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사랑의 묘약' -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22.11.20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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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를 찾아오는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의 곁을 찾아왔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은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의 무대인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를 시작으로 전막 오페라 푸치니 [토스카]와 가족 오페라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어린이를 위한 [토토와 함께하는 오페라 여] 등 오페라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나비부인]을 통해 처음 오페라를 접한 뒤, 기회가 닿을 때면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관람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도니체티가 작곡한 곡으로, 네모리노가 짝사랑하는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네모리노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른 오페라에 비해 비교적 가벼이 즐길 수 있는 코믹한 분위기의 가족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극의 작곡가 도니체티는 빠르게 곡을 완성하며 한 번 완성한 작품을 다시 검토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랑의 묘약]은 예외적으로 2주간 수정을 거듭하였고, 네모리노 역으로 출연했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이 극을 통해 167회의 기록적인 커튼콜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작곡가가 공을 들이고, 세계적인 커튼콜 기록을 가진 오페라였기에,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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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들어선 공연장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화 속과 같은 배경을 상상했었으나, 무대는 현대에 가깝게 꾸며져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은 만화를 연상시키는 하얀 천의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2019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무대 영상을 사전에 먼저 접했던지라 이러한 변화가 처음에는 당혹스럽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무대연출은 화려해지기도 했고, 의상도 이번 무대 테마에는 맞았지만, 기존에 비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기존에는 동화 같은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만화와 같은 무대라고 생각하며 관람하다 보니 어느새 한 편의 오페라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이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의상 외에도 무대 곳곳에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오페라라는 수식어에 더욱 걸맞은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여자주인공인 아디나와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는 각각 분홍색과 초록색 머리로 분장하여 누가 주인공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표현했고,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각이 잡히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곁들여져 있었다.

 

또한 무대 중간중간 장치를 옮겨주는 스태프들도 오페라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다. 보통 스태프들은 눈에 띄면 안 됐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으로 가리고 다니는 반면,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는 스태프들의 뒷면에 손글씨로 귀엽운 손그림과 함께 '스태프' 글씨가 쓰여진 검은티를 입고 등장해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짧게나마 배우들의 연기에 동참해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현대적인 대사로 꾸며진 한글자막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오페라를 새롭게 해석하고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를 해낸 것을 보고 스태프들의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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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둘까마라의 연기였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 중 둘까라마가 가장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이 느껴졌다. 초록색 반짝이 자켓과 페인트로 그린듯한 수염, 그리고 매직으로 그린 듯한 형광 분홍색의 넥타이가 그를 더욱이 만화 속에서 불러온 것만 같았다.

 

둘까라마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 또한 한몫했는데, 무대를 사로잡는 노래와 함께 네모리노에게 술을 사랑의 묘약으로 속여 판매하는 장면 등을 모두 익살스럽게 표현하여 극의 맛을 더했다.


기대와는 달랐던 무대와 의상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와 별개로 새롭게 탄생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가족오페라에 더 걸맞아 졌다고 생각한다. 보다 가벼워졌고, 유쾌해졌으며, 남녀노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였다.

 

최정상 성악가들의 무대로 시작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오페라로 마무리를 짓는 이번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구성도 잘 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어떠한 오페라로 우리의 곁을 찾아올지 벌써 기대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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