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워하지 않게된 이유 [사람]

글 입력 2022.12.0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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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게 생각이란 게 생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착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착하면 좋은 거 아닌가? 싶었다. 착하다는 말이 욕이 돼버리면 누구도 착해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너무 슬프고 아쉽다. 마치 상처받을게 두려워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친절한 사람은 바보고 착한 사람은 호구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그건 착한 사람이 되려는 것과는 약간 달랐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에는 친절로 보답했다. 하지만, 대부분이라는 말은 모두 그런 건 아니라는 의미다. 친절에 멸시로 보답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친절에 친절로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미없는 것보단 재미있는 것을, 맛없는 음식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는 사랑으로 보답하고 믿음에는 믿음으로 보답하는 것은 그만큼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 다음에는 화가 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멸시에는 멸시로 보답하는 수밖에. 나는 나를 멸시하는 사람에게 더 큰 멸시로 보답했다. 심지어 나에게는 그런 일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록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정답'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 '정답'과 괴리가 큰 사람을 만날수록 오히려 점점 감정의 요동은 작아져만 갔다. 어쩌면 지친 것일 수도 있고,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내 '정답'은 '이웃을 사랑하라', '배려하고, 존중해라', '거짓말하지 마라', '도전해라', '용기를 가져라', '나태하지 말아라' 등등 정말 당연한 '정답'들이다.

 

이런 것들을 지키면 사회는 풍요로워지고 나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저걸 몰라서 못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안 하는가?

 

'정답'을 비웃는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정답'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내가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 사랑하고 배려하고 용서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할만한 사람들이 사랑하고 배려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용서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누군가는 배신하고 거짓말하고 미워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그런 삶을 지금도 살고 있다. 내가 사랑하고 믿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리고 동시에 모두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얼마나 아리고 먹먹한 일인가.

 

그들을 동정하지는 않는다. 그건 오만한 일이니까. 옹호 하지도 않는다.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있으니까. 그냥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잘나고 그들이 못났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차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밉지도 상처받지도 화나지도 않는다. 단지 조금 아리고 먹먹할 뿐이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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