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삶을 만드는 말과 글 – '어른의 문장력' 김선영 작가

글 입력 2022.11.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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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일상은 글쓰기의 연속이다. 글과는 담쌓고 산다는 사람도 카톡 메시지나 업무 메일은 거의 매일 쓸 테니까. 짧은 글이라고 쓰기 쉬운 건 아니다. 별 생각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가 오해가 생겨 몇 번이고 다시 메시지를 써야 했던 경험, 간단한 업무 메일인데도 막상 보내자니 막막해져서 컴퓨터 앞에 한참 앉아 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에게 물어보기엔 너무 사소한 이런 건 어디서 배워야 할까. 시중에 글쓰기 책이 많다지만 실생활에 바로 도움이 되는 책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일상 속 글쓰기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글쓰기 코치를 자처하는 ‘글밥’, 김선영 작가가 있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그는 현재 작가이자 글쓰기 및 문해력 강사로 활동 중이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어른의 문해력』, 그리고 최근에 출간된 『어른의 문장력』까지. 김선영 작가는 더 잘 읽고 쓸 수 있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보다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글, 글쓰기의 기본적인 기능인 ‘소통’에 충실한 글이다.


지난 11월 14일, 김선영 작가를 만나 신간 『어른의 문장력』 이야기와 함께 글밥을 먹고 살아온 지난 시간을 들어보았다.

 

 


‘어른의 문장’을 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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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책임감이 있는 태도로 글을 쓰는 게
어른의 문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선영입니다. SNS에서는 ‘글밥’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해요. 13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했어요. 지금은 책을 내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신간 『어른의 문장력』은 어떤 책이고 누가 읽으면 좋을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톡이나 SNS 게시물, 이메일, 댓글, 업무문서 등 우리가 일상에서 문장을 쓸 일이 수도 없이 많은데요, 주로 비대면 상태에서 글로 상대방과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럴 때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제 경험담을 녹여서 쉽고 재미있게 안내하는 책입니다.

 

 

책 제목을 곱씹다 보면 ‘어른’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어른의 문장력’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른’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데요,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글에도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나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너그럽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말을 전달할 때 오해가 없도록,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맥락을 잘 살펴 깔끔하게 정리하려 신경 쓰는 것이죠. 그렇게 배려와 책임감이 있는 태도로 글을 쓰는 게 어른의 문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도는데요, 작가님도 이 얘기에 공감하시나요? 어떨 때 그렇게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어려워하는 것 같긴 해요. 참을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글을 슥 보고 넘기다 보니 글의 목적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글쓰기 모임을 할 때도 제가 내 드린 과제에서 요구한 것과 다르게 엉뚱한 걸 해오시는 분이 은근히 많아요. 글쓰기 수업을 듣는 분들은 그래도 읽고 쓰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경우일 텐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문해력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은 듯해요. 지금까지 여러 책에서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하나만 추천한다면 무엇일까요?


결국에는 문해력을 기르려면 읽고 쓰는 걸 연습해야 하는데, 이걸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필사예요. 저부터 3년간 매일매일 필사를 해서 SNS에 올리고 있어요.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이 부분을 필사하고 싶었는지 이유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습관은 무엇보다 지속 가능해야 하기에, 꼭 많은 양을 필사할 필요는 없어요. 짧더라도 매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필사를 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아요. 이렇게 매일 필사하려면 읽은 게 있어야 하니까 자연스레 책도 매일 읽게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퇴고를 강조하고 싶어요. 자신의 글이 별로라고 말씀하시는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퇴고를 거의 안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나 혼자 쓰는 글이라면 상관없지만, 누군가와 소통하고 ‘어른의 문장’을 쓰고 싶다면 평소에 집착이라 할 정도로 퇴고를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돼요. 퇴고부터가 진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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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많은 일 중에 내가 가장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예요.”
 


1년에 책 두 권을 내느라 시간이 빠듯하셨을 것 같아요.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글을 썼다 하셨는데, 작가님의 글쓰기 루틴이 궁금합니다.


저는 이게 본업이니 직장인이 평일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저도 글 쓰는 데 많은 시간을 써요. 9시쯤 일어나서 오전에 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하고 식사를 한 뒤, 오후 1,2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날 써야 할 목표량을 잡아놓고 글을 써요. 작업 장소는 주로 집이에요. 글 쓰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춰둔 책상이 있거든요. 거기서는 다른 건 안 하고 오직 글만 써요.


책 한 권을 1년 동안 쓴다면, 처음 한두 달은 초고를 쓰는 시간이고 나머지는 다 퇴고하는 시간이에요. 그만큼 퇴고에 많은 시간이 들어요. 마감 전까지 무한 퇴고를 하는 거죠. 오히려 초고는 힘 빼고 금방 쓰는 편이에요.

