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으로 배우는 세상 - 집이라는 모험

글 입력 2022.12.1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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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진다는 표현을 이 집에 와서 제대로 이해했잖아. 바닥을 기어오는 거미 뒤로 해가 비치면 거미 그림자가 아주 어마어마하게 커지거든.] -60쪽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줄곧 자라왔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오랜 수도였기에 이것저것 부족한 점 없이 온갖 것들이 들어차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차가 없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긴 시간 들이지 않고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버스가 잘 다니지도 않고 집을 나서면 밭부터 보이는 할머니댁에 가는 것이 즐거웠던 이유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시골이란 곧 가족을 볼 수 있는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다.

 

그럼에도 서울 토박이에게 시골은 또한 두려운 미지의 세계이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뱀을 만나고 집안 곳곳에서는 귀뚜라미와 거미는 그 세상의 문지기같은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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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자란 시절은 몇 년뿐이었지만 살아오는 동안 내 정서는 언제나 그 시절을 향해 있었다는 걸 느꼈다.] -14쪽

 

작가는 가족들과 마당이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는 높은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땅을 향한다. 시골 외갓집에서 경험한 몇 년의 자연은 언제나 그의 정서의 이정표였다. 그 몇 년으로 수십 년을 버텼듯이 그의 아이들 역시 그러기를 바란다.

 

앞에 언급했듯 작가는 줄곧 시골에 거주하지 않았다. 그가 시골에 머물렀던 기간은 어릴 적 몇 년일 뿐이다. 그와 가족들의 교외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운 겨울날에는 고생을 해야 했고 온갖 벌레들과 싸움도 해야 했다. 날마다 자라는 잔디를 관리하고 수십 마리의 닭들을 보살펴야 했다.

 

번화한 곳에 사는 게 아니다 보니 돌봐줄 사람도 없는 환경에 아이들은 여럿이다. 누군가는 이에 불평하고 절망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행복을 찾았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낮엔 햇볕을 밤엔 달빛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구나. 아, 정말 고맙고 좋구나.] -141쪽

 

도시에 살던 사람이 자연을 찾아 교외 생활을 하러 간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도시의 아파트와는 다른 단독 주택 생활에 힘들어하는 것 또한 익숙한 레퍼토리이다. 책을 읽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이 부분이었다. 과연 익숙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무엇을 새로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있는 그 수많은 글자들 속에서 공통되게 보이는 특별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교외 생활을 하기로 다짐한 이유도 흙과 동물, 그리고 벌레를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땅으로 내려가려 한 것이었다. 마당에서 자란 첫 쑥을 뜯던 아이들의 고사리손, 서늘한 기온에서 지냈더니 오히려 건강을 얻은 아이들, 벌집을 만나면 부르던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이 책을 완성하고 있다.

 

[힘들고 고단한 과정을 통과해 오는 사람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88쪽

 

자신의 자식을 향한 사랑뿐만 아니라 내 이웃을 향한 사랑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찾아오나. 우편함에 자리잡은 새들을 위해 집배원님께 쪽지를 쓰는 가족과 그 쪽지를 보고는 우편함 옆 의자에 우편물을 올려두는 집배원님의 사랑. 근처에 사시는 효동 할아버지를 가끔 시내에 모셔다 드리거나 모셔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마음. 편세권도 아닌 집에 배달 오느라 고생하는 배달원들 대신 직접 마트에서 음식을 사오는 마음. 마당에 자라나는 풀들을 처리해야 할 골칫덩어리가 아닌 벌레들의 안식처로 바라보는 시선.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면 무엇이든 다 이루어지는 편리한 생활을 하는 도시인들은 결코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것들이다. 이는 모두 작가가 몸 담고 있던 집이 있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 직접 경험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이러한 책 속 일화들을 통해 이웃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기에 이러한 간접 경험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풀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물론 풀은 그 자체로 땅속에 숨을 불어넣어주고 수많은 벌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단단한 연대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얘들아, 부디 풀처럼만 살아다오. 우리가 깨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 발아래 있단다.] -115~116쪽

 

*

 

신순화 - 1971년 출생.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2005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며(누적 방문 400만 회), 현재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사가 만든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저서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 [해리 포터를 읽는 시간]이 있다. 십이 년 전 아파트를 떠나 마당 있는 시골집으로 와 남편과 세 아이,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열댓 마리 닭과 마당을 오가는 길냥이 여러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매일 한 가지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고, 매일 몇 문장이라도 새로운 글을 쓰며 사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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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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