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컬러풀한 일상에서의 또 다른 의미와 행복을 찾아서 - 컬러의 방 [도서]

색에 담긴 비밀의 방
글 입력 2022.11.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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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보고, 알고 있는 색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좋아하는 색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더 나아가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오래 머무를까?

 

 

눈을 통해 바라보는 색은 빛의 파장이며 물체에 반사되는 성질이다. 이는 뉴턴이 프리즘을 이용한 실험에서 무지개로 구성된 '색채 스펙트럼'과 함께 등장하였다. 이후에 괴테는 색을 인식하는 것을 과학적 현상이 아닌 주관적인 해석 즉, 색채의 심리학에 중심을 두었다.

 

지금 들어도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 당시에도 여러 인물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사실 어느 쪽에서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정말 우연일까? 

 

어느 곳에 더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흔히 고대에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던 인문·사회학, 과학, 예술은 오늘날 여러 분야에 걸쳐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 (분류기준에 따라 더 세분될 수 있지만, 이론과 학문에 대한 정의는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해석이라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랍니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특정 분야는 색채와의 연관성을 포함하는 다수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색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해석은 비단, 과학적 현상을 비롯한 문학적 사유와 예술적 향유라는 각각의 독립적인 구성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책의 서문은 생물체가 색을 인식하는 정도와 범위에 영향을 받은 생태계,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옷차림,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촉발하는 인지 상태인 공감각synaeshesia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여러분의 관심사와 색의 연결된 지점을 더욱 견고히 보여줄 예시가 될 것이다. 

 

그 시작으로 지금부터 이어질 글을 토대로 <컬러의 방>에서 여러분이 궁금했던 그 색의 비밀을 펼쳐보며,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와 함께 때로는 익숙한 주제 속에서 떠오르는 경험의 조각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컬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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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방 p. 30-31

 

태초의 색은 빨간색이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아마도 단색에서 벗어난 최초의 인류일 것이다.  

(···)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광물 중 하나인 적철석을 채굴하고 난 뒤로 그것을 씻고, 거르고, 곱게 갈아서 붉은 가루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어떤 첨가물이 있어야 색소를 뭉쳐 벽에 붙이고 넓은 표면에 바를 수 있는지 알아냈다. 

 

 

보라의 방 p. 188-189

 

산업 공정을 통해 합성색소를 생산하게 된 것은 진정한 혁명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이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모브를 선보인 바로 그해, 독일의 화학자들이 두 번째 아닐린 염료, 밝은 빨간색인 푹신fuchsine를 생산했다. 마젠타라고도 알려진 이 염료는 모브보다 제조 비용이 저렴했다. 

 

  

 

컬러: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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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의 방 p. 150

 

'오렌지'라는 단어는 인도에서 많이 나는 오렌지 나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나란가naranga에서 유래했다. 인도 중부의 나그푸르는 여전히 '오렌지 도시'라 알려져 있다. 오렌지는 색을 의미하기 훨씬 전에는 과일만을 설명하던 용어였다. 

(···) 

이 색깔 용어는 오렌지라는 과일 때문에 일상에서 더욱 쉽게 사용되었다. 오렌지는 8세기에 정복자 무어인들에 의해 스페인에 소개되었지만, 영국에는 15세기가 되어서야 수입되었다.  

(···) 

과일 오렌지는 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 일부 유럽인들은 이 과일의 정체를 알지 못해 '황금 사과'라고 불렀다. 17세기 영어에서는 오렌지가 색깔 용어로 더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아이작 뉴턴이 무지개의 일곱 색깔 중 하나로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갈색의 방 p. 283-284

 

신석기시대 동굴 벽화에서 발견되는 엄버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오래된 색소 중 하나다. 일부는 엄버라는 이름이 이 색소가 원래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흙으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그림자'를 뜻하는 라틴어 옴브라ombra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컬러: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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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방 p. 114-115

 

왜 우울하거나 울적할 때 'feel blue', 또는 'we have the blues'라고 말하는 걸까? 영어에서 이런 현대적 표현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프랜시스 그로서가 1785년 집필한 [고전 비속어 사전Classical Dictionary of the Vulgar Tongue]으로, 여기서는 '우울해 보인다to look blue'를 '당황하고, 겁먹고,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로 정의하고 있다.  

