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폭의 지도 같은 : 장 줄리앙 회고전 [전시]

글 입력 2022.11.16 16: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장줄리앙_포스터1.jpg

 

 

오랜만에 방문한 DDP는 여전한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장 줄리앙’이라는 이름과 그의 아트, 그리고 ‘어! 이거!?’ 하게 되는 브랜드 누누(nounou)를 떠올리며 전시관 입구를 찾아갔다. 앱을 이용한 도슨트가 제공되어 있었지만 장 줄리앙의 전시라면 나의 느낌대로 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일러스트, 사진, 영상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의상, 설치 작품, 도서, 포스터, 심지어 스케이트보드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매체를 넘나들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명 <100권의 스케치북>이라 불리는 이 구간은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정체되어 있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해 드로잉 한 그는, 어찌 보면 그의 개인적인 기록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빼앗긴 만큼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춤 주춤 발걸음을 늦춰가며 그림을 보는 사람들 틈에 어렵사리 껴 벽과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스케치북을 유심히 바라봤다.

 

어렸을 때부터 작은 그림 혹은 낙서나 소소한 끄적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간결하고 단순하게 일상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러웠다. 누군가는 참 쉽게 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짧은 순간에 저렇게 잘 짜인 한 폭의 지도 같은 드로잉을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의 일상을 짧게나마 함께하는 기분으로 구간을 지나자 본격적인 드로잉 섹션이 시작되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그의 드로잉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또 각각의 드로잉은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으로 완성되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과거의 그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었지만 요즘 시국과 연도별의 특정 기억을 떠올리며 어떤 그림이 최근에 그려졌겠구나 하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동생 니코와의 작업물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을 콜라보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구 혹은 동료와 함께 다른 분야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작업물을 기획하고 작업해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꽤 짜릿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에 마련된 콘티를 따라가며 그들의 작업 방식을 예상해 보고 완성된 영상물과 설치물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뒤 장 줄리앙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오브젝트 섹션 (서핑보드가 굉장히 탐났다), 그의 삶에 있어서 큰 원동력인 가족이라는 주제의 섹션, 간결한 드로잉을 넘어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는 듯한 회화 섹션을 만날 수 있었다.

 

 

KakaoTalk_20221116_164550485.jpg

 

 

평소 큰 관심이 없던 작가였다. 나에게 있어 장 줄리앙의 작품이란 익숙하고 귀엽다 정도의 감상을 가진 예술이었다. 하지만 전시를 보며 놀라울 정도로 개인적인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과의 추억과 끈끈한 관계가 나의 삶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예술에 큰 원동력을 부여한다는 점, 평소 바다와 자연을 보며 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그런 곳으로 떠나는 내가 삭막한 도심 속 꽉 막힌 전시장 안에서 그가 표현한 회화 작품을 통해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점 등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급격하게 추워지는 요즘 누군가의 작품을 보며 따뜻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도 잠시, 문득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시선과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검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의 작품들 중 딱 연말에 어울리는 그림을 하나 발견해 얼른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두었다. 그리고 전시를 나오기 전 굿즈 샵에서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실 파란 머그컵 하나를 신중히 골라 구입했다.

 

2022년을 마무리 하는 지금 딱 적절한 수확이 아닌가.

 

 

 

송지은.jpg

 

 

[송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