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억압된 욕망이 불러온 비극 - 테레즈 라캥

글 입력 2022.10.1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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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유전자에 의해 타고나는 것일까, 주변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까?

 

설사,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이 선천적으로 정해져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라도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심연의 깊은 곳에 묻히게 된다면, 자신의 본성이 어떠했는지 자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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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테레즈 라켕>은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켕>을 원작으로,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관객들이 탐구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극 중, 테레즈는 본인의 모든 욕망과 본성을 무시당한 채 사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고모 라캥 부인에게 맡겨져 사촌동생 카미유를 돌보며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폐쇄적인 분위기만 감도는 라캥 부인의 집에서 테레즈의 모든 생활은 카미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밝고 아름다운 유전적 기질을 물려받았지만, 라캥 부인의 엄격한 지시와 관리하에 테레즈의 타고난 내면은 철저하게 억눌렸다.

 

사촌 동생인 카미유라는 인물 자체도 무욕의 상징이다.

 

선천적으로 병약한 탓에, 세상 문물에 대해 무지하다. 몸과 마음도 성장하지 못해 테레즈를 사랑하지만, 그 욕망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그녀를 제대로 품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가지지 못한 것을 꿈꾸는 그가 원하는 욕망의 전부는 테레즈다.

 

무욕의 삶을 전전하던 테레즈는 카미유의 친구 로랑을 만나게 되면서 생전 처음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테레즈의 숨겨진 욕망을 알아챈 로랑은 너무나도 쉽게 그동안 억압되었던 그녀의 욕구를 끄집어낸다. 이런 모습을 보며 카미유는 로랑과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테레즈와 로랑의 은밀한 관계는 운명처럼 시작되었고 계속된 밀회에 이들은 장애물인 카미유의 죽음을 계획한다.

 

본질적인 욕망에 충실해 살해에 성공하지만, 이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살인이 불러일으킨 인간의 죄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죄책감뿐이다. 결국, 둘은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책임을 묻고 파멸로 치닫는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을 통해 사랑, 죄책감, 도덕성 등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근원을 탐구할 수 있다. 배우들의 흡입력있는 연기와 가창력은 인간의 욕망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극의 멜로디 구성은 특유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극이 전개되면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라캥 부인의 카미유에 대한 모성애, 무욕의 카미유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테레즈의 육체적 욕망, 라캥 부인의 집을 차지하고 싶은 로랑의 탐욕까지. 이후, 그러한 욕망이 어떤 비극을 불러일으키는지 테레즈와 라캥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테레즈는 로랑을 만나고 욕망의 끝을 보여주면서 극 초반, 라캥 부인에게 수동적으로 대하는 모습과는 상반된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그 과정을 바라보면서, 한 인간의 잠재된 욕망이 어떻게 분출되는지 이에 따라 선택한 행동들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내면의 본질에 대해 반문할 수 있다.

 

 

[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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