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가 호들갑 떤 것들을 책에 담았어요" - '나다운 게 뭔데' 김정현 작가

글 입력 2022.10.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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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자기 자신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어제 본 영화의 제목이, 지난 주말에 갔던 카페의 인테리어가, 출근길에 들은 플레이리스트가 나를 더 직관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취향을 손쉽게 내보인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많은 이들의 취향을 파도 타듯 넘나들 수도 있다. 이렇듯 나를 표현할 수단은 늘어나는데, 정작 나다운 게 뭐냐는 질문 앞에서는 어쩐지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 속에서는 내가 어제 '전시'한 그 사진과 영화의 스틸컷, 플레이스트가 정말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내 취향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건지 슬금슬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다운 게 뭔데』의 김정현 작가는 그 의문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다. 콘텐츠 에디터로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또 경험하는 사람이지만 그 역시 "나다운 게 이것이다"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 자신에게 "항상 척만 하고 산 건 아닐까?"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다운 것을 규정하는 대신,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마음을 붙잡은 것들, 설레게 한 것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아본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그 이야기들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변덕과 허세까지 솔직하게 녹아 있는 한 사람의 다양한 취향이다.

 

지난 9월 29일 김정현 작가를 만나 지금의 그를 만든 수많은 취향과, 그것을 바탕으로 쓴 첫 번째 책 『나다운 게 뭔데』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솔직하게, 재미있게 쓴 첫 책

"허세가 취향을 만드는 동력이 돼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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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찬웅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로서는 이제 막 시작한 김정현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팀포지티브제로TPZ’라는 회사에 다니며 브랜드팀 소속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뮤직&라이프스타일 매거진 'BGM'에서 에디터로, 디지털 미디어 <디에디트>에서 객원 에디터로도 활동 중입니다.

 

 

첫 번째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던 것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 호들갑 떨었던 것이 무엇이었고, 그게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종의 ‘모음집’처럼 제 일상과 함께 풀어본 에세이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소개 글에서 설명을 잘해주셨더라고요. (웃음)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업을 갖고 계신데요, 다른 장소, 사물, 사람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전달하는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건 꽤 다른 일이었을 듯합니다. 책 원고를 쓰는 시간이 작가님께 어떤 시간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확실히 그 두 글쓰기가 비슷하면서도 달랐어요. 에세이긴 하지만 제 깊숙한 내면보다는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쓴다는 점에서는 평소 콘텐츠 에디터로서 쓰는 글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죠.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책 원고에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하기보다 그 대상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하게 표현했다는 거예요. 책 원고를 쓰는 게 좀 더 재미있었어요. 온전히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저에 대한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적을 수 있었거든요. 다 쓰고 나니까 저를 돌아보는 기록들이 모인 게 되어서 의미도 있었고요.

 

 

프롤로그에서 “항상 ‘척’만 하고 살아온 것 아닐까?”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 공감했습니다. 저도 제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걸 좋아한다고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 작가님 생각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그 부분이 김정현이라는 사람의 취향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거의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봐요.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지적 허영과 허세가 많은 사람으로서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그런 면이 안 좋은 영향도 미쳤지만, 좋게 승화된 부분도 있어요. 오히려 그런 허세를 인정하고 극복하려다 보니 갈망하던 것이 진짜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도 경험했고요. 어떤 동력이 되어준 것 같아요.

 

이 책에서 그런 걸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프롤로그를 언급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다 담아 가장 솔직하게 쓴 글이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이기도 하거든요. 거기에 공감해주셨다니, 그래도 ‘제가 잘 얘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말씀대로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첫 번째로 작가로서 저의 가장 큰 무기가 솔직함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가 엄청나게 전문성이 있거나 누가 들어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이것도 첫 책이잖아요. 좋게 말해 무기인 거고, 사실은 ‘그거(솔직함) 아니면 뭐 할 건데?’인 거죠. (웃음) 두 번째는 웃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에요. 저는 재밌는 글을 쓰고 싶은데, 웃음을 주려면 솔직한 건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아요. 웃긴 포인트는 자질구레한 데서 생길 때가 많으니까요.

 

 

책에는 정말 방대한 취향이 담겨 있는데요, 책에도 언급되지만 작가님의 아카이빙 습관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제 성향 자체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리된 걸 좋아해요. 그렇게 해두면 일하기 위해 소스를 찾아야 할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또, 좋아하는 것들을 나름대로 분류하다 보면 어떤 경향도 보이기에 제 취향에 대해서도 좀 더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이유로 평소에 열심히 습관적으로 분류와 정리를 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너무 엄격하게 강박적으로 하지는 않아요. 당연히 카테고리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어떤 건 폴더 분류를 아예 안 하기도 하고요.

 

 

 

 수많은 '좋아하는 마음'에 관하여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는 게 저희 세대 취향의 특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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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관심사 중에서도 특히 커피와 카페에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가장 최근에 발견한 카페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곳은 삼청로의 ‘네마’라는 카페에요.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모인 곳이란 이야기를 듣고 몇 주 전에 가봤어요. 커피는 맛있었고, 공간 인테리어나 콘셉트는 완전히 제 취향이라기보다는 무난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다른 게 아니라 직원분들의 태도로 이 카페를 소개하고 싶어요. 당시 직접 보진 못하고 대화 소리만 들었는데, 어떤 어머님이 아기와 함께 들어오셔서 여기 노키즈존이냐고 물어본 거예요. 직원분이 “아니요, 환영합니다!”라며 놀이동산 직원처럼 친절하게 반겨주시더라고요. 저는 노키즈존을 싫어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 환대가 정말 좋았어요. 손님 한 명 한 명을 진정으로 반기는 게 거기서 보였어요. 그런 태도로 일하는 사람이 있는 가게라면 다음에 또 가고 싶어지죠.

