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언제나,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요정은 있다 – 영화 ‘요정’

평범한 얼굴을 한 채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오는 행운의 요정
글 입력 2022.11.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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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불빛을 반짝이고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피터팬의 팅커벨? 아니면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자유로운 꼬마 집 요정 도비?

분명한 건 요정은 대체로 팅커벨과 도비처럼 우리 주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 상징된다는 것이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로만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요정>에서는 평범한 소년의 얼굴을 한 행운의 요정 ‘석(배우 김신비)’이 등장한다. 부부 ‘영란(배우 류현경)’과 ‘호철(배우 김주헌)’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존재 석이 그들의 삶에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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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요정’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각자의 카페를 운영하는 영란과 호철. 그들 사이에는 항상 묘한 신경전이 오간다. 바로 카페의 수익률이 곧 집안의 서열이 되는 것. 호철의 카페 매출이 영란의 것보다 확연히 낮았기에 영란은 호철을 은근히 무시하곤 했다.

어느 날, 막걸리를 마시다 여느 때처럼 다투던 둘은 음주 운전을 하고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병원으로 가면 음주 단속에 걸릴 것이 뻔한 상황. 두려워하면서도 뻔뻔스럽게 차에 치여 쓰러진 석을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간다.

깨어난 석이 모든 걸 기억하자 영란과 호철은 용서를 빌며 음주 운전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는 석. 지낼 곳이 없다고 말하며 당분간 재워 주기만 하면 카페 일도 돕고 걱정할 일은 없게 만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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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석이 호철의 카페에서 일하게 되자마자, 두 카페의 매출이 뒤집히는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
 
석의 존재가 매출에 영향이 있다는 걸 먼저 눈치챈 영란이 그를 자신의 카페에 데려오려고 하면서 부부간의 갈등과 신경전은 더 심해져만 간다.

매출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서로를 향한 날선 말투와 행동이 지속되는 와중, 둘의 사이를 괴롭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서로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던 가족 문제와 관련된 치부였다.

영란과 호철은 모두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살고 있었다. 영란은 자신이 지나치게 믿고 의지하는 존재인 언니와의 관계가 어렵기만 하고, 이혼한 호철은 이제서야 전 부인과 딸에게 생활비를 보태주려고 하지만 전 부인의 현재 애인에게 그는 그저 못마땅한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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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찾아오고 나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둘은 서로의 모습을 점점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됐다. 갈등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됐고, 여느 부부가 그렇듯 소리 지르고 싸우면서도 결국은 상대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

가족에 대한 결핍을 가진 두 인물이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줬지만, 결국 그들은 다투고 화해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함께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되면서 그렇게 둘은 진짜 가족이 됐다.

행운을 가져다준 석은 홀연히 사라졌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운 요정이 찾아온다. 영란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 것. 셋이 함께 그리는 미래를 향해 설렘을 안고 떠나는 그들 뒤, 어렴풋이 보이는 한 인영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래, 행운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뒤를 따라다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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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운은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일이 행운일지도 모른다. 카페의 매출이 갑자기 오른 일. 소중한 이와 싸웠지만 결국엔 화해를 하게 된 일. 우리 삶에 찾아오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행운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들에 우리는 행운이 찾아온 지도 모르고 행복을 지나친다. 불행에만 신경 쓰기 바빠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행운의 요정을 그냥 날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저 느끼지 못했을 뿐, 이때까지의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을 리는 없다.

특별한 행운은 석처럼 평범한 얼굴을 한 채 우리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일, 가족, 관계 등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평범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무엇보다 특별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기적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우리 곁의 소중한 것들이 모두 기적이다. 올겨울에는 당신에게 찾아온 기적을 놓치지 말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행복을 만끽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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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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