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퓨전 요리같은 미래의 음악 속으로 - '미래 도시'를 관람하고

글 입력 2022.12.06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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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_포스터.jpg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추위를 뚫고 간 나들이. 평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동행자와 함께였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의 배치였다. 밴드의 단상처럼 생긴 곳에 국악기부터 요상한 기계음을 낼 것 같은 악기들, 엉킨 전깃줄들, led조명은 차분한 극장의 분위기와는 이질적이었다. 사이버 펑크를 시각화 해놓은 무대같달까.


고래야의 등장 자체도 설렜지만 그 마음보단 그들의 옷이 눈을 사로 잡았다. 너무너무 갖고 싶었다. 우주복 같았지만 불편해 보이지 않는 점프슈트 형식이었다. 매번 갓쓰고 한복 곱게 입은 국악기 연주자들만 보던 눈이 번쩍 띄였다. 거기에 더해 일렉기타와 키보드까지 합쳐지자 뭐랄까 퓨전 음식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일 것이다.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조합 말이다. 국악과 신시사이저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니 그 새로운 조합이 낯설지만 기대가 되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큰 극장이어서 음향이나 시각적인 부피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초반엔 나도 그렇고 동행자도 그렇고 음악도 좋지만 리플렛 속 스토리를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뭐랄까. 지브리나 해리포터 음악회처럼, 애니메니션에 굉장히 탄탄한 서사가 있고, 음악이 그것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음악을 조금 시각화 시켜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음악이 중심인 것이 별로라기 보단 리플렛에서 본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기대감이 너무도 상승된 상태였어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듯하다.

 

그러나 그만큼 음악이 빈자리를 잘 채웠다.

 

 

미래도시 ⓒ김지성 (4).JPG

 

 

음악의 첫인상은 그렇게까진 낯설진 않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굉장히 실험적일 것이라고 예상한 거 치고는 익숙했다.

 

초반에는 나선진님의 거문고 연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거문고에서 들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소리가 나기도 했다.  거문고 외에도 김동근님의 대금 소금 통소 연주는 연주의 중후반으로 갈수록 더더욱 미쳐날뛰는 느낌이었다. 대체 숨을 언제쉬는 건지. 김초롱님의 장구 꽹과리 퍼커션은 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이끌어갔다. 막판에 가서는 고재현, 경이님의 기타와 퍼거션이 더 빛을 발했다. 스토리상 인류가 새로운 지구를 찾아 희망차게 나아가는 부분들에서 말이다.

 

음악적 지식이 없어 무엇이 정확히 뛰어났는지 설명하긴 힘들지만 멜로디와 스토리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시작될 때마다 화면에 좀 더 설명적인 부분이 부가적으로 추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가사나, 서사적으로 어디쯤인지 같은 부분들 말이다. 애니메이션이 너무 비슷한 장면의 반복이다보니 오히려 음악의 걸출한 변곡점들을 조금 죽이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보컬인 함보영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실험적인 무대인만큼 조금 더 설명적이었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미래도시 ⓒ김지성 (6).JPG

 

 

미래도시는 결국 현실의 아쉬움을 채워주기 위한 계획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단순히 환경오염과 관련된 문제를 넘어 빈곤, 식량, 전쟁, 차별, 경제 등 전반적인 사회구조에 한계가 왔음을 말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은 예술을 보고있으면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과연 예술이 이런 문제에도 기여 할 수 있는게 있을까? 하는 좌절감. 그렇지만 예술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니, 분명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게 있을것이라는 희망감.

 

이번 공연을 보며 많이 한 생각은 부러움이었다. 저 애니메이션 속 지구는 운이 좋게도 찾았구나,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을. 인공태양과 셀레노폴리스, 신도시와 평화롭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미래였다.


우리 현실 속 문제들도 이렇게 해결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고 나오는 길에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어쩌면 이런 대화가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주제와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 말이다.

 

미래도시가 한 일은 답이 아닌 물음표를 던진게 아닐까.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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