 

 

저는 평소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애를 먹는데, 좋은 장소를 잘 찾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해요. 검색보다는 기존에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를 다니는지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어떤 분이 평소에 올리시는 사진, 소개하는 영화 같은 게 저랑 취향이 비슷하다면 저는 팔로우를 해둬요. 그분이 어딘가 다녀와서 좋았다고 하면, 제 취향에도 잘 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매거진도 신뢰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일반 블로그나 카페 계정보다는 매거진에 글 쓰시는 분들이 더 촉을 세우고 예리하게 찾아내니까요.

 

 

사람들의 취향은 천차만별이지만, 작가님이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시며 저희 세대, 그러니까 2030세대에게서 느낀 어떤 공통된 결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일 어려웠던 질문이에요. 공통된 결이 있다고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저희 세대는 보고 자란 것들이 비슷할 뿐이지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은 너무 제각각이었다고 생각해요. 하나로 묶기가 어렵다는 게 오히려 특징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세대보다는 성장 환경에 따라 비슷한 부분이 더 많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저는 익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는 생각이 다르다는 걸 많이 느껴요.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좋아하는 감정이 밋밋해지는 걸 느낄 때는 없나요? 좋아하는 마음, 무언가를 보고 감탄하는 마음을 오래오래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금 재수 없는 대답일 수도 있지만,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웃음) 더 호들갑을 떨면 떨었지. 가끔 계속해서 새로운 게 나와서 좀 지칠 때는 있지만, 항상 뭔가에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껴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행이죠.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어요. 콘텐츠 에디터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접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10개를 볼 때 저는 20개, 30개를 보고 있으니까 그 안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재밌는 걸 찾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며, ‘좋다’라는 말을 참 다양한 방식으로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왜 좋아하고 어떻게 좋은지 말하는 능력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 요즘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아는 지식이 많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면 좋아하는 거 하나를 깊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저는 그 정도로 깊이 있게 뭔가를 탐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굉장히 디테일한 에피소드와 거기서 느낀 엄청나게 사사롭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책에 썼는데, 그래서 좋아한다는 얘기를 다양하게 한다고 느끼신 듯해요. 예를 들어, 햄버거 좋아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그냥 ‘좋아한다’에서 끝나지 않고 어릴적 가족과 수목원에 놀러가서 먹었던 첫 번째 불고기버거 같은 이야기를 하는 식이에요.


누군가는 쓸데없는 정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에세이고, 재미있는 포인트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솔직하게 쓰다 보니 다채롭게 느껴지지 않나 싶어요. ‘방법’을 물어보셨는데, 똑같은 것도 어떤 상황에서 접했고 그걸 또 어떤 상황에서 활용하는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뭔가가 좋다고 써보고 싶다면 그런 사사로운 부분에 집중해서 써보면 좋겠습니다.

 

 

 

콘텐츠 에디터의 글쓰기

“가벼운 마음으로 낄낄거리며 읽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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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에디터의 일을 ‘소개팅 주선자’로 비유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무언가의 첫인상이 된다는 게 부담스러우실 때는 없나요?


당연히 부담이 되죠. 사람에 대해서건 브랜드에 대해서건 누군가는 제 말을 크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불안과 걱정이 있어요. 조심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제가 그걸 소개하고 싶고 호들갑 떨고 싶은 욕망이 더 커서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보고 좋았다면 남들한테 영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또 그렇게 열심히 소개하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것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봐주고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줘요. 그런 피드백이 동력이 됩니다.

 

 

글을 쓰실 때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쓸 때는 올바른 정보를 넣으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제가 뭘 느꼈는지 주관적으로 드러내고자 신경을 써요. 최소한의 예의와 윤리를 지키고 사실을 너무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대상을 즐겁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한다면 굳이 제 글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디에디트>에서 객원 에디터로 1년 넘게 활동했는데, <디에디트> 팀은 에디터의 주관이 들어가는 글을 원했기에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글을 쓸 때 항상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쓸 수는 없잖아요. 소개해야 해서 소개하는 것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그럴 때 제가 느낀 아주 디테일한 것 하나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글을 써요. 주어진 객관적인 정보 외에 내가 꽂힌 되게 독특한 몇몇 포인트들을 잘 살리면 제가 그 대상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가와 별개로 더 풍성한 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콘텐츠 에디터로서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 또는 해보고 싶은 작업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각각 다른 분야가 만났을 때 무엇이 새롭게 생겨나는지 관심이 많아요. 그 가운데에서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카페를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카페와 잘 맞아 시너지가 날 것 같은 아예 다른 분야의 인물이나 브랜드를 찾고, 협업 기획을 해서 상품의 형태든 이벤트의 형태든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기서 들려주세요.


일단은 가장 솔직한 욕망 중 하나는 문자 그대로 재밌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큰 감동과 교훈을 얻기를 바라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중간 ‘나도 이런데’ 하는 생각이 들면 더 좋고요.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거기다 ‘나다운 취향’은 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아닐까요? 또, 재밌으셨으면 적극적으로 공유해주시고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웃음) 저는 다 찾아보고 확인하니까요. 저와 다른 무언가를 함께 해보고 싶은 분들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는 열려 있으니, 연락 주세요!

 

 

*대표이미지 사진: 정찬웅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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