸린 공간은 보라색과 분홍색, 붉은색이 돋보였으며 ‘프렌치 디스패치’의 공간은 파스텔톤의 색으로 작품과 공간이 하나로 합쳐진다.

 

2막은 전체적으로 익숙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쉽게 보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2막에서 그의 유명하고 익숙한 작품을 보여주고 1, 3막에서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듯이 구성이 잘 짜였다고 생각한다.

 

 

[크기변환]The Beatles, On The Rooftop.jpg

 


3막은 영화뿐만이 아닌 음악과 그림에서의 ‘맥스 달튼’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작품들로 그의 취향과 삶이 담겨있다. 어렸을 때 음악을 하고 학교도 음악으로 갔던 그의 삶이 반영되어 음악에 대한 존경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예술가를 향한 존경도 느껴졌다. 그가 좋아하던 가수들의 LP를 그리거나 화가들의 작품 속 풍경들을 그리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이 영화처럼 한 시대를 장악했던 아티스트를 담은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부터 음악까지 대중예술을 포착하는 그의 능력과 감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50년대의 빈티지한 스타일로 그들을 재현함으로써 그 시대를 눈앞으로 소환한다. 오래된 책장과 서랍이 놓여 있는 공간으로 발을 내민 느낌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영화도 발전한다. 기차가 도착하는 그 짧은 시간을 담은 영화가 어느새 나비족의 혈투를 담은 ‘아바타’로 발전했다. 하지만 ‘맥스 달튼’의 손을 거치면 ‘아바타’도 옛 정서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바타 1’이 13년 전에 나온 걸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닐 것 같다.

 

소중한 순간들을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그 또한 그만의 방식으로 순간들을 남기는 게 아닐까 싶다.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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