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녀노소 모두 함께 감상해도 무방한 청소년 뮤지컬 '오즈의 의류 수거함'

글 입력 2022.10.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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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선택함에 앞서, '소재'를 가장 먼저 살핀다.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떤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만일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게 어떤 뮤지컬이든 그리 마음이 가지 않는다. 결론은 내가 어떤 뮤지컬을 봤다고 한다면, 곧 그 뮤지컬의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는 방증이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 수거함> 역시, 소재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였다. '오즈의 마법사'라는 고전에 '헌 옷 의류 수거함'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차용한 결과물이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대, 청소년 뮤지컬이라는 점이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뭔가 유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참신함의 실체를 알아봐야만 할 것 같았다.

 

뮤지컬이 펼쳐진 극장은 말 그대로 작은 소극장이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극장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 학생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들 알고 이 뮤지컬을 보러 왔을까? 묘한 궁금증과 함께,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곧 입장 시간이 되어, 서둘러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운 좋게도 맨 앞자리를 받아서 난생처음 무대의 맨 앞 줄, 그것도 정중앙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불이 꺼지기 전, 뮤지컬 <오즈의 의류 수거함>의 주요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외고 시험에 낙방하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도로시가 어떤 특별한 사건을 겪는 이야기라 - 외고 시험에 낙방해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무거운 클리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 헌 옷 의류 수거함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도 궁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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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굉장히 따뜻한 성장 뮤지컬이었다.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주요 내용처럼 뮤지컬의 주인공은 도로시였다. 도로시는 외고 시험에 낙방한 후,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을 떠나 호주로 가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밤마다 헌 옷 의류 수거함에서 헌 옷을 훔쳐 마녀에게 가져다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노숙자, 폐지 할머니 등을 만나며 그들과 연대하고 궁극적으로 자신과 같은 나이의 한 남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을 결심한 것을 알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핵심 줄거리였다. 청소년 뮤지컬다운 소재와 스토리텔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그리 유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이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 이유엔 노래가 크게 한몫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배우분들이 노래를 참 잘하셨다. 뮤지컬을 많이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에도 손꼽히게 잘 부르셨다.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시간상의 이유로 생략이 되어 다소 갑작스러운 전개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노래를 통해 빈 공간을 메우니, 빠진 이야기보다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큰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목소리들이 다들 참 좋으셨다. 그래서 노래를 듣는 맛이 있었다. 예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뮤지컬 넘버가 기다려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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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즈의 의류 수거함>은 클리셰적인 주제를 개성 있는 소재로 극복해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소재 덕분에 초반의 집중을 잡는데 성공했고 그 소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인물들이 연대하고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 매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소개 글에서 이야기 구성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 같다.

 

교훈을 주어야겠다는 강박이 강하지 않았던 점도 좋았다. 관객이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기 때문에 비록 장르는 청소년 뮤지컬이지만, 성인이 봐도 무방한 퀄리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가족 단위로 보기에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 수거함> 덕분에 정말 오랜만의 대학로 나들이, 소극장 뮤지컬이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후회 없는 선택이 되어 주었다.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다정한 뮤지컬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에는 함께 힘을 합쳐 해피 엔딩을 맞이한 인물들처럼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나의 나들이도, 덕분에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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