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관람하고

오즈의 마법과 서울의 밤이 만나.
글 입력 2022.10.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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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오는 일요일의 대학로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연극을 봤다. 원작은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6명의 배우가 열심히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노래와 춤도 괜찮았고, 위로와 희망을 주려는 결말, 게다가 힘든 공연을 끝내고서 관객들을 위해 포토 타임까지 해주어 배우들의 모습을 더 가까이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차준호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멀티 배우가 동시에 의자에 앉아서 춤으로 연기하는 대목과 폐지줍는 노파가 “어,어..” 하며 손으로 연기하는 대목이었다. 청소년극에 맞게 너무 자극적이지도, 너무 검열된 것도 아닌 현실적이며 동시에 공연예술적인 좋은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은 스케일이 크지 않은 공연장, 소품, 관객, 음향 등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있고 질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많이 관람하지는 않아 뮤지컬 특유의 분위기가 익숙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극에 쉽게 몰입되었기 때문이다.

 

내용에 있어 궁금한 부분은 마마의 사연이 밝혀진 것과 달리 아기 키우는 남자의 사연은 나오지 않았다. 노숙자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마녀는 처음에 재봉질을 하고 있어서 훔쳐온 헌옷들이 극 내용에 있어 어떤 변화를 주나 했는데 그냥 소품이었다. 조금 더 옷을 이용했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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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에 있어선 아쉬운 점이 있었다. 너무 스피커 쪽에 앉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초반부의 노래는 가사 전달이 거의 안 됐다. 배우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극장의 음향이 안 좋은 것 같다. 내용 파악이 되고 독창이나 이중창의 소리는 그런대로 의미 전달이 됐지만 소리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공연할 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꽉 채워진 반주를 쓰는 것보다 간단한 반주에 배우들의 노래로만 해도 공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좋았기 때문에 리뷰로나마 이런 의견을 제시해보고 싶다.


결말에 도로시가 수능 시험을 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아쉽다 못해 살짝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여태껏 마법처럼 훈훈한 이야기를 해놓고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니. 준호가 약물중독을 고치러 미국에 가겠다는 대목은 조금 물음표가 생겼다. 도로시와 함께하는 시간이 준호의 치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꼭 그런 마무리가 필요했을까. 원작을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무리가 필요해 넣은 장면이라면 맞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노파의 집을 수리하면서 경험하는 연대와 협력, 기쁨으로 삶의 동력을 찾는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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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꽉 찬 관객과 열띤 분위기는 극을 보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고, 소품이나 무대의 질도 좋았다. 이 극은 가장 평범함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에서 흔히 낙인찍은 불량 인간이 되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말하고 비판하는 듯하다.

 

극 속 인물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만든 사회시스템이 역으로 우릴 공격할 수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내가 마냥 웃으며 감상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모든 문제를 겪는 이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스템 (학교, 수능, 대학, 가부장제, 자본주의)에는 명백히 큰 결함과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스템이란 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렇기에 그 결함을 눈감아주거나, 보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에서 예술은 현실의 문제를 지적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극은 그 부분을 해냈다고 보인다. 작다면 작은 개인들이 모여 다음의 최선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혁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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