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 하리보 생일 파티에 오세요 -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

곰 젤리의 초대장을 받은 당신, 수락하시겠습니까?
글 입력 2022.11.07 14: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하리보-포스터_01.jpg

 

 

사실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이라는 전시 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굉장히 상업적일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직접 하리보 젤리의 생일전을 다녀온 지금도 전시 주최가 하리보라는 기업체인 만큼 상업적인 특성이 묻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그것이 독특하게 다가오는 첫 느낌일 만큼 ‘상업적이다’라는 특성에 대해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게 되었으며 상업적이면서도 충분히 알차고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는 가히 다른 어떤 동네 보다도 전통적인 특성이 잘 묻어 난다고 볼 수 있는 인사동의 뮤지엄에서 열렸다. 100년이라는 오랜 기간 지켜온 하리보의 정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골드베렌의 모든 것을 담은 이번 전시가 그러한 인사동에서 열렸다는 점이 또다른 재미 포인트였던 것 같다. 전시회장을 가는 동안 독특한 작품을 내걸고 있는 개인전 갤러리와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배인 오래된 화방을 지나면서 이토록 특색 있는 동네에서 자신감 있게 생일 파티를 주최한 곰젤리는 과연 어떤 걸 보여 주려나 하는 기대감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하리보 덕후의 방 속 숨겨진 옷장의 비밀 통로로부터 골드베렌의 초대를 받은 관람객들은 젤리로 둔갑한 뒤 야생젤리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지나 하리보의 젤리 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와 하리보가 그간 감춰둔 성공 비결과 역사를 알아본 후 본격적으로 게임과 놀이를 즐기며 생일 파티를 만끽하게 된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후 젤리들은 은근슬쩍 회심을 기울인 상품들이 모여있는 아트샵으로 모두를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관람객이자 파티 참석자로서 이 과정을 겪으며 각 구획별로 인상깊었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달콤한 향기를 따라 들어간 하리보리안의 방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권이자 생일파티 초대장을 보여주면 젤리 한 봉지를 받을 수 있다. 달콤한 젤리의 향에 홀리듯 안으로 들어서면 그 곳에는 젤리 한 봉지가 주는 달콤함 이상의 풍부한 맛을 담고 있는 하리보리안의 방이 펼쳐져 있다. 방의 주인은 어찌나 하리보의 덕후인지 눈만 돌려도 곳곳에 귀여운 곰 젤리들이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건내 온다.


물론 이 방의 주인도 그러하고, 전시장에 초대되어 온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하리보리안은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것 같았다. 글쎄 하리보리안의 초상화로 걸려있는 인물들 중에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빌헬름 2세, 영국의 해리 왕자, 그리고 차범근 국가대표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도 어쩌면 나처럼 가방 한구석에 하리보 젤리를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뜯어먹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니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크기변환]1_하리보 관문.png

 

 

그때 젤리들의 아우성이 들리길래 발길을 돌려 보니 창 밖에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하리보 젤리들이 우리가 사는 도시와 똑 닮은 작은 세상에서 인간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그들에게 다가가 보았지만 그곳은 올바른 입구가 아니다. 차분히 방안을 돌아보며 생일 파티에 늦어 급하게 빠져나간 것 같은 방 주인의 흔적을 따라 가보면 옷장 속 비밀의 통로를 발견할 수 있다.

 

 

 

젤리로 둔갑하여 야생 젤리 출몰 지역을 지나다 


 

[크기변환]2_젤리 둔갑.png

 

 

오색 빛깔 하리보 월드 로의 통로를 찾아 냈다면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두번째 관문은 야생 젤리들이 출몰하는 신성한 구역에 들어가기 전 찾아온다. 바로 통통한 2등신 몸매를 지닌 젤리로 둔갑하는 것이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이, 젤리의 세계에 가기 위해서는 관람객도 젤리가 되어야 한다. 친절한 안내문을 따라 비어 있는 거울 앞에 서면 자신의 동심 속 숨겨져 있던 진실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거울 앞에 서니 진실의 거울은 잠시 고민하는 듯 여러가지 색깔의 곰 젤리 옷을 보여주더니 나에게 노란색 옷을 건내 주었다. 이렇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위로 노란색 곰 젤리의 모습이 씌워지니 정말 내가 골드베렌으로 둔갑하여 그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장소에 가기 전 그에 맞는 의복을 입으면 더 몰입이 되는 것처럼, 젤리들만의 공간으로 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이 공간이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크기변환]3_야생젤리구역.png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들어선 야생 젤리들이 서식하는 공간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황홀하고 신비한 곳이었다. 젤리가 맺히는 신비한 나무들과 하리보 젤리를 닮은 형형 색색의 꽃, 식물들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다양한 젤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을 보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서식하고 있는 젤리들의 소개를 만나 볼 수 있다.

