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왜 하나요? - 연극 'GYM 기일'

글 입력 2022.12.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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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1번지 7기동인] 2022 가을페스티벌_통합 포스터.jpg

 

 

 

연극하기와 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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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혜화동1번지 7기동인, ⓒ 이미지 작업장 박태양

 

 

연극 'GYM 기일'은 혜화동1번지 7기동인이자 혜화동1번지 극장장을 맡고 있는 김기일 연출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김기일 연출이 직접 배우로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공연이 시작되면 이 연극의 주인공 기일은 노트북으로 ‘다이어트’, ‘몸짱’ 같은 단어를 검색하고 있다. 무대 한편에는 기일의 전신을 찍은 등신대가 놓여 있다. 이미지 검색으로 근육질의 이상적인 몸을 발견한 기일은 몸만 오려서 자신의 등신대에 붙여본다. 목표는 정해졌다. ‘몸짱’이 되기 위한 기일의 운동이 시작된다.


요가와 스트레칭 같은 정적인 운동에서 시작해 러닝, 근력운동처럼 격한 운동에 이르기까지. 80분에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기일은 무대에서 실제로 다양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린다. 운동을 하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자신이 걸어온 연극의 길이다. 힙합 뮤지션과 시인을 지나 안착한 연극인이라는 꿈. 연기를 하며 연극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은 박혜경의 곡 ‘고백’과 함께 극적으로 묘사된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운동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헬스장에서 사용하는 덤벨을 이 연극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조명 장치가 대신한다. 러닝을 하며 극장의 안과 밖을 계속 드나드는가 하면, 관객석에 앉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극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운동은 기일이 들려주는 자신의 연극 이야기와 흐름을 같이한다.

 

차분한 이야기를 할 때는 비교적 수월한 운동을 하고 감정이 격해지거나 이야기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면 숨이 가쁘도록 격한 운동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붙잡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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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혜화동1번지 7기동인, ⓒ 이미지 작업장 박태양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결혼에 골인하는 것은 결말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일은 바로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는 듯이.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그다음’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기일도 마찬가지였다.


연극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연극 일을 하기로 결심한 그는 졸업 후 취업 대신 대학에서 연극을 하다가 한 극단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는다. 드디어 월급 받는 연극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로 돈까지 벌게 된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꿈을 품고 사는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이상은 현실과 불화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생활을 이어가기에 극단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투잡을 시작하지만, 거기서 하는 일은 연극을 통해 기일이 이야기하려는 가치와 반대된다. '회사원 김기일'이 하는 일을 '연극인 김기일'은 부정해야 한다. 하지만 ‘연극인 김기일’은 ‘회사원 김기일’이 없다면 삶을 이어 나갈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일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왜 이렇게까지 연극을 하는 거지?


그 질문은 ‘운동을 왜 하는 거지?’라는 질문과도 연결될 것이다. 처음에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몸짱'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을 인쇄해서 등신대에도 붙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명확한 목표라고 믿었던 등신대의 모습은 어쩐지 볼수록 우스꽝스럽다. 등신대에 붙여둔 몸 사진 자체는 이상적이지만, 기일의 본래 얼굴과는 비례가 맞지 않아 전체적인 모습은 영 부자연스럽다. 공연 시간 내내 운동을 한다고 해서 그런 몸을 가지게 될지도 미지수다.

 

 

 

계속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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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혜화동1번지 7기동인, ⓒ 이미지 작업장 박태양

 

 

'GYM 기일'에서 관객은 김기일이라는 개인을 꽤 속속들이 알게 된다. 평소에 모르는 사람인데도 연극이 끝날 때가 되면 내적 친분이 쌓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와닿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일과 다른 것들을 저울질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때로는 그게 족쇄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발을 들이려 하는 업계 사람들이 모두가 나를 만류할 때, 좋아하는 일을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가짓수가 점점 늘어날 때 좋아하는 마음은 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왜 연극을 계속하고 있는지 명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렵다. 처음 연극에 빠져든 순간은 생생하지만, 그때 그 순간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하기에는 중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에 충실했다가 상처받고 더 크게 좌절한 시간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느라 땀범벅이 된 기일의 선택은 계속하는 것이다. 몸짱이 되지 못한다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욕심내는 만큼의 성취를 얻지 못해도, 순간순간 의심을 하면서도 계속한다.

 

그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고 대단한 이유가 아니라 작은 경험 하나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도 극장에 어느 조명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는 타 공연팀의 연락을 받고 먼 길을 차로 달려 극장에 도착한 다음 이것저것 만져 보다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것. 그런 작은 감정에 의지해 캄캄하고 좁은 길을 계속 걸어간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어디에 닿을까. 마지막에 가서는 다 후회하게 될까. 알 수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하는 것 뿐이니까. 계속해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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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스탕달
    • 인력파견회사 이사님이 연극을 하시는 줄 몰랐네요.. 멋지심^^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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