(···) 

하지만 좀 더 울림 있는 설은 '마음이 울적하다blue devils'라는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록의 방 p. 235-236

 

녹색 광선이라고도 불리는 녹색섬광은 지구의 대기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굴절시키고 산란시키면서 발생하는 드문 광학 현상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나디아 드레이크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일출이나 일몰시 '구름과 안개가 없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수평선'에서는 오직 빛의 녹색 파장만이 우리 눈에 닿고 나머지는 걸러진다. 

 

드레이크는 2016년 1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이 현상을 짧게 경험하고 이렇게 말했다. "섬광은 이런 현상을 설명할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녹색이 분명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갑자기 터지기보다는 부글부글 끓고, 폭발하기보다는 천천히 발산된다. '녹색 불빛'이나 '녹색 번짐'에 더 가까웠다."

 

 

 

컬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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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의 방 p. 310-311


산업혁명이 절정을 이룰 당시 블랙컨트리(일반적으로 더들리, 샌드웰, 월솔, 울버햄프턴 같은 광역도시권을 아울러 부르는 명칭-옮긴이)라 불리는 영국의 웨스트미들랜즈 지역을 실제로도 매우 검었다. 빅토리아 공주는 1832년 열세 살에 블랙컨트리를 방문한 뒤 일기에 이렇게 썼다. "도시 어디를 가나 매우 황량하다. 석탄이 아무 데나 있고 잔디는 검게 말라비틀어졌다. 남자, 여자, 아이들, 들판, 집, 모두 검다." 


어린 빅토리아 공주의 공포심을 이해하고 싶으면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중 '어둡고 사악한 공장'이란 구절을 절묘하게 환기하는 에드윈 버틀러 베일리스의 그림 <블랙컨트리, 밤, 그리고 주조공장 Black Country, Night, With Foundry>를 보면 된다. 

(···) 

현재의 블랙컨트리는 과거보다 훨씬 푸르다. 한때 하늘을 검게 만들던 공장들은 사라졌고, 1968년 배거리지 탄광이 마지막으로 문들 닫은 이후로 그 터는 이제 지역 공원이 되었다.  

 

 

흰색의 방 p. 352-353

 

흰색은 언제부터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색이 되었을까? 몇몇 사람은 이러한 경향이 1927년 독일 공작연맹 전시회를 위해 만든, 21개 건물로 된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센호프 주거 단지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단지는 17명의 선구적 건축가들이 미스 반데어로에의 감독 하에 만든 작품으로, 가장 중요한 두 곳은 르코르뷔지에가 건축을 맡았다. 

 

'바이센Weissen'은 독일어로 '하얗게 만들다'라는 뜻으로, 이곳은 거의 모든 외관이 하얗다. 그중 11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정갈한 선과 눈부신 흰색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추천하고 싶은 <컬러의 방> 탐독의 방법은 먼저, 빨강 / 노랑 / 파랑 / 주황 / 보라 / 초록 / 분홍 / 갈색 / 검정 / 회색 / 하양으로 구성된 열한 개의 방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르는 비밀의 방을 다시 한번 더 열어보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특정 공간에 더욱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는데,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에서 몇 갈래로 묶어서 소개한 이야기들은 이에 대한 결과물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색의 발견과 어원을 비롯한 하나의 상징이 된 과정,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색의 의미와 개인적인 심상을 함께 정리하고 싶었다. 

 

또한, 책의 부제가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인 만큼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된 부분도 글에 다수 포함하였다. 추가로 색을 활용하는 분야가 훨씬 더 넓고, 반대로 색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문화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여러분에게도 <컬러의 방>에 담긴 역사·정치·언어·문학·심리·생물·화학·천문·음악·미술·스포츠·패션·영화·건축 등의 폭넓은 범주의 이야기가 지적 호기심을 넘어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컬러풀한 일상에서 또 다른 의미와 행복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동시에 언제나 존재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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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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