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계의 침몰 [사람]

글 입력 2022.11.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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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본능처럼 부서져내리는 관계의 종말을 마주할 때가 있다.

 

물기를 머금은 모래성이 장난스런 손짓 한 번에도 형체를 잃어버리듯, 관계는 무척 작고 보잘 것 없는 일로 죽음을 맞이했다.

 

삶의 굴곡이 많이 완만해진 지금에도, 한 가지 부정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원한 관계는 없다”는 말일 것이다. 부모, 형제, 연인, 친구,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관계들은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우리를 현혹하곤 한다.

 

그러나 관계는 무척이나 연약하고 섬세한 것이어서, 보잘 것 없는 균열에도 순식간에 무너져 잿빛 잔해만을 남기고 스러져버린다.

 

허망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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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균열의 계기가 된 것들은 거대하고 비일상적인 것들이 아니다.

 

외려, 거슬한 모래알처럼 작고 볼품없는 것들이 거대한 종말의 원인이 되곤 한다. 지나가듯 던진 말 한마디, 엇갈린 타이밍, 고작해야 두어시간 지속될 삐죽한 감정들. 종말의 시작을 알린 것들은 이만큼이나 볼품이 없다.

 

이 사소함이 많은 이들을 균열의 순간에 묶어둔다. 관계에서 후회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쉽기 때문에, 외려 무한의 ‘만약에’의 세계에 빠져버린다.

 

나는 이걸 관계의 침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거대한 선박에 슬금슬금 물이 차오르듯 정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끝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몰의 순간에 처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진부하지만, 유일한 '관계성'은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최현서_아트인사이트 명함 겸 태그.jpg

 

 

[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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