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의 기록자이자, 산책자의 이야기

겨울에서 다시 겨울이 오기까지
글 입력 2022.12.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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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어쩐지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 과정에서 2022년은 변화의 시작과 불변의 법칙을 모두 감지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예를 들면, 전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게 됐다거나 다시 보니 더 재밌는 영화를 찾는 것, 또는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거나 어릴 때 듣던 음악이 여전히 좋은 이유 등도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은 산책과 기록이라는 두 단어로 시작되었다. 앞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에 있어서도 어쩐지 빠질 수 없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느낌이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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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물속을 유영하는 오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계절에 따라 피는 꽃 등 모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고작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풍경은 하나의 책을 만나고 그 시선을 달리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방문한 책방에서 구매한 <리타의 정원>의 표지 뒷장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힘이 들 때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쓰다가 이내 서글퍼지는 것보다, 산책이 더 위로되기도 한다. 자연은 너 왜 그러냐고 의심하지도 않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외면하지도, 나무라지도 않는다.

 

상처 주지 않는 친구들은 늘 자연뿐이니.

 

- 리타의 정원 (도서)

 

 

책의 소개 글을 읽는 순간 자연을 마주하며, 약 2년간 불쑥 발걸음을 옮기게 한 산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장 필요할 때 책을 펼쳐봤다. 더욱이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이어서 동네 말고도 산책하기 좋은 장소들을 북마크 하기 시작했고, 숨겨져 있던 책에 대한 관심을 더 맘껏 즐기게 되었고, 마음에 닿은 글은 늘 가깝게 두었다. 그 과정에서 이고은 작가의 <산책가의 노래>를 만나 글을 기고했고, 지금은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읽고 있다.

 

또한, 어느 날은 바다나 숲을 산책하면서 '유영' 앨범의 <숲>, <바다>을 들었다. 일상적이지 않지만, 언제든 이 노래를 들으면 여행에서 산책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사람 혹은 삶에 대한 집착, 좋게 이야기하면 관심과 사랑. 나무는 숲, 땀과 눈물은 바다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라면 나는 바다이자 숲이지 않을까. 서로의 바다와 숲이 되어 유영하는 아름다운 상상을 해보길 바라며.

 

- <유영> 앨범 소개 글

 

 

무탈한 하루에 감사함과 일상의 특별함을 경험하는 오늘, 또 다른 산책길을 나서본다. 비단 한순간에 쌓인 것이 아닌 수없이 떠난 여행의 결과로 산책은 무언가를 다시 채우기 위한 비움의 과정이었음을 깨닫는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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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무언가 비워내는 과정을 거쳤다면, 기록은 부단히도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찾아서 내적 세계를 견고히 쌓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가득 채우는 즐거움이다.

 

더 나아가서 누군가의 편집, 아카이빙, 큐레이션에서 발현된 글과 사진, 영상 등을 하나씩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그 예로 SNS 또는 전시 및 북페어, 팝업스토어를 통해서 개인의 이름, 그 자체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직접 촬영한 사진 및 영상, 직접 쓰고 그린 그림들로 꾸며진 공간들. 다양한 영감을 맘껏 받으며 앨범 속 폴더를 하나 더 추가했다.

 

나 역시도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내용을 전달할지, 글의 전개와 사진 및 영상의 배치 등 글을 쓰고 다듬으며 일상의 기록을 더해가고 있다. 여전히 어렵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차곡히 쌓이는 '기록'의 흔적들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의 경계에서 균형점을 찾아 걸어가고 있다. 꾸준히, 이왕이면 더 즐겁게 나아가고 싶다. 세상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재밌는 건 더 많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일상을 기록하고 그 속에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많은 이들의 시선의 끝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리고 한없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마음을 가득 담아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잊혀질 순간들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기록들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곳

 

- 예진문 & 오티에이치 콤마(oth,)

 

 

온 방향으로 걸음이 향하고 마음이 향하는 곳들이 쌓여간다. (···) 평범한 오늘이 특별해지는 순간들 매일 걷는 이 길 위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아 기억합니다.

 

- 온 방향으로 걷기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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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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