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들려주는 피노키오 [영화]

너무 순수해서 가슴 아픈
글 입력 2022.12.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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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작품들을 재밌게 봐와서 이번에 공개될 피노키오도 기대를 잔뜩 품고 봤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 없어서 못 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가 있을까.


2019년과 올해 9월에도 실사 영화가 개봉될 만큼 피노키오는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고, 2D 애니메이션 시절의 디즈니 영화로 어렸을 때 여러 번 봤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원작 외에는 다 각색을 거쳐서 내용이 다 다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라는 나무 인형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는 큰 틀만 기억하고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완벽주의자 목수 제페토는 성당의 예수상을 작업하던 중 폭격으로 아들 카를로를 잃는다. 카를로가 죽으면서 가지고 있었던 솔방울은 무덤 옆에 묻혀 소나무로 자란다. 예수상은 미완성으로 두고 슬픔에 잠겨 술에 의존하며 지내던 제페토는 소나무를 베어 카를로를 만들기로 한다.

 

 

생명을 얻은 피노키오가 다음날 아침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제페토의 집을 누비는 장면.

목소리가 너무 맑아 황홀할 정도였다.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인데도 군데군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어둡고 기괴한 느낌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판의 미로>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피노키오를 만든 소나무에 살던 귀뚜라미가 던지는 말로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시킨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거짓말로 인해 코가 길어져서 생기는 해프닝보다는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는 피노키오가 주 내용이다. 아빠의 사랑에 대한 결핍은 타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져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는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된다.

 

 

[크기변환]pinocchio.jpg

아빠에게 짐이라는 말을 들은 피노키오는

아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진해 서커스단에 들어간다.

사라진 피노키오를 두고 후회하는 제페토에게

귀뚜라미는 이렇게 말한다.

 

 

피노키오를 보면서 순수한 아이들을 망쳐놓는 건 사리사욕에 눈먼 어른들과 사회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욱하는 마음에 짐이라고 말한 제페토, 피노키오가 영생을 산다는 것을 알고 군대에 들어가서 전쟁에 가담하라는 시장,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고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서커스 단장.


그럼에도 순수함과 선함을 잃지 않는 피노키오는 그런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처음에 자신을 함부로 대했던 시장의 아들 캔들윅, 질투에 피노키오를 괴롭혔던 서커스 단장의 원숭이 스파자투라의 마음을 녹인다.


피노키오가 원래 이렇게 슬픈 내용이었나. 해피엔딩이긴 한데 진한 여운이 남았다. 오직 아빠의 사랑만을 위해 인간의 아이가 되려고 하는 피노키오가 너무 순수해서 가슴 아파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용에 빠져서 보다 보니 이 영화가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까먹을 정도였다. 사실 너무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잊어버린 것도 없잖아 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우그러지는 듯한 움직임과 작업 과정이 느껴지는 지문 자국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맛으로 보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처럼 움직임도 부드럽고 특유의 우그러지는 듯한 움직임이 없어 완벽한 작품임에도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완벽한 움직임을 구현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피노키오 이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할 영화 아닐까.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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