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맛있고 일상적인 수다 - 끼니 [도서]

끼니를 때우면서 관찰한 사람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2.10.1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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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드셨던 음식이 뭐였나요? 한번 떠올려 보세요. 어떤 것이든 다 좋습니다. 음식의 종류만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음식을 드셨을 때 가장 맛있었나요. 그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30초 정도 드리면 될까요? 자, 시작!

 

-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의 시작은 귀여운 제안에서부터였다.

 

솔직히 나는 작가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편은 아니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서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 약간의 의무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사실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음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콘텐츠는 웬만하면 재밌다. 공감하기 쉬울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만족감까지 추가로 가져다주니까.

 

마침 얼마 전 친구와 소울푸드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언젠가 대게 내장 볶음밥을 처음 먹어봤던 날에, 죽기 전 마지막 날에 꼭 이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음식이 있었나. 시험이 끝난 날에는 언젠가부터 아구찜을 챙겨먹었고, 돈이 생기는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좋아하는 참치집에 갈 약속을 잡았다. 을지로의 양대창 집이랑 건대의 마라샹궈 집도 떠올랐다. 아무튼 그런 생각들로 기대에 차 있었는데.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었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해둔 나에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주 예상 밖이었다. 작가는 분명 글을 통해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의외로 책이 불평불만이 가득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불친절한 가게 주인들이나, 무례한 손님들, 아쉬웠던 식당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책 <끼니>의 내용의 중심은 음식 그 자체는 아니다.

 

1.

초여름 햇살이 따갑게 이마를 꼬집었다. 더위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였다. 문득 지난번 먹었던 시원한 열무냉면이 생각났다. 법원사거리에서 수원역 방향으로 가다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주변 골목길을 기웃거려보았다. 그 분식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헤매다 얼떨결에 들어간 곳이니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기가 힘들었다.

 

‘주변에 큰 건물이라도 외워 둘 걸. 그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후회가 몰려왔다. 조금 비약하자면, 순간처럼 다가온 사랑을 잡지 못한 멍청한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2.

"저는 일본에서 참치를 배웠는데요. 우리나라 손님들은 참치 먹을 줄을 몰라요. 초장이나 김에 싸서 먹는 건 향이 강해서 참치 고유의 맛을 지우거든요. 그래도 손님들이 달라고 하시니 김과 초장을 내놓기는 하는데요, 안타깝죠. 그래서 저는 종종 참치 먹는 법 가이드를 해드리곤 합니다. 간장에 살짝 찍어 참치 고유의 향을 느끼시도록 말이죠."

 

주방장의 말에 나는 집으려던 포장 김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이후부터 뭔가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김에 싸거나 초장에 찍으려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통 방식을 무시하고 막가파식으로 먹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러웠다. 이후 몇 가지 음식이 더 나왔지만 그다지 맛있게 먹지 못했다.

 

 

끼니

1. 아침, 점심, 저녁과 같이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 또는 그렇게 먹는 일.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밥을 먹는 횟수를 세는 단위

 

 

끼니의 사전적 정의를 참고하면, 끼니는 일상적인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끼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음식보다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걸까.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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