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노키즈존이 불편하다 [사람]

왜 못 들어가요
글 입력 2022.12.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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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과 유명 카페에 방문하였다.

 

주차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카페 앞에서 마주한 것은 바로 어린이 제한 구역을 뜻하는 노키즈존 푯말이었다.

 

 

노키즈존 푯말.JPG

 

 

기분이 나빴다. 8살 이하로 아는 동생이란 먼 친척에도 없는 나지만, 불쾌했다. 키즈(Kids) 앞 노(No)라는 단어가 이렇게 당당히 와도 되는 걸까?

 

해당 카페 특성상 아이들의 출입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각 테이블에선 손님들의 활발한 수다와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타 다른 대형 카페들과 다를 것 없이 동일한 구조와 비슷한 메뉴를 파는 곳이었고, 아이들이 오기에 부적합한 테마를 가진 곳도 아니었다.

 

물론 자영업자의 사적 영역이니, 영업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목적으로 아이들을 향한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아이들의 기본적 권리가 사적 자유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아이들 또한 우리와 같은 국민으로서, 출입을 금지당한 것은 평등권의 침해이다.

 

 

노키즈 2 2.png

 

 

노키즈존의 문제는 단순 평등권 침해와 기분이 상한다는 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특정 집단의 출입을 금지하는 푯말은 생각보다 더 큰 해악을 품고 있다. 단순 출입 금지 이슈에 머무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 가시적이고 심각한 차별 이슈로 환원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처럼 굴었을 뿐이고, 그 이유에서 차별을 가하는 것은 분명 차별의 가담자를 늘리는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키즈존이 과거 흑인 분리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게 무엇인가?

 

노키즈존의 확산은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출입을 거부당한 가족들은 다른 식당이나 카페를 방문할 때 스스로 환영받지 못한 존재라는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특히 ‘맘(mom)충’이라는 단어가 사실상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아가는 요즘, 맘충 또한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미로 확장될 가능성도 보인다. 여성과 어머니라는 관습적 위치에 대한 선입견이 자라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로 인해 거부당했음을 인지한 상황은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프다. 인간이라면 모든 영역에서 평등함을 어린 나이에 깨우쳐야 하는데, 노키즈존의 피해 사실은 아이가 옳은 방향으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오류를 줄 것이며 거부 당하는 존재로서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다.

 

차별은 더 이상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키즈존의 확산은 노아줌마존으로, 노10대존으로 확장될 것이다. 차별의 가담자와 피해자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제만 하여도 노키즈존을 옹호하던 내가 오늘은 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나의 선택이 누군가의 삶에 상처를 주진 않는가 성찰하고 숙고하며 살아야 한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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