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옥상위에서 마주친 그 표정들

연극 옥상위의 카우보이를 보고
글 입력 2022.10.1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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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위의 카우보이는 욕설이 가득 적힌 학교의 옥상을 배경으로 극이 시작된다.

 

“네 엄마가 우리 아빠랑 바람났어!”

 

다소 강렬한 전개를 기점으로 윤아와 주리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문제는 어쩌다보니 1열에 앉게 된 탓에 정말 코 앞에서 그 치열한 접전을 마주해야 했다는 것이다.

 

배우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찰나의 민망함을 감추느라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에 발맞춰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에 몰입해갔다.

   

주리의 아빠와 윤아의 엄마는 바람이 났다. 윤아의 엄마는 주리 아빠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 사실을 극중 모든 인물이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어른들이 되지 못했고 그 탓에 윤아와 주리가 어른의 역할을 해야 했다.

 

주리의 아빠는 바람을 피고 아이를 임신한 상태를 들키고 나서도 아빠로서의 역할로부터, 남편이라는 역할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을 다녔다. 그 안에 어떤 결핍이 있고 합리화할 사정이 있는지는 솔직히 궁금하지 않았다.

 

윤아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바람을 피고 자신의 딸에게 상처를 던져두고도 지나치게 당당했다. 그런 윤아의 엄마에게 죽을 싸서 병문안을 온 주리의 엄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기는 지나치게 생생했고 나는 극의 진행 속에서 연극이 관람객에게 던지고자 하는 교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혼란스러워야 했다. ‘불륜을 미화하는 것인가?’ ‘불륜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도 형제의 정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무리 큰 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이면엔 그럴 수 밖 에 없다는 연민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어떤 주제든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결론들 중에서 나의 가치관 하에서 이해되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찼고 그 탓에 나와서도 이 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연극을 관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연극의 묘미는 정형화된 한줄 따위의 교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주위의 외로운 사람들의 얼굴. 전혀 아름답지 않은 상황 속 에서 벗겨지는 표정. 추한 합리화. 그로인해 상처받고 영향을 받아가며 어찌저찌 커가는 사람들. 그냥 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것.

 

그게 이 연극의 유일무이한 관람 포인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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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분명히 지어본적 있는, 마주친적 있는 미성숙함의 민낯을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이번가을, 옥상위 카우보이 연극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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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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