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붓 칠로 완성하는 우리의 삶 -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

글 입력 2022.11.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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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형)폰타나_최종본-01.jpg

 

 

초등학생 때 국어 교과서에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꿈은 느낄 수 있지만 실재하지 않아 사진으로 찍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을 보고 꿈을 담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음을 느꼈다. 컬러 사진의 선두자인 그의 작품은 사진과 그림 그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회의 입구를 처음으로 들어섰을 때 하나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지금은 워낙 사진 기술이 발달해서 사실적인 포착이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사진 기술이 지금보다 발달하지 않았고, 컬러 사진은 대중적이지 않아 현실보다는 현실을 담아낸 그림으로 보였다. 자연이 그려낸 색과 균형적인 굴곡, 선들이 인위적으로 계산한 듯했다.

 

전시는 자연의 풍경을 담은 ‘랜드 스케이프’, 도시와 마을을 담은 ‘어반 스케이프’, 인물을 담은 ‘휴면 스케이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팔트를 담은 ‘아스팔토’로 총 4세션으로 구성됐다.

 

 

FRANCO FONTANA© PUGLIA 1987 EWS.jpg

 

 

먼저 ‘랜드 스케이프’ 세션은 앞서 말했듯이 선과 곡선, 면적의 비율이 수학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캔버스에 자와 각도기로 그려낸 듯하다. 하늘과 풀, 땅의 색감도 팔레트에 담긴 물감처럼 눈으로 구분이 갔다. 그가 풍경을 담은 사진에는 오로지 하늘과 땅, 바다가 있으며 이들이 긴 세월 동안 맞닿으며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자연의 경이로움도 느껴진다.

 

빛이 없으면 그의 특징을 볼 수 없다. 빛이 있고 변하기 때문에 자연의 색도 달라지며 그림자의 각도도 달라진다. 그는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를 사용해서 매번 변하는 자연의 한순간을 포착한다. 그리고 영원히 그 순간을 볼 수 있도록 액자에 담는다. 이는 사진을 찍는 것이 꿈을 소유하는 방법이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와 관련해 한 일화가 있다. 흰 도화지 가운데에 검은 점을 찍고 뭐가 보이냐는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검은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봤으면 하는 것은 검은 점만이 아닌 그 주위에 있는 흰 여백 부분이었다.

 

그의 작품 중, 가운데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 사진이 많다. 가운데에 피사체가 있으면 그 피사체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무와 그 나무 주변의 공간이 이루는 조화를 느끼는 것이 검은 점과 상통하는 그의 작품을 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FRANCO FONTANA© PELLESTRINA 1975 VETZ.jpg

 

 

자연에서 도시로 넘어오면 그가 공간과 각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더 다양해짐을 볼 수 있다.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사각형을 띄며 일정한 면적을 가진다. 그리고 유리와 벽 등에서 빛이 반사되고 건물 틈과 같이 빛이 들어오는 공간도 많아진다. 다양한 건물과 물체 사이의 조화가 큰 재미를 선사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놀랐던 건 최근 유행했던 ‘확대 샷’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SNS에 사진을 올릴 때 균형과 조화를 무시하고 피사체를 확대한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음식 사진의 경우가 많다.

 

그의 작품에서 ‘확대 샷’의 느낌이 나는 사진들이 많았다. 자연에서는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보여줬다면 도시에서의 그의 사진은 눈에 보이는 부분적인 피사체 사이에서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모자이크처럼 짜깁기한 회화의 기법이 보였다. 마치 잡지에 있는 사진을 오려 캔버스에 붙인 것 같았다.

 

색감도 놀라웠는데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생각났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작년에 개봉한 ‘프렌치 디스패치’가 떠올랐다. 그의 영화는 미술 연출이 뛰어나다. 색감과 공간의 비율을 고려해 미장센을 만드는 것이 ‘프랑코 폰타나’가 사진을 찍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적한 마을도 영화처럼, 꿈처럼 만드는 그의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FRANCO FONTANA© CASABLANCA MAROCCO 1981.jpg

 

 

‘휴먼 스케이프’에서 처음으로 그의 작품에 사람이 등장한다. 비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포착하기도 하는 그의 작품을 봐서 그런지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다른 인물사진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마네킹이나 모델과 같았다.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사람들이 있는 반면 특이한 포즈를 하거나 신체의 특정 부분만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면에서 화보에 있는 모델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 또한 빛을 통해 그림자를 포착한 경우도 많았는데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둠으로써 빛과 자연의 조화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굴곡진 선들이 주변 다각형의 피사체가 만들어내는 직선과 조화를 이룬다. 조화를 통해 사람과 환경을 연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림 같았던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인물들은 그림보다는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림 같은 풍경에 사실적인 인물이 들어가서 그 분위기가 묘했다. 꿈이나 환상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을, 정말 우리의 꿈을 포착한 느낌이 강했다.

 

 

FRANCO FONTANA© AUTOSTRADA 1975 XXH.jpg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아스팔토’ 세션이었다.

 

그가 자연을 담을 때 도로는 비포장도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스팔트로 만드는 도로들이 늘어나자 그가 바라본 풍경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에는 자연을 찍을 때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만 보였다면 아스팔트로 지은 도로가 생긴 후, 자연과 함께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도 함께 보이게 됐다. 아스팔트 도로도 그 모습이 다양하다. 막 짓기 시작했으니 페인트칠도 잘못되고 구덩이도 파진 곳도 있다. 그는 이런 흠도 포착하며 근대화에 들어선 아스팔트에서 재미를 포착한다.

 

그리고 피사체의 연속적인 움직임에서 우연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도로 위 자동차는 동적이기 때문에 셔터를 찍는 순간에도 움직인다. 그래서 사진으로 나왔을 때 뚜렷하지 않고 흐리게 나온다.

 

그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시간의 순간을 포착하며 정적인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이는 인물 사진에서 인물과 환경의 사실 정도의 따른 간극이 주는 재미를 정적과 동적이 만들어내는 간극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시를 보고 세상은 색으로 가득함을, 저마다의 조화를 이루며 비율을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 속 피사체 중 헛된 건 없다. 기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나사로 저마다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이 꿈을 포착했다고 본다면 우리의 꿈에는 헛된 건 없다는 뜻이다. 내 꿈을 더 알록달록 꾸미고 간다.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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