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삼킨 빵에 누군가의 꿈과 잠, 밥과 삶, 눈물과 피가 묻어 있다 [사람]

띠부띠부씰과 호빵 없이 살기
글 입력 2022.10.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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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빵과 띠부띠부씰의 부활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산책 삼아 집 근처의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포켓몬 빵을 발굴했다. 어렵게 몇 개의 빵을 구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씰도 뽑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포켓몬 빵 수집을 그만두게 된다.

 

단식 일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단식일기.jpg

(출처: 트위터 '화점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pblu_nojo)

 

 

지난 5월 19일,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단식 투쟁을 종료했다. 원만한 노사의 합의로 인해서가 아니라, 살아서 마저 싸우기 위해서. 단식 투쟁이 시작된 것은 3월 28일. 총 53일이 걸렸다.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임 지회장은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단식 투쟁에 들어가며>

 

더 이상 우리 조합원을 괴롭히지 말라!!

더 이상 우리 조합원을 차별하지 말라!!


2007년 24살의 나이에 파리바게뜨에 입사를 하고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날의 출근이 오늘과 같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려 보면 큰 잘못을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남에게 해를 끼친 기억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르고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중략)

 

2017년 불법파견과 체불임금을 해결하고자 노동조합을 시작했는데 사실 노동조합의 시작은 인간답게 살고자 함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엔 당연히 한 시간밥을 먹고, 아프면 당연히 쉬고, 가족이 상을 당하면 당연히 가고, 일을 했으면 당연히 그만큼 급여를 받고, 임신했으면 당연히 모성보호를 받고, 당연히 연차, 보건 휴가를 쓰고,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공정하게 진급하고, 다치면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하고, 약속하면 당연히 지키고. 그런데 우리 회사에선 그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우리 기사들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것 좀 누려보자고 시작한 노동조합입니다. 그런데 이 SPC 파리바게뜨는 약속도 안 지키고 노동조합을 할 당연한 권리마저도 부정합니다.


한국노총을 통해 매달 100여 명씩 탈퇴서가 들어왔습니다. ‘돈을 줍니다. 민주노총 탈퇴서 받아 가면 돈을 줍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0%로 만드는 게 목적이다. 회의 때마다 민주노총 조합원 명단을 화면에 띄워놓고 탈퇴율을 체크합니다. 업무하지 말고 민주노총 조합원 매장만 찾아다녀서 탈퇴서 받으라 합니다.’ 속수무책으로 회사의 조합원 탈퇴 공작을 당하던 중 받은 제보에 역시나! 하는 마음과 설마 사실이라고? 하는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해도 해도 정말 이 정도로 바닥일 줄은 몰랐습니다.

 

(중략)


2017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를 상대하면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고통이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을 볼 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회사를 향한 분노가 저를 짓눌렀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힘을 쓰려고 합니다. 더 이상 우리 조합원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합니다.

 

- SPC는 조합원에 대한 불법. 부당노동행위 중단하라.

- SPC는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원상 회복시켜라.

- SPC는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라.

- SPC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하여 공개 사과하라.

 

2022년 3월 28일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임종린



제빵기사들은 제대로 된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월 6회 이상 쉬지 못하며 가족의 상이나 자신의 임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몸에 화상을 입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확진되어도 마음대로 병원에 가지 못한다. 노조에 가입하면 사측에서 찾아와 노조에 가입했냐고 묻는다. 승진에서도 누락된다.

 

그리하여, 빵을 만드는 사람이 굶게 되었다. 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나는 포켓몬 띠부띠부씰 마스터의 꿈을 접었다.

 

나는 포켓몬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노동자는 쉬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처음은 파리바게뜨와 포켓몬 빵으로 시작했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삼립과 샤니, 파리크라상도 SPC 브랜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SPC의 성장을 소개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서. 그래서 그 브랜드도 모두 끊어버렸다.

 

그러나 SPC는 내 생각보다 더 큰 기업이었다. 홈페이지에 SPC 브랜드로 올라온 것만 28가지였다.

 

131 - 복사본.png

 

가평휴게소를 운영하는 것도 SPC였다. 예전에 마음 샌드를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뿐 아니었다. SPC는 종종 사 먹던 편의점 샐러드와 햄버거에도, 아웃백 부쉬맨 브레드에도 있었다.

 

불매는 자유다. 모든 것을 빠듯하게 불매하기, 아는 만큼 불매하기, 유의해서 느슨한 방식으로 불매하기,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불매하지 않는 것도 자유다. 나는 그중에 ‘가능한 한 오래 불매하기’를 선택했다. 생활에서 SPC의 제품을 지우고 그 삶에 적응하는 것이다. 이미 같은 방식으로 남양 유업과 이별한 적이 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 후로 빵을 많이 줄였다. 가끔 친구가 사다 주거나 동네 빵집에서 산 것만 먹었다. 아이스크림 역시 거의 먹지 않았다. 내 기억에 ‘피카피카 피카츄’가 이달의 맛일 때부터 배스킨라빈스에 한 번도 가지 않았으니, 다섯 달째 배스킨라빈스에 방문하지 않은 셈이다. 친구들이 식후에 단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면 그냥 빙수나 화채를 먹자고 했다. ‘배라는 싫어?’라고 물으면 ‘불매 중이야’라고 대답했다.

 

 

제목 없음-1.jpg

(출처: 트위터 '화점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pblu_nojo)


 

그렇게 불매가 지속되는 동안, 농성장 앞에 붙었던 ‘노조 시위 때문에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현수막은 ‘SPC 때문에 못 살겠다’로 바뀌었다. 노조는 40일간 집단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불매 운동에 연대하는 시민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반죽 공장인 평택 SPL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두 건의 산재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한 명의 노동자는 기계에 손이 끼였다. 공장은 ‘기간제 노동자면 병원은 알아서 가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노동자는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함께 일하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노동자들은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다음 날 똑같은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파리바게뜨의 빵을 적신 것은 노동자의 눈물만이 아니었다. 그 빵에는 노동자의 피도 있었다.

 

혹자는 말한다. 그래도 제빵 업계에서 SPC의 대우는 최고 수준이라고. 제빵 업계가 원래 그렇다고. 그러나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월 6회 이상 쉬지 못하며 가족의 상이나 자신의 임신을 돌보지 못하며, 몸에 화상을 입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 사고가 일어나도 병원에 곧장 보내주지 않고,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현장에 나와 빵 반죽을 만드는 것이 그 업계의 최고 수준이라면, 나는 그냥 빵을 먹지 않기를 결심하고 싶다.


이런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빵과 과자를 만들고 싶다는 달콤한 꿈을 꾼다. 나는 그들에게 목숨을 걸고 빵을 만들 자신이 없다면 꿈을 접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겨울은 삼립 호빵 없이 보낼 것이다. 누군가의 꿈과 잠, 밥과 삶, 눈물과 피를 지키기 위해서.

 

 

 

김서인.jpg

 

 

[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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