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계의 종착점은 보이지 않는다 - 거울 [공연]

글 입력 2022.11.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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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이 아니었으면, 나도 괜찮을 수 있었잖아."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딸과 엄마라는 관계에 지독하게 잡혀버린 두 여자의 이야기 


 

[정지] 거울 포스터_최종.jpg

 


첫 장면은 해정은 옷걸이에 걸어진 옷을 하나둘씩 내팽개치는 장면이다. 해정의 앞에는 마치 거울이 있는 듯한, 뒤 편에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엄마와 딸 사이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준 뒤 극은 시작되었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시간


 

소개팅에 간 해정은 동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돼 가고 있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평범한 질문이지만 동우는 큰 소리를 내며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해정은 동우에게 자꾸 시계만 바라보는 이유를 물어보았고, 오해하지 마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해정은 갑자기 시간을 확인한 뒤 안약을 넣었다. 자신은 원인 모를 유전병을 앓고 있어 약 먹을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동우는 유전병이라는 말에 당황한 뒤 잠시 화장실로 간다고 하여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일반 사람들에게 시계는 그저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이지만, 해정에게는 꼭 지켜야 하는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이다. 여기서 남들과는 다른 시간개념을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해정은 이에 대해 원망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걸림돌이 되는 자신의 병 때문에 원망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서로에게 다른 의미



의사의 진찰을 듣고 난 후의 해정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스테로이드가 해정에게 다가와 점점 몸을 감싸는 장면이 등장한다. 약 부작용이 무섭지만 약을 끊게 되면 실명되는 것이 더 두렵다고 한다. 그렇게 해정에게서 스테로이드는 불안까지도 집어삼키는 존재이다.

 

엄마 순영은, 자신이 죽게 되면 혼자 남겨질 딸이 걱정되어 약을 끊기 시작했다고 했다. 자신의 면역력이 약해지게 될까 봐 스테로이드 먹는 대신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에 오래된 약을 곁에 보관하고 있다.


해정은 엄마의 오래된 약을 보며 버리라고 했지만, 순영은 그냥 두라고 답한다. 그 뒤로 모녀의 말다툼은 시작되었고 감정은 이미 상한 상태였다.

 

스테로이드는 이 둘에게 다른 의미의 존재이다. 실명된다는 무서움에 먹기 싫어도 먹을 수밖에 없는 해정의 사연과 혼자 남겨질 딸이 싫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지 못하는 순영.  서로 알 지 못하는 이유가 충돌하여 결국 둘의 관계는 잠시 어긋나고 말았다.  

 

"엄마는 내가 어떤 영화 장르를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내 나이는?"

 

순영은 질문을 들은 뒤 어이없어 했다. 하지만 해정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계속해서 아버지의 이야기만 하고 자신의 삶에 관심이 없던 엄마에게 억울하다는 듯 호소한다.


결국 해정과 엄마는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해정의 이게 과연 진심인지 알 수 없다는 마음을 조명의 반전을 통해 내 비췄다. 

 

결국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해정은 다시 집으로 향한다. 딸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는 엄마 순영은 나가려다 손거울을 발견하고 들고나간다. 해정의 것인 줄 알았지만 그건 딸이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거울1.jpg

 

 

마지막 장면에서 해정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췄고 뒤에는 엄마가 서있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가족이라는 굴레안에 벗어날 수 없는 모녀의 관계를 표현했다.

 

해정은 과연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극을 보는 동안 나와 엄마와의 관계가 계속 떠올랐다.

 

해정과 순영처럼 서로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오해를 하는 점 또한 비슷했다. 서로의 진심을 내비치지 못한 채 말싸움을 하고 다시 포옹하며 관계가 회복되는 이런 일화가 생각났었다. 서로가 공통점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부딪히는 일이 많았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끊어낼 수 없다. 서로가 다르면서도 공통된 것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나눠줬던 손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그저 평범한 내 얼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 엄마의 모습이 숨겨진 채 비치고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저 비치는 뒤 편의 그림자가 커질지 작아질지 그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다. 극은 끝났지만 해정에게도 남겨진 숙제였다.

 

엄마인 순영의 그림자의 뒤덮일지 아니면 해정이 가지고 있는 자아의 모습이 커질지. 어떤 모습을 가진 해정이 되었을지 잠시 상상하며 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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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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