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하고, 공감하여, 연대하라. - 우화

인류가 살아남는 법
글 입력 2022.11.18 1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화_표지.jpg

  

연대(連帶)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1)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다. 2)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문제는 대게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 몸과 마음을 모아 맞선다. 이로써 우린 다양한 연대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여성들의 연대는 서프러제트에 이어 현대까지 힘을 내고 있으며, 들끓는 탄원에 인도는 개고기를 금지 시켰고, 착취의 시대에 노조 운동과 불매운동은 한창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는 수많은 착취, 침해, 폭력이 있기에, 우리에게 연대는 더욱이 중요해졌다.

 

그림책 <우화>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폴란드 사람으로 전쟁국 우크라이나와 밀접해 있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끝엔 연대의 메세지가 있다.

 

 

[포맷변환]KakaoTalk_20221118_105844462_01.jpg

 

 

<우화>의 책 표지를 보면, 한 남성이 뒤를 돌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의 얼굴은 가려져 있으며,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등. 그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 표지는 <우화>의 전체적인 테마를 보여준다. 이 남자는 남자가 아닐 수도 있으며, 어린아이일 수도 있고, 노인일 수도 있으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익명성은 독자가 인물들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의 뒷모습을 보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우화>의 인물들은 고정된 설정이 없다.

 

이것은 이 책에 대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사는 인물의 정보를 담는데, <우화>의 작가는 모든 대사를 생략했다. 이처럼 우화의 인물은 어떠한 설정도 정보도 없기에, 독자는 자기 자신을 떠올리고 대입하며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KakaoTalk_20221118_105844462_04.jpg

 

 

<우화>의 그림들을 살펴보자. 어린아이가 건물에서 추락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선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한 여성이 우산을 펴고 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선 총을 들고 있다.

 

<우화>의 그림들은 이와 같다. 그림체, 자세, 인상착의 등 모든 것이 똑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배경과 사물들이 달라진다. 이로써 하나의 인물은 평범한 일상과 절망적인 순간을 넘나든다.

 

이때 독자들은 그림에 자신을 대입하여, 자신의 삶 또한 이처럼 뒤바뀔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우화>의 총 든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추락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난민이 될 수도 있으며,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언젠가 노조 운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든 놓일 수 있으며, 예외는 없다.

   

KakaoTalk_20221118_105844462_02.jpg

   

<우화>의 그림은 연대로 향한다. 익사하고 있던 흑인은 추락하는 아이를 받아내고, 책을 태우던 남성은 기어가는 여성을 도와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페이지를 넘겼을 때 인물을 중심으로 사물과 배경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 그저 인물들을 합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들은 하나의 끈을 잡고 연결된다. 이로써 작가는 ‘연대’로 끝을 맺는다.

 

나는 작가가 전한 연대의 방식에 동감한다. 연대의 근원은 공감이다. 이것은 인류가 살아남은 방식이며, 살아남을 방식이다. 수없이 반복된 전쟁과 재난 속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생각할 때, 우리는 생존할 수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전쟁 중인 나라는 10개국이 넘으며, 세계 난민은 1억 명을 넘겼다. 또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주변에도 한 사람만의 재난과 절망이 있다. 전쟁, 착취, 정치 싸움, 지구 온난화 등의 극악무도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개인의 다정함을 믿는다.

 

사랑하고, 공감하여, 연대하라. 그리고 끝내 공존하라.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