 


[크기변환]4_야생젤리 안내판.png

 

 

이렇듯 다양한 젤리들의 프로필을 접하고 그에 해당하는 젤리들을 찾아 숲을 구경하면서 하리보 젤리를 즐겨 먹었던 사람들이라면 눈에 익을 법한 젤리들을 발견하고 친숙함을 느낄 수도 있고, 하리보 젤리와 아직 서먹한 사이라면 초면인 젤리들을 이 곳에서 처음 마주한 후 우연히 동네의 슈퍼마켓에서 조우하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동안 하리보 젤리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먹던 종류의 것만 구매해왔다. 그러나 이 공간을 통해 하리보에 얼마나 다양하고 매력적인 젤리들이 존재하는지 알게 되었고, 상세한 안내판 속 설명을 통해 그들이 어떤 맛을 지니고 있을지 상상해보게 되었다. 만약 전시장을 나선 후에라도 매장에서 하리보 젤리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랍을 열어 젤리들의 역사를 열람하다


 

[크기변환]5_도서관.png

 

 

하리보의 창립자의 이름을 딴 ‘한스 리겔 도서관’이 보인다면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 것이다. 젤리와 도서관이 대체 무슨 상관이지? 그 질문을 안고 하리보의 100년간 역사를 품은 아카이브에 들어서면 곧바로 오래된 도서관에서 볼 법한 서랍장을 발견하고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에서는 과거 하리보 젤리를 담았던 종이 케이스, 속이 들여다 보이는 플라스틱 통 등이 담긴 서랍을 기록물 열람하듯 구경할 수 있다.


무려 1943년도 제작된 상품의 카탈로그 속에서 그 시절 하리보 젤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비닐이 아닌 고급스러운 틴 케이스에 들어간 감초 사탕 케이스를 발견하고 하리보의 역사가 젤리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공간에서 무엇보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하리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코트 골드베렌의 진화 과정이었다.


하리보의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는 노란색 털에 분홍색 리본을 단 골드베렌은 처음부터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커스를 하는 곰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 만들어진 골드베렌의 시초 격 탄즈베렌의 모습을 이곳에서 처음 접해볼 수 있었는데, 익히 알고 있는 모습과 닮은듯 하면서도 조금 더 얇고 앙상한 탄즈베렌은 어쩐지 생경하게 느껴졌다. 새삼 브랜드의 캐릭터가 구축하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하리보 광장, 거리 속 내 모습을 기록하다


 

[크기변환]6_발바닥.png

 

[크기변환]7_쇼윈더.png

 

 

하리보의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광장에 나오면 작은 골드베렌들이 사는 곳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 곳에서 관람객들은 젤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광장 속의 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곳곳에 있는 작은 발자국을 촬영해보면 미디어 공간 속에 숨어 있는 곰 젤리들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곧 참석하게 될 파티 공간에 가기 전 곰젤리가 된 나의 모습을 어플을 통해 치장해볼 수도 있다.


휴식을 취하며 곰 젤리들이 가꾸어 놓은 광장을 충분히 구경했다면 골드베렌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하리보 100번가를 걸어 보도록 하자. 이곳에는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노점상, 손님들로 가득한 카페, 뷰티살롱, 레코드 들이 빼곡한 뮤직샵 등이 늘어서 있다. 들뜬 기분으로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에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착각이 아니다.


영상으로 구현된 쇼윈도를 자세히 보면 형형 색색의 곰 젤리들이 마치 인간처럼 가게 안에서 머리를 하거나 옷을 고르고 레코드를 펼쳐보고 있다.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골드베렌도 어쩌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골드베렌은 단순한 젤리 식품이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이웃 같은 존재가 되어 다가온다.

 

 

 

매가 벌스 데이 파티 속으로!



4-1 골드베렌의 생일 케이크[로고수정].jpg

HARIBO TM & © 2022. HARIBO Holding GmbH & Co. KG. All rights reserved

 

 

하리보 100번가를 지나 하리보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시네마를 지나면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파티 장소가 나온다. 그 누구의 시선이라도 낚아채려는 듯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케이크에는 회전 목마를 타는 곰 젤리들의 모습과 100주년 기념 초까지 꽂혀 있고, 그 주변으로 파티에 초대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게임들을 즐기며 이 곳에서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나 또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묻어 두었던 ‘방방’의 모습을 보고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심히 방방에서 뛰는 동안 친절한 파티의 주최자들은 젤리 포장지 속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생일 케이크를 돌아 가면 숨겨져 있는 메가 파티 스테이션이었는데, 이곳에는 거대한 미디어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소소하지만 톡톡한 역할을 했던 어플리케이션이 이 곳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앞서 열심히 나의 곰 젤리 모습을 가꾸어 놓았다면 이제 이 공간에서 맘껏 뽐낼 시간이다. 자신의 곰 젤리를 어플 속에서 메가 스테이션으로 보내면 미디어 아트 속에 나의 곰 젤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는 별도의 어플을 개발하여 오프라인 전시 공간과 미디어 공간의 절묘한 연결을 이끌어내고, 그에 그치지 않고 오락적 요소까지 가미하여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점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미디어 전시는 자칫하면 가벼운 일회성 경험에 그칠 수 있는 요소인데 이를 잘 활용하여 복합적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형식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전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변환]8_아트샵.png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나면 똑똑한 곰 젤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트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앞서 전시를 보면서 너무나 귀여워 소장하고 싶었던 젤리들의 모습이 가득 담긴 다양한 제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바구니 한 가득 쇼핑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트샵이 아니라 전시 공간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고 똑똑한 곰 젤리들의 상술에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상업적이고 그것을 숨기지 않으며 오히려 너무나 알찬 구성과 재치 있는 브렌딩으로 하리보와 골드베렌을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9906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3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