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징, 운명, 진실 - 우화

글 입력 2022.11.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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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은 흥미로운 분야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많이 읽었었고, 고등학교 때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만드는 동아리 회장을 했었다. 동화책은 매우 단순한 내용으로 의외로 무거운 내용들을 담는다.

 

내가 동화책을 제작할 때에도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어떤 교훈을 담을까’였다. 이렇듯 동화책이란 굉장히 자연스럽고 쉽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화’는 더욱 흥미로운 책이었다. 동화책은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 그러나 ‘우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매우 공평하다. 아무런 글도 쓰여 있지 않다. 단순하지만 무거운 그림체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작가는 ‘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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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고 있듯, ‘우화’에는 다른 배경 속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자는 수갑을 차고 있기도 하고 꽃을 들고 있기도 하다. 여자는 첼로를 연주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를 때리기 위한 회초리를 들고 있기도 하다. 어린 아이는 추락하기도 하고 그네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다. 또 다른 여자는 우산을 들고 있기도 총을 들고 있기도 하다.


너무도 이질적인 상황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씁쓸하게 만든다. 책에 추가하고 싶은 마땅한 문구도 생각 나지 않는다. 그저 먹먹함과 동시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인 듯하다.

 

사실 양 페이지의 두 사람은 완전히 같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혹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지구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사람은 항상 같은 현상 속에 속해 있을 수 없을 뿐더러 모든 사람이 같을 수도 당연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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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모든 등장 인물이 연대한다는 것이다.

 

단순했던 그림의 색들도 다채로워지고, 각자 등장했던 앞선 페이지들의 인물들이 모두 둥글게 손을 잡고 돌고 있다. 그리고 앞선 페이지에서는 다른 사물들과 상호작용했던 인물들이 마지막엔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모두 다른 사람, 다른 상황임에도 그것들이 합쳐지면 꽤 따뜻한 모습들이 연출됨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현실적이기에, 혹은 너무 상징적이기에 더욱 와 닿았던 책이었다. 별다른 사족의 텍스트들을 덧붙이지 않고 그림만으로 의미들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도 좋았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곁에 두고 몇번이고 펼쳐보고 싶은 동화책인 듯 하다.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 연구자 이지원과의 만남으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한국 작가 김희경과 함께 만든 [마음의 집]으로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2013년에는 [눈]으로 라가치상 픽션 부문, 2020년에는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분을 받았다. 2018년, 2020년, 2022년 총 세 번이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추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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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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