 

 

쓰다가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세요?


산책을 하거나 남의 책을 봐요. 책의 경우 제가 쓰는 내용과 별 상관없는 소설을 많이 읽어봐요. 그렇게 전혀 연관 없는 것을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제가 쓰는 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더라고요.

 


방송작가로 경력을 시작해 지금은 글쓰기와 문해력 코치로 일하고 계십니다. 그야말로 계속 ‘글밥’을 먹고 살아오셨다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되셨나요?


학생 때부터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찾다 보니 국어교사, 편집자, 방송작가 등이 있었어요. 그중 출판 아카데미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고,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들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다큐멘터리 막내 작가로 일을 시작했죠. 그런데 10년 넘게 방송작가로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방송작가는 원래 있는 이야기를 제가 포장해서 전달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생활을 해야 해서 건강이 많이 나빠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만두고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좋은 기회를 만나 제 첫 책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로 출판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글쓰기 관련 책들을 냈고, 또 연이 닿아 글쓰기 모임과 강연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럼 작가님께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글쓰기는 제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어 하는데 저는 그걸 찾은 것 같아요. 일이니까 항상 행복할 순 없죠. 그래도 수많은 일 중에 제가 가장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도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으면 할 수 없을 텐데, 지금껏 제 글을 찾아주는 독자분들이 있어서 기쁩니다. 제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 이야기에 저도 힘을 얻어서 계속 나아가요.

 

 

학생 때 발견한 적성이 바뀌지 않고 쭉 이어진 경우인데, 진로에 의심이 들 때는 없었나요?


하다가 재미없었으면 다른 길로 빠졌을 텐데, 잘 맞더라고요. 단순히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글쓰기 말고 운동도 굉장히 좋아해서 요가강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몸이 안 따라줬거든요. (웃음)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데도 잘하지는 못하니까 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던 거죠. 글은 제가 좋아해서 쓰다 보니까 성과가 나오고 발전을 해서 계속할 수 있었어요.


물론 저도 글쓰기 책을 처음 낼 때는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어요. ‘내가 뭐라고 사람들한테 글쓰기 조언을 하지?’ 같은.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잖아요. 그래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나만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잘 읽히는 글 쓰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거든요. 10년 넘게 했던 방송작가 일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쓰는 것이었으니까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많겠지만 나만큼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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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글을 쓰며 살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수업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인상적이었던 수강생이나 보람 있었던 순간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시는 분도 있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단 의미니까 뿌듯하죠. 하지만 가장 기쁜 점은 제 수업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쓰는 사람으로 사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예요. 초심을 지키기가 어렵거든요. 30~40명으로 시작한 수업도 마지막에는 5명 정도 남아 있곤 해요. 저는 이 ‘버티는 힘’이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수업에서는 대단한 글쓰기 비법을 알려드리기보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쓰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을 쓴다는 건 어쨌든 내 생각을 통과해야 하는 일이기에,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돼요. 내 기분은 어떤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다 보면 더 잘 살 수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는 나의 역사이기도 해요. 지금의 글과 몇 년 전 내가 쓴 글을 같이 보면서 내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아요. 기록이 없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그런 이유로 저는 글 쓰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괴롭고 귀찮아도 그만큼 도움이 되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 또 없어요. 모두가 글을 쓰며 살면 좋겠습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길을 빼앗는 게 너무 많은 환경에서 작가님은 읽고 쓰는 습관과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문제가 되는 환경을 제거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환경은 그대로 둔 채 어중간하게 조금만 하자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면 지키기가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평일에는 아예 텔레비전을 켜지 않아요. 일할 때도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요.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면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는 등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글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래도 글을 쓸 사람은 어떻게든 쓰게 되어 있다는 생각도 하는데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온라인 환경이 발달하면서 글쓰기가 필요한 직업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10년 정도 꾸준히 한다면 어느 정도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기고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업무상 써야 하는 글을 열심히 쓰는 것도 좋지만 그 외에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글로 먹고사는 일을 더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네 권의 책을 내셨는데요, 앞으로 책으로 더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와 함께 모임을 하신 분들은 제가 에세이를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물론 저도 제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제 이야기와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 있게 글을 쓰고 싶어요. 지금은 크고 작은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쓰고 싶어요. 실제로 제가 수술도 많이 했고 만성질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어른의 문장력』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에요. 에세이 형태로 쉽게 쓰인 책이라 전작인 『어른의 문해력』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문장력이 좋아지면 인간 관계도, 업무 성과도 좋아져요. 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니 많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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