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 쓰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들 [영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 (2000), <바톤 핑크> (1991)
글 입력 2022.12.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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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에 관한 영화가 의외로 많다. 작가가 쓰는 이야기나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말고 작가라는 인물 그 자체에 관한 영화.

 

글을 쓰는 사람의 내면은 어떨까? 영감이라는 것은 어디서 나오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 글이라는 게 나오는 걸까?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두 명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았다. 우연의 일치로 전부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올모스트 페이머스.jpg

 

 

 

글을 쓰며 성장하다: <올모스트 페이머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록 음악이 지고 있던 시절과 그 시대의 열정에 관한 헌사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윌리엄 밀러가 롤링스톤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평론가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윌리엄 밀러는 다른 사람들보다 2년이나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 그렇기에 자신의 신체적 나이에 맞는 또래 친구들 보다 마음은 성숙하고, 학교 친구들에 비해서는 어린애 같은 모습에 여기저기서 겉돌 뿐이다. 그런 윌리엄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사춘기 시기를 지나고 집을 떠나 독립한 누나가 두고 간 록 음악 앨범들이었다.

 

사실 윌리엄이 글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잡지 롤링스톤의 표지 기사를 작성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누나를 통해 엄선된 음악을 '큐레이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타고난 감수성과 문화적 경험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태로, 윌리엄이 신예 밴드인 '스틸 워터'의 투어를 함께하며 자신이 동경하던 음악 업계의 현실과 밴드의 난잡한 사생활, 갈등을 경험한 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윌리엄이 작성한 기사는 사실 검증 단계에서 모두 부정당하고 결국 기사는 무산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말에서 판타지를 조금 섞어 관객에게 희망을 준다. 밴드 스틸 워터 측에서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 기사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며 인정한 것. 그렇게 윌리엄은 처음으로 롤링스톤 잡지의 표지 기사를 완성하게 된다.

 

윌리엄이 어린 나이에 이런 성공을 거두고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많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레스터 뱅스는 새로 떠오르는 평론가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뮤지션들은 '평론가는 우리의 적이다'라면서도 앳된 얼굴의 윌리엄을 따뜻하게 대한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글을 쓴다는 것이 방 한 구석에서 고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톤핑크.jpg

 

 

 

글쓰기의 현실적인 고통: <바톤 핑크>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창작의 즐거운 고통과 긴장에 관해 희망적으로 마무리했다면, <바톤 핑크>는 그 정반대에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선, 표지 기사도 유명한 밴드도, 눈에 띄는 자아 성장도 없기 때문이다. 전부 잃는 이야기이다.

 

의외로 영화의 시작에서 바톤은 작가로써 인정받는다. 그는 이제 막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극작가이고, 할리우드에서 상업영화 대본을 써 돈을 벌기만 하면 원하는 작품은 다 쓸 수 있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생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레슬링에 관한 대본을 쓰게 된다. 집중하기 위해 낡은 호텔에 장기 투숙을 신청하기까지 했지만, 대본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고 마감 기한은 다가온다.

 

바톤 핑크는 작업을 하려고 하지만 주변의 상황이 자신을 방해해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오래된 호텔의 벽지는 더위에 계속해서 벗겨지고, 벽지를 고쳐 놓으면 불쾌한 습기가 손에 묻어난다. 방음이 되지 않는 벽과 모기의 존재는 그가 '작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 방해만 된다.

 

그가 옆방의 장기 투숙객 찰리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인데,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바톤은 찰리 때문에 작가인 자신의 일이 방해된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찰리가 나누는 대화를 단호하게 거절할 용기가 없다. 그는 작가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고독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바톤이 '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찬하고 흥분해 자신의 작가관, 자신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세상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모습과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급하게 대본을 완성해낸 뒤 성취감에 빠져 파티장에서 시비가 붙은 젊은 군인에게 '나는 작가고, 내 머리가 제복이며, 나는 좋은 작품을 써낸 것을 축하하는 중이다'라며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결국 주인공의 작품은 상업적인 영화계에서 쓰레기 취급 받는다. 그는 돈을 벌지도 못했고, 커리어 개발도 못 했으며,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채 정신적인 피로감도 쌓여 있다.

 

글을 쓰다가 한계에 도달한 작가의 모습과 마감에 임박해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의 전개가 잔잔하면서도 급박하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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