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에 울려 퍼진 기후 위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12.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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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미술관에서 기후 위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게 됐다. 예술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무언가를 작품에 던지는 행위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왜 미술관에서 하는 건지, 오랫동안 보존되어온 유명한 그림들에 한순간에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본 후,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깊이 다가왔던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런 운동가들을 보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예술에 대한 모욕이라 말하며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작품 보호에 강화하는 행동에 나섰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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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기후 운동가들은 그림에 기름진 액체를 던지고, 접착제를 손에 발라 벽면에 자신의 손을 붙였다. 이들은 경호원들에게 저지당해도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아무런 미동 없이 많은 사람들과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끝까지 소리 냈다.

 

이 사진을 처음 보는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눈으로만 감상했던 작품에 액체를 던지다니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간곡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50년 동안 알고 있었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수명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간절하게 외쳤다.

 

“우리의 삶은 예술보다 중요하다”

 

“지구를 보호하는 일은 시급하다”

 

보호유리가 있어 작품이 손상되지 않았지만, 벽과 바닥이 훼손되기도 해 비난이 들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예술과 문화는 기후 재앙 싸움에서 적이 아니라 동맹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나왔다.

 

 

 

 

독일에서는 클로드 모네 그림에 으깬 감자를 던지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토마토 수프를 던졌다.

 

벽에 손을 붙인 이들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말을 이어간다. 지구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는 의미와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절심함이 화면을 넘어 느껴졌다.

 

평화로운 미술관에서 들리는 시위의 목소리는 삶의 위기를 깨닫게 되고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행동이며 소음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기후 운동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그림을 훼손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할 뿐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깨닫는 게 우선이었다. 정부에서도 기후 위기에 대한 방안을 내는 것에 소극적이었기에 파격적인 운동에 나선 것이었다.

 

많은 장소 중, 왜 미술관을 택한 것인지 궁금했다. 차분함을 지키며 감상하는 분위기와 정반대되는 시위가 이곳에서 일어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운동을 펼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를 가지고 행동했을지, 스스로 고민해보았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 예술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작품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아마 기후 위기 운동가들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에 조그마한 기대를 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지구를 지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고, 기후 위기 심각성을 깨닫고 같이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느꼈을 거다. 

 

*

 

그렇다면, 기후 위기에 직면한 미술관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을까.

 

올해 8월에 시작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전시이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기후 위기를 직접 겪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태도로 해결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하나의 프로젝트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들이 모여 워크숍을 열어 함께 이야기를 나눈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실제 탄소 소비량을 파악하며 ‘더 나은 미술관을 위해 보는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미래에는 어떤 미술관이 되었으면 하는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들을 글에 남겼다.

 

환경 문제는 이제 미술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도 참여해 해결 방안을 같이 고안해 나가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전시 운영은 어떻게 할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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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 아무런 관심 없이 방관하는 태도가 예술 작품을 점점 훼손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미래가 없으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는 운동을 펼치는 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작은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들이 했던 것들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현대에서는 기후 위기를 알리고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양가감정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어 간다면, 행위의 강도는 심해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예술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타협해야 한다. 미술관에서의 계속되는 시위는 볼 수 없다.

 

기후 운동가들을 비롯해, 현재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큰 과업일 것이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에 서있다. 문화 예술과 환경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을 그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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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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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ㅅㅇ
    • 환경운동가들이 왜 굳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미술관에서 '시위'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불편하게만 보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제 생각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을 보러 '굳이' 미술관으로 발걸을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고 호소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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