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NS 시대가 불러온 참상, 영화 '존 덴버 죽이기'

소셜 미디어 세계의 사이버 폭력을 이야기하다
글 입력 2022.12.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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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적인 온라인 세계에서 떠도는 정보는 특정한 의도에 따라 왜곡되기 쉽다. 소셜 미디어 또한 그러한 온라인 세계의 교묘한 수법을 철저히 이용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기형화해 왔다.

 

다층적인 삶의 면면은 프레임에 갇힌 납작한 이미지와 몇 줄의 글로 압축되어 버리고 우리들은 그 왜곡에 기꺼이 동조한다. 보길 원하는, 또는 보여주길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는 데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그래서 온라인상의 ‘여론’이 현실 세계의 사실관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개개인의 의견들이 마치 다수의 공통된 의견처럼 가시화될 때 어떤 사건을 둘러싼 우리의 판단은 너무나 취약하게 기울어진다.


이러한 이 시대의 현실이 가져온 실제 사건들을 수집해 그 참혹한 현실을 드러낸 〈존 덴버 죽이기〉(2019)는 필리핀 상업 영화로는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로, 아덴 로즈 콘데즈 감독이 연출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15관왕을 달성하고 2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지난 11월 23일, 압구정 CGV에서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의 무대인사와 함께 첫 상영회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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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제목과 포스터 이미지 속 매듭진 밧줄이 노골적으로 자살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연 존 덴버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어떤 과정으로 ‘죽음’으로 은유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감을 어리게 했다.


영화는 축제를 앞두고 춤 연습에 한창인 필리핀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비추며 시작된다. 노트북 캠을 켜고 연습 현장을 소셜 미디어에 라이브로 방송하던 중, 춤 동작을 자꾸 틀리던 존 덴버는 자리를 나서 하교하기 전 교실에 들른다.

 

존은 짐을 챙겨 나오던 중 동급생 마코이는 교실에서 충전 중이던 자신의 아이패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곧장 존을 의심하며 쫓아가기 시작한다. 둘은 존의 가방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 존이 마코이에게 주먹다짐을 하고, 그 장면을 카를로스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다.


존은 그 날 저녁 집에서 식사를 할 즈음, 그 영상이 마코이의 멍든 얼굴을 찍은 사진과 함께 카를로스의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것을 발견한다. 아이패드를 훔친 것도 모자라 친구를 폭행하기까지 한 ‘악마’라며,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자신을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들을 본 존은 사실이 아니라는 댓글을 작성하려고 하지만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 그만둔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 마코이의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그를 찾는다. 아이패드를 충전한 후로 교실에 들어간 것이 똑똑히 확인된 사람은 존뿐인데다, 가방을 끝끝내 보여주지 않고 마코이를 때렸기 때문에 모두가 존을 도둑으로 의심한다.

 

게다가 과거에 다른 친구의 점심 도시락을 훔쳐 먹은 전적이 있고 어떤 친구는 존에게 맞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SNS상에 퍼지게 되면서 존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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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코이의 어머니가 사주한 경찰이 개입하고, 지역의 시장까지도 이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게 되면서 이 문제는 학교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안건으로 확대된다.

 

홀로 자식을 키우는 존의 어머니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큰 변화가 없다. 학교는 진상을 확인 중에 있다는 성명문을 발표하지만 여론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고, 학교에서 존은 집단 폭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존의 어머니마저도 거리에서 누군가로부터 머리에 돌을 맞는 등 현실에서의 폭력은 계속해서 심화된다.


뒤이어 한 인물이 존의 행실을 캐내기 위해 존이 빚을 진 이웃집 아저씨를 인터뷰해 영상을 제작한다. 이때 이웃집 아저씨는 존이 폭죽을 터뜨리는 바람에 자신이 키우던 물소가 놀라서 죽었고, 존이 그 빚을 조금씩 갚기 위해 어머니를 도와 쌀가마니를 팔고 있었다고 언급한다.

 

이때 블로거는 ‘쌀가마니’라는 음성을 잘라내고 ‘아이패드’라는 음성으로 편집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퍼뜨리는데, 그것은 존이 마코이에게 훔친 아이패드를 이미 팔았다는 증거로 둔갑한다.

 

결국 법적 처벌에 이르게 된 존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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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친구를 괴롭힌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도주한 소년, 전자기기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시골 소년, 극단적인 선택의 순간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 소녀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거진 다양한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실화에 기반한 영화인 만큼 SNS가 현실을 잠식하며 생겨난 참혹상을 과장 없는 연출로 담담히 진술하고 있다.


화면은 필리핀의 한적한 시골 마을과 그곳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현장을 꾸밈없이 담아낸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연기답지 않은데, 특히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 존 덴버의 경우 대사량도 많지 않다.

 

얼굴조차 모르는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가 자신을 일제히 손가락질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서술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차적인 설명이 없어도, 점차 그늘이 드리워지는 주인공의 낯빛과 끝없이 계속되는 주변의 압박을 통해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에 십분 몰입할 수 있다.

 

와중에도 무엇 하나 극단으로 치닫거나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의 현실감이 더욱 서늘하게 닥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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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골 마을의 토속신앙과 관련된 요소와 주인공이 다니는 가톨릭 학교라는 두 가지 종교적 소재가 나란히 등장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누명을 입은 존 덴버를 무차별적으로 괴롭히는 학교라는 장소에서는 역설적으로 가톨릭 성가가 흘러나오고, 마코이의 어머니는 범인을 좁혀내기 위해 마을 영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존을 향한 의심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뿐이다.

 

결국 주인공을 도둑으로 단정하기로 단결한 이들에게는 그 무엇도, 심지어는 어떤 종교적인 힘조차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만 남는다.


영화는 죄 없는 주인공이 온라인상의 날조된 여론몰이와 가짜 증언으로 낙인 찍히는 과정을 생생히 서술한다. 당연히도 영화의 감상자가 되는 우리는 사건의 전말을 전부 알고 있기에, 주인공을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쉽게 돌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나아가 영화와 진배없었던 실제 사건들 가운데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를 되돌아본다면 과연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당당히 주인공의 편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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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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